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가 일제강점기 밀반출됐다 국내로 반환됐지만 원소장처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의 환지본처를 위해 환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르면 6월 초부터 환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월정사에 따르면 환수위원회는 사찰을 중심으로 신도단체, 지역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범도민 위원회로 구성된다. 불자·도민들로 위원회 내실을 다진 후 범국민 서명운동으로 실록·의궤 반환 정당성을 적극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국회의원과도 네트워크를 구성해 국회에서 환수위원회 의견이 반영되도록 나설 계획이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임에도 정부가 뚜렷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가 돌아올 수 있도록 여론을 모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는 현재 고궁국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2006년 오대산사고본 실록이 처음 돌아왔을 당시 불교계와 민간단체들은 환지본처를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월정사에는 오대산사고를 보존 관리할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다만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관리할 능력·인력·예산이 없으니 갖춰지면 오대산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월정사는 2019년 9월 오대산에 3537m² 규모의 지상 2층 조선왕조실록·의궤 박물관을 완공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 반환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문화재 주권, 반환 청구권을 상실해 정부 역할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민간의 노력으로 실록·의궤가 돌아왔지만 그 성과를 정부가 모르쇠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85호 / 2021년 5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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