井底泥牛吼月 雲間木馬嘶風정저니우후월 운간목마시풍把斷乾坤世界 誰分南北西東파단건곤세계 수분남북서동(우물 밑에서 진흙 소가 달을 보고 울고 / 구름 사이의 목마는 바람에 우는구나! / 건곤의 세계를 꽉 잡아끊으니/뉘라서 동서남북을 나누겠는가?)‘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 제5권 제172번째 공안의 언어를 살펴보자. 석두희천(石頭希遷 700~791) 선사가 수시하기를 “언어와 동작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여기에 대해 약산유엄(藥山惟儼 745~828) 선사가 말하기를 “언어와 동작이 아니더라도 쓸모가 없습니다.” 이에 석두가 말하기를 “
우리는 만물이 삼차원적 존재로서 시간이 경과하며 변화를 겪어도 동일한 대상으로 지속한다고 믿는다. 3차원적 물체인 바위, 나무, 동물, 그리고 우리 인간 모두 시간 속에서 한 동안 존재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4차원적 존재’라는 이 글의 제목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이름같이 들리고, 이번 글에서는 4차원에서 온 외계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은 공상과학과는 아무 상관없다. 나는 만물이 3차원적 존재가 아니라 실은 4차원적 존재라는 점을 논하려 한다.만물이 4차원적 존재라니, 무슨 뜻인가
남자는 환희에 차서 부인에게 말한다. “드디어 은퇴야! 이제 우리 마음대로 살 수 있어.” 평생 동안 직장에 인생을 담보 잡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매일매일 쳐내듯 하며 살아온 그는 드디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눈앞에 펼쳐진 것을 본다. 이제 비로소 삶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부인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이제 여행도 갈 수 있어! 어디로든 떠날까?” 하자 부인은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지금? 봄에 가자.”남편의 어떤 근사한 제안도 부인을 함께 들뜨게 하지 못한다. “그럼 같이 외국어나 배울까
1차 결집은 마하가섭존자의 주재 하에 500명의 대덕 비구들이 추인하고 합송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삼장 가운데에 맨 먼저 정립된 것은 율장이다. 율장은 지계제일의 제자 우팔리존자가 가섭 존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예컨대 이런 방식이다.가섭존자: “우팔리존자여, 어디에서 첫 번째 빠라지까가 정해졌습니까?”우팔리존자: “예, 웨살리에서입니다.”가섭존자: “누구에 대해서 그와 같은 율을 말씀하셨습니까?”우팔리존자: “수딘나 깔란다뿟따에 대해서입니다.”가섭존자: “무슨 문제에 관한 것입니까?”우팔리존자: “성행위에 관한
100여년 만에 가장 빨리 개화한 벚꽃이 주말을 지나면서 적잖이 떨어졌다. 그래서 마곡사 가는 길도 기대하지 않았다.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의 길에는 경계를 나누지 않은 넓은 공간이 있어 강요하지 않아 편안하다. 해탈문 옆에 핀 벚꽃이 바람이 불 때마다 꽃비가 되어 내린다. 꽃비를 맞으며 한참 서있다가 극락에서 세상으로 돌아가듯 다시 해탈문과 천왕문을 통과해 극락교를 건넜다. 해탈문을 지나 희지천을 건넜으니 사바세계를 벗어나 극락세계에 들어온 것일까? 연등에 둘러싸인 5층 석탑, 석탑 뒤 대광보전, 대광보전 뒤로 올라 대웅보전, 극락교
신라는 3국을 통일해 원신라에 비해 3배의 영토와 인구를 지배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정치·경제·사회·사상·종교·예술 등 문화전반에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다.신라인 자신은 이러한 변화를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인식하였다. ‘삼국사기’에서는 28대 진덕여왕(647~654)에서 29대 태종무열왕(654~661)으로의 교체를 ‘상대(上代)’에서 ‘중대(中代)’로, 그리고 ‘삼국유사’에서는 ‘중고(中古)’에서 ‘하고(下古)’로 바뀐 것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발전은 불교계에도 영향을 미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였
“걸핏하면 3대 사업(교육, 역경, 포교)이 어떻고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만큼 그 일은 시급한 저희들의 과제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긴요한 것이 당신의 혜명을 이어받을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임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이 없다는 이 집안이기 때문에….그런데 이런 일들은 지금껏 입으로만 축문처럼 외워지고 있을 뿐 실제로는 거의 무시되고 있습니다. 지금 몇몇 사원에서 벌이고 있는 강원이나 선방이라는 것도 진정한 의미에서 당신의 뜻을 이어받을 눈 밝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한낱 도량 장엄 정도로
쭌다(Cunda)는 말라(Malla)국의 수도 빠와(Pāvā)에 살았던 금세공인(kammāraputta)이었다. 그를 흔히 ‘대장장이의 아들’이라고 번역한다. 고대 인도에서는 금속을 다루는 자를 모두 대장장이(kammāra)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금・은・쇠 등 주로 어떤 금속을 다루는지로 더욱 세밀하게 장인의 종류를 구분했다. 쭌다는 금을 주로 다루는 장인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쭌다를 ‘금세공인’이라고 번역한다.붓다는 만년에 꾸시나라(Kusināra)로 가는 길에 빠와에 도착하여 쭌다의 망고 숲에 잠시 머물렀다. 그때 붓
승이 수산에게 물었다. “저는 어떤 마음으로 수행하면 좋겠습니까.” 수산이 말했다. “야속하게도 그대의 질문은 이미 늦어버렸다.”수산성념(首山省念, 926~993)은 보응성념(寶應省念)이라고도 하는데, 중국 임제종 제4조 풍혈연소의 법사로서 산동성 액현(掖縣)의 내주(萊州) 출신으로 속성은 적(狄)씨이다. 풍혈에게 득법하고 하남성 임여(臨汝)의 여주(汝州) 수산(首山)에 주석하였다. 후에 옥안산(玉安山)의 광교선원(廣敎禪院) 및 보응선원(寶應禪院)에 주석하여 그곳의 제1세가 되었다.모든 행위가 마찬가지이지만 선수행의 경우에도 마음을
당나라의 한유는 ‘논불골표(論佛骨表)’라는 글을 통해 불교를 비판하는데, 그 비판의 내용 중 일부가 “군신의 의와 부자의 정도 알지 못한다”이다. 정도전 또한 “불씨잡변”이란 책에서 같은 이야기로 불교를 비판한다. 불교가 출가라는 형식을 통해 가정을 떠나 독신의 생활을 하는 것이 유자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효(孝)를 인륜의 근본으로 보는 입장에서 보면 더욱 더 불교의 출가는 비윤리적인 것이었다.그렇다면 불교는, 아니 정확히 부처님은 효에 대해 어떠한 가르침을 주셨을까. 출가 사문이기에 부모에 대한 효에
노란 개나리꽃 같은 봄 햇살이 수줍은 살구꽃처럼 흩어진다. 나른하기는 하지만 못 견딜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다. 따뜻한 봄날의 오후다. 어딜 가도 꽃이니까 아무 데서나 봄이다. 속속들이 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봄을 노래하는 꽃들 가운데서도 벚꽃과 살구꽃을 좋아한다. 벚꽃은 다른 사람도 좋아하지만, 살구꽃은 나만 좋아한다는 비유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벚꽃은 화려해서 좋고, 살구꽃은 예뻐서 좋다는 말로도 표현하고 싶다. 봄은 벚꽃과 살구꽃을 보유한 계절의 여왕이다. 신촌 금화터널 부근을 지나다 주택 담장 위로 살구꽃 가지 하나가 힘
‘미얀마 사태’에 관한 글을 또 써야하는 마음이 퍽 참담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몸소 겪은 세대이기에 그 마음은 더욱 참괴하다. 전쟁에서도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막’ 대하지는 않는다. 전범 재판이 두려우므로. 동물에게조차 동물권이 있다. 하지만 지금 미얀마 국민에겐 법도 없고 인권도 없다. 오직 (짐승만도 못한) 무참한 살육과 도륙만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인간이 망각의 존재’라는 것이다. 불과 2년 전(2019년), 중국으로의 범죄인 송환법 철폐 등에 반대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벌인 홍콩 민주화 시위(10명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