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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uddhism 세계 중심에 서다] 1. 한류문화 선도하는 불교 콘텐츠

  • 새해특집
  • 입력 2022.12.28 15:20
  • 수정 2023.01.02 16:54
  • 호수 1663
  • 댓글 8

극중 사찰 배경·스님 등장은
한국드라마·영화 ‘흥행 공식’

‘헤어질 결심’ 감독·배우 꼽은
최고 명장면 ‘비오는 송광사’
‘스님’ 등장으로 깊이 더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 ‘겸덕’과
빈센조 극중 난약사 두 스님
OTT 타고 세계 팬덤 형성

“우는구나, 마침내.”

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 서래(탕웨이 분)가 이어폰으로 해준(박해일 분)의 음성 녹음을 듣다 눈물을 왈칵 쏟는다. 들키기 싫었던 모습인 양 서래는 “젠장”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해준은 “거, 부처님 앞에서 참”하고 머쓱해하는 서래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종고루'에서는 마주 선 채 커다란 법고를 “퉁퉁” 번갈아 두드린다. 아끼고 숨겨왔던 마음을 열고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결정적 장면. 낭만적인 우중 데이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경은 다름아닌 ‘승보사찰’ 순천 송광사이다.

전 세계 한류(韓流) 팬 숫자가 1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52개 재외공관과 협력해 발간한 ‘2021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세계 각지 한류 팬 숫자는 2021년 12월 기준 1억5660만명이다. 2012년(당시 926만명) 첫 조사 시작 이래 17배 늘어난 숫자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류를 주도하는 나라가 더이상 ‘아시아’가 아니라는 것. 이젠 ‘북미·유럽’이 한류 열풍의 중심지가 됐다. 특히 미주 지역은 10년 사이 한류 팬이 22배나 늘었다.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마저 2022년 11월 “어떻게 한국 대중문화는 서방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를 주제로 한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전세계 미디어와 문화계, 경제계가 주목하는 뜨거운 화두 가운데 하나가 바로 ‘K콘텐츠’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 영화·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는 게 바로 ‘불교 콘텐츠’라는 점이다. 최근 소위 ‘대박’을 터트린 콘텐츠들에는 사찰과 스님이 등장한다는 공식이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인스타그램으로 “올해 가장 좋았던 영화 중 하나”로 ‘헤어질 결심’을 소개했다. 이 영화가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을 잇는 한류 기대작인 이유다. 138분 러닝타임(상영시간)에서 김지용 촬영감독과 탕웨이가 꼽은 최고의 한 장면은 ‘송광사씬’. “처음부터 좋았습니다. 날 책임진 형사가 품위 있어서”라고 서래가 해준에게 수줍게 고백을 한 장소인 ‘우화각(羽化閣)’부터 우산을 쓰고 고색창연한 누각 아래를 다정하게 걸었던 ‘침계루’, 해준이 풀린 신발 끈을 묶은 ‘감로탑’ 계단까지. 송광사 누각의 빛바랜 단청은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어우러지며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2022년 봄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라는 대사로 안방극장에 ‘추앙 신드롬’을 일으킨 ‘나의 해방일지’ 명장면도 파주 약천사에서 탄생했다. 시청자들에게 잊지 못할 명장면을 선사한 ‘무지개 엔딩’의 그 장소다. 그간 한 번도 채워진 적 없던, 또 누군가를 채워줘 본 적도 없는 막내 미정(김지원 분)과 외지인 구씨(손석구 분)가 ‘추앙’이라는 단어를 두고 서로 경계하다가 그 시선이 관찰, 관심으로 확장하는 순간 닿은 곳. 바로 사찰이다. 대웅전 계단에 앉은 두 주인공 앞으로 환한 무지개가 뜬 이 장면이 끝난 뒤 ‘해방일지’에는 “엔딩 맛집”이란 별명이 붙었다. ‘나의 해방일지’도 넷플릭스 TV부문(비영어권) 5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20주 동안 비영어 TV쇼 글로벌 톱10에 오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유인식 감독)와 비영어권 드라마 순위 5위 ‘마이네임’(김진민 감독)에도 제주 관음사와 부산 해동용궁사가 주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찰 배경만 ‘흥행 비결’이 아니다. 극중 ‘깊이’를 더할 땐 세속을 등지고 출가한 스님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 겸덕 스님(박해준 분)이 대표적이다. 겸덕 스님은 늘 1등을 도맡아 하던 수재지만 일찍이 속세를 등지고 출가한 인물. 아들인 동훈(이선균 분)의 친구지만 마음이 답답한 일이 생기면 삼형제의 노모 요순(고두심 분)은 겸덕 스님(박해준 분)의 절을 찾는다. 스님이 곁에 앉아 삶의 고됨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요순은 위안을 얻는다. 겸덕 스님은 극중 그런 존재다.

동훈이 회사·집·인간 관계로 지칠대로 지쳐 방황할 땐 죽비를 내리치는 스승이 되기도 한다. 동훈이 문자를 보낸다. “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 몸을 질질 이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그러자 겸덕 스님은 답한다. “니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근.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동훈이 툇마루에 앉아 무거운 마음을 ‘툭’ 털어놓자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도 돼”라고 진심어린 위로를 전하기도. 강화 정수사에서 촬영한 이 장면은 동훈만이 아니라 많은 시청자에게도 커다란 여운을 남겼고 ‘열혈 팬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나의 아저씨’가 한국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상위권 순위를 유지 중인 이유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의 신조어) 이미지가 아닌 유쾌 발랄한 수행자 매력으로 세계인을 ‘홀린’ 드라마도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 세계 1위인 넷플릭스의 국내 및 아시아 각국 ‘오늘의 TOP10'에서 1위를, 전세계 드라마 순위에서는 4위를 기록한 드라마, ‘빈센조’다. 이 드라마는 이탈리아 마피아 밑에서 일했던 한국인 변호사 빈센조(송중기 분)가 조직 배신으로 국내로 돌아온 뒤 낡은 상가 건물 ‘금가프라자’ 지하밀실의 금괴를 찾고 대기업·검·경·언론을 ‘악당’의 방식으로 처단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중 주인공 빈센조가 애타게 찾는 금고문 위치가 수많은 상가 중 도심포교당 난약사, 그것도 주지 적하 스님(리우진 분)이 가부좌를 틀고 있는 방석 아래 있다. ‘꿈쩍’ 않고 참선하는 적하 스님에 난감해하는 빈센조의 모습이 극중 웃음 포인트. 함께 지내는 채신 스님(권승우 분)도 특유의 순수함으로 긴장된 장면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두 스님의 매력에 ‘큰스님·작은스님’ 팬덤까지 형성됐을 정도.

난약사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외국인 커플을 향해 부르는 “목탁 콩글리시 축가”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명장면 가운데 하나다. 스님들 활약이 돋보인 ‘빈센조’(1.9%)는 ‘2021 지구촌 한류 현황’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1.2%), ‘사랑의 불시착’(2.2%)에 이어 ‘해외에서 가장 선호하는 한국드라마’ 3위이다.

‘사찰과 스님이 흥행 비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한국문화 저변에 K불교가 흐르기 때문이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63호 / 2023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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