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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연대, 누가 연대 이름을 이용하는가

  • 기자칼럼
  • 입력 2018.06.05 12:29
  • 수정 2018.06.06 11:02
  • 호수 1443
  • 댓글 0

[기자칼럼] 남수연 기자

연대단체 동의없이 ‘성불연대’ 사용
반대하면 해당 단체 삭제하고 발표
자신들 비판엔 알레르기 반응 보여

노숙령 지혜로운 여성 이사장, 백경임 한국불교상담학회장,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등 4인이 성평등불교연대(이하 성불연대)라는 이름으로 ‘법보신문의 보도에 대한 성평등불교연대의 입장’을 6월4일 또다시 발표했다. 지난 5월18일 ‘법보신문의 편파보도를 비판한다’는 입장문에 이어 법보신문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A4용지 5장에 달하는 긴 내용의 입장문이지만 앞서의 문건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다시 재론하거나 그 사이 법보신문이 보도한 ‘성불연대 성명, 소속단체 동의도 없었다’ ‘전국비구니회·선미모 “성불연대 해체” 요구’ ‘부끄러워해야할 성불연대’라는 기사 및 칼럼에 대한 불편한 심기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일각의 의혹 제기만으로 “책임질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퇴진 운동” 등등 타인의 문제에는 모질게 비판하더니 정작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는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고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엄포성 강경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성불연대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성불연대가 말하는 ‘단호한 대응’이라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성불연대가 차후 진행하면 될 것이다.

다만 그동안 발표한 입장문을 살펴보면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성불연대의 정체성이다.

성불연대가 5월3일 발표한 ‘PD수첩에서 드러난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범계행위에 대한 우리의 입장문’은 ‘성평등불교연대’라는 연대의 명칭으로 발표됐다. 그런가하면 5월18일자 ‘법보신문의 편파보도를 비판한다’는 문건은 ‘성평등불교연대’라는 이름 아래 성불연대 결성에 동참했던 18개 연대의 모든 단체명이 기입된 상태였다. 또 6월1일 발표한 ‘종단은 “PD수첩에서 방송된 직지사 주지 법등스님의 비구니자매 성폭력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에서는 18개 단체에서 5개 단체가 빠진 13개 단체가 성평등불교연대에 단체명을 올렸다. 그리고 6월4일 ‘법보신문의 보도에 대한 성평등불교연대의 입장’에서는 5명의 공동대표 가운데 4명의 이름만 명기했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지금까지 명확히 확인된 사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성불연대 스스로 밝히듯 ‘(연대명으로 발표되는 성명이나 논평은) 개별 단체가 반대하는 경우 해당 단체명은 빼고 동의하는 단체명으로 배포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때는 18개 단체, 어떤 때는 13개 단체로 발표되는 차이가 생겼다. 또 공동대표 4명만의 이름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또 하나는 성불연대 스스로 밝힌 것과는 달리 18개 단체가 모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18개 단체의 명칭을 명시하면서 ‘성평등불교연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명확히 있었다는 점이다. 5월18일 ‘법보신문의 편파보도를 비판한다’는 입장문이 이 같은 경우였다. 이에 대해 법보신문은 이미 앞서 보도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18개 단체(비록 동의하지 않은 곳이 있는 경우라 해도)든 14개 단체든 혹은 공동대표 4명만의 이름으로 발표되든 예외 없이 ‘성평등불교연대’임을 천명하고 있는 점이다. 이렇게 발표 주체가 그때그때 바뀌는 상황에서 성평등불교연대란 도대체 어떤 단체를 일컫는 명칭인지 그 정체성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연대에 가입된 18개 단체 가운데 누구든 뜻이 맞는 단체들끼리 동의만 된다면 ‘성평등불교연대’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낼 수 있다는 뜻인가. 적어도 두 단체 이상이 있어야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두개 단체 이상이면 의견이 맞는 단체들끼리 성평등불교연대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성평등불교연대’라는 이름을 자유로이 쓸 수 있는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특정사안에 대해 찬성하지 않은 단체의 경우 의도치 않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성불연대가 발표한 ‘PD수첩에서 방송된 직지사 주지 법등 스님의 비구니자매 성폭력사건’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전국비구니회의 경우 인터넷매체로부터 “폭행 피해 당사자가 비구니스님들로 밝혀진 이번 사태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함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라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안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에 대한 비판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국비구니회의 입장이 마치 의도를 갖고 비판을 외면하는 것처럼 호도돼 버린 것이다.

최근 전국비구니회나 선학원의미래를생각하는모임(이하 선미모) 등에서 연대종결 및 해체를 제안한 것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성불연대는 선학원 법진 이사장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연대의 활동 방향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났고 이후 불거진 개별 사안들에 대한 입장과 대응 방식에 각 단체들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더 이상 연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대종결을 제안하거나 연대활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단체들의 입장이다. 의견이 맞는 단체들끼리 다시 연대를 구성해 활동하면 된다는 점도 제안돼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여전히 성불연대라는 이름으로 그때그때 다른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법보신문은 향후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주시할 것이다. 연대라는 이름으로 여론을 좌지우지하거나 연대의 이름 뒤에 숨어 타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이 이뤄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연대는 단체들 모두가 평등한 권한과 자격으로 뜻을 모아 만든 것이지 연대 자체가 하나의 상위단체로 군림하면서 소속단체들을 그때그때 넣었다 뺐다 하며 단체들을 하위기관처럼 다룰 수 있는 권력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4명의 공동대표들은 최근 성불연대의 활동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법적 책임” 운운하는가 하면, 인터뷰를 정말 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댓글까지 달았는지 따지기도 했다. 심지어 성불연대에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내용으로 성명이 나갔는지 전해 듣지도 못한 채 자신들의 단체 이름이 이용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아야할 입장이건만 오히려 사과를 강요당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성불연대가 두 차례에 걸쳐 법보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있는 많은 질문 중 두 가지만 다시 제기하고자 한다.

현응 스님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신상을 가장 먼저 공개한 단체는 인터넷매체인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였다. 두 단체는 이미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올리며 자신들의 공개를 시인했다. 성불연대는 이 사실을 모르는가, 아는가. 모를 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알면서도 법보신문이 신상을 공개했다는 주장을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수연 기자
남수연 기자

‘법보신문의 편파보도를 비판한다’는 입장문에는 내용을 모르거나 동의하지 않은 단체들의 이름이 명기돼 있었다. 그렇다면 성불연대의 주장대로 논평이나 성명이 아닌 입장문은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연대 단체들의 이름을 이용해 발표해도 된다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비구니회와 선미모가 연대종결 및 해체를 요구했다. 또한 더 이상 연대활동을 희망하지 않는 단체들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성불연대의 정체성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하다. 연대를 결성했던 단체들이 연대의 해체를 요구하고 연대의 활동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도 성불연대라는 이름이 유효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 결정을 내리는 연대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질문의 요지를 잘 파악하고 정확한 답변을 해주길 바란다.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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