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고맙지 않은 게 없다. 내가 지닌 학용품을 보자. 공부에 쓰이는 연필과 지우개부터 그렇다. 연필은 한 어린이를 위해 글씨를 써주고 있다. 몸을 아프게 깎아야 일을 할 수 있다. 지우개는 제 몸이 닳으면서 한 어린이의 공부를 돕는다.필통이 그렇다. 책가방이 그렇다. 신이 그렇고 신주머니가 그렇다. 옷이 그렇고, 모자가 그렇다. 교실을 둘러보면, 교실이 그렇고, 책상이 그렇고, 의자가 그렇고, 칠판이 그렇고, 칠판지우개가 그렇다. 자연을 둘러보면 해님이 그렇고, 달님이 그렇고, 초록빛깔의 숲이 그렇고, 물이 그렇고, 공기가 그
2021연재모음
2020.09.15 10:00
신현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