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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무능 정부가 부른 비극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2.11.06 16:38
  • 수정 2022.11.06 22:52
  • 호수 1656
  • 댓글 0

엄청난 인파 예측 충분 가능
군중 통제‧안전 조치 ‘부실’
국가재난 시스템 사실상 붕괴
“할 만큼 했다” 책임 회피 

“뜻밖의 사고로 생을 달리한 꽃다운 영가님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불교계가 깊은 애도를 표했다. 아울러 “이번 핼러윈 데이에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 배치된 경찰력은 200여명에 불과했다. 세월호 아픔도 여전한데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경찰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다. 이에따라 불교계는 “참변의 원인과 과정을 철저히 살펴 더이상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의 희생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힘과 동시에 재발을 방지하는 국가재난 시스템 재구축을 촉구했다.

10월29일 밤 발생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총 156명(11월4일 오후 6시 현재)이다. 사건 발생 직후의 정부 대응은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희생자 신원조차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속한 사고 수습보다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정부는 ‘참사‧희생자’가 아닌 ‘사고‧사망자’로 표현하려는데 급급했다. 합동 분향소에서의 영정과 위패는 생략하고,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이태원을 찾는 관광객 감소와 자영업자의 경제적 피해를 우려한 것이라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한결같이 ‘주최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는데, 주최가 뚜렷하지 않을수록 정부는 더 긴장하며 주도면밀하게 사전 조치를 강화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해야 한다. 한마디로 책임 회피성 발언만 연이어 내놓은 정부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참사 초기 핼러윈 데이 참여 인파와 관련해 “그 전과 비교할 때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건 아니었다”고 했다. 무책임한 말이다. 이태원역‧한강진역‧녹사평역은 서로 1km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두고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이 지역 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세 지하철역의 이용객 상당수가 이태원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10월29일 세 역의 이용객은 19만8404명에 달했다. 코로나 이전보다 30% 급증한 수치다. 참사 직후 경찰이 추산한 10만 인파보다 2배인 20만명에 육박했다.

또한 이상민 장관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이 또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이태원 핼러윈 데이에 참여하는 인파는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리면서 엄청난 인파가 집중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경찰 병력을 최대한 투입해 군중을 통제해야 했다. 최소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이 ‘병목 지점’이라는 점을 파악하여 안전 조치를 취해야 했다. 137명의 경찰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군중 통제가 아닌 범죄예방에 집중된 인력이었다.

참사 발생 시각은 10월29일 밤 10시15분께다. 사건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34분 “인파가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최초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이후에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넘어지고 다치고 하고 난리다.” “인원통제가 필요하다” 등의 신고가 이어졌다. 참사 4시간 전부터 11건의 ‘압사 신고’가 빗발쳤음에도 경찰이 조치한 건 4건에 불과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 경찰관의 지원요청이 있었지만 거절당했고 인근 대기 기동대도 출동하지 않았다. 목숨을 잃은 대부분이 20대 청년이었기에 국민의 가슴은 더더욱 저렸다. 그 엄중한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의 책임성’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웃음을 띤 채 농담까지 했다. 

한 가지 분명하게 짚어야겠다. 이번 참사는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누군가 고의로 밀어서’ 발생한 사건도 아니다. 군중을 통제‧관리하지 못해 부른 비극이다. 따라서 참사의 책임은 그곳에 있었던 군중이 아닌, 엄청난 인파가 운집될 게 분명함에도 사전 조치와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 지자체·경찰·소방 연결 재난통신망조차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세월호 참사’에 이어 국가재난 시스템이 또다시 무너졌음을 목도하고 있는 국민은 절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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