“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나옹선사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 선시처럼 남은 생을 그렇게 살다가 가기를 바라는 오대산 노승이 지나온 85년여 삶의 모습을 글로 펼쳐보였다. 오대산 월정사 회주 연암현해 스님은 출가수행자로 살아온 60여년과 세속에서의 삶을 함께 돌아본 회고록 ‘오대산 노송’에서 나옹선사와 얽힌 오대산 문중의 구전 설화들을 전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니 마치 구부러진 오대산의 병든 노송과 같아서 타인들에
“어떠니 남산은 오를 만했지?”“아버지, 불교 이야기 좀 해주세요. 윤회니 전생이니, 수레바퀴 어쩌고 하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어떤 뜻인지 모르겠더라고요.”서오릉에서 칠불암에 이르는 코스를 택해 경주 남산을 오르내린 부자가 저녁식사를 하며 미루었던 불교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저 불교 이야기가 아니다. 고분벽화와 암각화 연구의 권위자인 전호태 울산대 교수가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동안 축적된 고대 한국인의 생각과 신앙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은 이야기하듯 구성됐다.저자는 중요한 유물
“사람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생명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산천초목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불교교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아파하는 생명들을 외면한다면 그 심오한 교리는 아무런 가치도, 쓸모도 없는 이론일 뿐이다. 그래서 유마거사는 불교를 어설프게 공부한 사람들의 편협한 안목을 깨뜨려 인간의 본성을 깨우치고, 대승불교의 근본과 줄기들을 총망라해 불교공부의 진실로 돌아가는 길을 일러주었다.오늘날 한국불교에서 대강백으로 존경받는 무비 스님도 그러한 ‘유마경’ 가르침에 주목했다. 지난 2009년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서 비구니 스님들과
불교에는 목욕을 하고 소나무 아래에 나온 부처님에게 옷을 공양하는 모습을 그린 ‘제석헌의도’가 전해진다. 이때 하늘에는 가릉빈가가 날아오른다. 소나무가 간직한 강인한 기개와 변함없는 푸르름이 번뇌망상에 오염되지 않은 본래의 불심과 불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데서 비롯된 모습이다.우리나라에서 소나무는 불교뿐만 아니라 수천 년 동안 문학, 예술, 종교, 민속, 풍수사상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소나무는 이 땅의 풍토와 절묘하게 결합해 우리의 정신과 정서를 살찌우는 상징 노릇을 해왔다. 더불어 조상들은 소나무를 매개체로 활용해 생명과 장생, 절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등 불교의식은 불교음악과 불교무용이 어우러져 진행된다. 그 중에서도 불교를 종교로 갖고 있는가의 여부를 떠나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불교무용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다.불교무용은 몸과 입, 그리고 생각을 통해 삼업(三業)의 이치를 되새기는 한편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몸짓이자,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방편이다. 불교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 과정에서 보여 지는 불교무용을 바라보면서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불교무용 감상’은 대표적인
침묵하기를 즐기는 불자들의 소극적 자세는 일상의 신행생활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포교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불자들의 이러한 태도를 놓고 부처님 가르침과 스님들의 법문을 전하는데 인색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으나, 불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데 있어서 주저하는 것은 야박하거나 인색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잘 몰라서, 혹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불자들의 소극적 모습이 사회적으로 불교계를 소외받게 하고, 활동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진단한 이가 있다. B
‘진정한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지금의 삶은 자신이 마음속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일치하고 있을까?’ 그래서 ‘오늘 진정한 자신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임제선사가 ‘수처작주 입처개진’을 강조하고, 수많은 선지식들이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라’고 일러주었음에도 이러한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늘날 미국의 저명한 위빠사나 수행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타라브랙도 자신에게 명상을 배우는 수련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스승의 질문에 수련생들은 “자신의
현대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삶이 더 힘들어진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히며 생겨나는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서 스트레스·우울감 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이 마주한 마음의 병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학문이 바로 상담학이다.일반 학문분야에서 상담학이 성장하고 사회 곳곳에서 실제 활용되는 동안 불교계에서도 불교 상담학, 혹은 불교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분야 연구가 진행됐고 이론체계도 갖추게 됐다. 이미 부처님 당시부터 마음의 문제를 깊게 다뤘기에 오히려
코로나19로 면역력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면서 명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명상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명상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마음의 안정과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명상을 찾기도 한다. 때문에 온갖 종류의 명상센터가 생겨나고, 다양한 명상앱이 개발돼 디지털 명상까지 활성화될 정도로 명상이 일상화되고 있다.그러나 명상이 수행의 범주를 벗어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고
‘할(喝)!’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생전 처음 이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소리를 들을 만큼 명석함을 자랑하던 사람도 이 소리 끝에 처참하게 깨졌고, 일자무식의 나무꾼도 이 소리 끝에 환하게 깨쳤다. ‘갈파하다’라는 말의 뿌리이기도 한 이 소리는 곧 후학의 공부를 경책하고 이끄는 깨달은 선사의 외침 소리다. 선문답을 나눌 때 상대방의 잘못된 생각과 막힌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버럭 내지르는 소리가 바로 ‘할’인 것이다.선문답에는 바로 이러한 선사들의 번뜩이는 기지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열풍처럼 일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유행어처럼 퍼지고, 새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불교계도 다르지 않았으며, 인공지능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인공지능을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은 이에 대한 불교적 해답을 일정부분 제시하려 노력했다. 불교학, 일반시스템이론, 심층생태학을 연구한 생태철학자 조애너 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명상하기와 사랑하기에요. 늘 깨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저를 바꾸어 깊어지는 것이 명상이요, 따뜻한 눈길과 끝없는 관심에서 어리어 오르는 것이 사랑입니다.”‘법정 스님’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소유’를 먼저 떠올리지만, 스님이 했던 이 말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변택주는 ‘사랑’을 먼저 떠올린다. 스님 생전에 12년 동안 스님이 법문하는 법회를 진행했던 그는 평소 스님 가르침을 따라 일상에서 마음을 가다듬어 제대로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그리고 법정 스님의 입적 10주기를 맞아 스님이 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월간 ‘불광’이 ‘2020년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됐다.(사)한국잡지협회가 잡지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잡지 산업 진흥을 위해 매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선정하는 우수콘텐츠 잡지에서 문화‧예술‧종교지 분야 우수콘텐츠로 선정된 ‘불광’은 2020년 우수콘텐츠 잡지 선정증 및 고로를 사용할 수 있다. 또 매월 문화소외지역 및 관련 시설에 잡지 보급을 지원받게 된다.한국잡지협회는 문화‧예술‧종교지 분야를 비롯해 시사‧경제‧교양지, 여성‧생활정보지, 스포츠‧취미‧레저지, 과학‧기술지, 산업‧농수축산지, 교육‧법률‧학습지
조선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윤기는 스님들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를 둘러보고는 연화세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선가의 기묘한 하고많은 이적들을/ 송광사의 스님들이 나에게 자랑하며/ 능견난사 그릇은 신이 만든 것이요/ 부처의 어금니는 보배로 전한다네/ 작은 감실 불상들은 털사자를 걸터타고/ 금란가사 못지않은 두 짝의 목욕신과/ 보조국사 남기신 사리도 남아있어/ 이 날은 연화세계 앉아있다 말하네”라고 전했다. ‘능견난사’ ‘부처님 치아사리’ ‘목조삼존불감’ ‘보조국사 금란가사’ 등의 성보가 송광사에 큰 자랑으로 전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삶이 소설 같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가슴에 맺히고 얽힌 사연이 적지 않은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리고 그 삶을 풀어내는 방식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그 중에 삶을 시로 승화시키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감정과 환경을 잘 조화시켜서 쓴 시들은 곧 삶의 ‘화두’로 삼아도 될 만큼 웅숭깊다.이 책 ‘너의 그리움이 화두가 되어’는 중국에서 유학하고 대혜의 ‘서장’에 천착해온 지상 스님이 ‘서장’을 비롯해 중국 당‧송시대 한시 등을 풀어내고, 불교적 해설을 붙여 흐트러진 마음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어딘가 꼭
“다시금 배낭여행 길에 나선다. 배낭을 맨 채 신발 끈을 조여매고는 바람처럼 떠나가는 길. 그 길 위에서 새로운 길과 희망, 깨달음의 나날이기를…. 여행과 수행, 그리고 인생길은 다만 하나로 돌아가나니 그 하나가 무엇인고?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건 중밖에 없음이라! 버림과 떠남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여행과 수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의 여행자라고 말하는 진광 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이 수행자와 순례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여행기에 그림을 덧붙여 펴냈다. ‘세계는 한
‘월인석보’와 ‘삼국유사’로 K-Classic의 세계화에 나선 정진원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원이 인도 델리에서 한국불교로 불교를 알리는 강의를 진행했다.지난 2010년부터 유럽을 기점으로 “포스트 한류는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에 있다”며 ‘K-Classic 한국학’을 주창해온 정 박사는 2월13일부터 18일까지 인도 델리 소재 국립 네루대학과 국립 델리대학에서 3회에 걸쳐 특강을 가졌다.정 박사가 2월13일 네루대학 한국학과 멀티미디어 KOREA CORNER 강의실에서 ‘월인석보가 한류의 미래이다’를 주제로 진행한 1차 특강에
“중도로 깨달음의 길에 들어가라! 불국토를 이루라!”석전 박한영 스님의 유훈은 짧고 강렬했다. “중도로 완성되는 사람이 바로 부처님 경지의 첫머리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후학들을 경책했던 스님이 수행자로서 이 땅의 불자와 전 국민들에게 들려준 마지막 가르침은 바로 ‘중도’였다.석전 스님(1870∼1948)은 불교계의 유신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외세에 대응한 근대 선각승이다. 부친을 일찍 여의고 유년시절부터 농사를 지으면서도 ‘통사’와 ‘사서삼경’을 통달할 정도로 학문적으로 성숙했던 스님은 1888년 19세에 출가한 이래 1890년 백양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과 생명체 중에서 원인과 조건 없이 무(無)로부터 나온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바로 부처님이 깨닫고 전한 진리인 연기(緣起)다.이 책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는 생명과학과 불교가 맞닿는 지점을 연기와 공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있다. 결론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연기와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또 예측해야만 제대로 된 생명과학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유선경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와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에서부터 철
“참으로 죽은 듯이 십 년이나 이십 년 아니 몇 생이라도 이 진실한 생명의 모습을 참구하라. 일체 존재하는바 허망하지 않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던가? 어떠한 일이 이 세상에 일찍이 그대 속을 아프지 않게 떳떳이 존재해 있더란 말인가? 찬바람 따라 지워져 가는 낡은 잎새들처럼 가슴속 부질없는 열기 식히며 헛된 상념들 잊고 싶다. 이제 두 번 다시 기웃거림 없이 오래 그리고 조용히 정진하고 싶다. 깊이깊이 참구에 들고 싶다.”수좌 적명 스님은 세납 40대인 1980년에 ‘진실의 탐구’란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기웃거림 없이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