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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새 참모진 개편에 “불교 소통 창구 꽉 막혔다”

  • 교계
  • 입력 2023.11.09 20:00
  • 수정 2023.11.10 17:32
  • 호수 1704
  • 댓글 10

대통령실,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참모진 교체 가동
종교계 관계 조율 맡는 시민사회수석에 '안수 집사'
유일한 불자 이진복 수석은 이달중 대통령실 떠나
장관부터 여당 주요 인사까지 기독교인 다수 차지
‘기독교 편향 정책’ ‘불교 인사 패싱’과 무관치 않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월18일 오찬을 가진 뒤 산책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월18일 오찬을 가진 뒤 산책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앞둔 참모진 교체와 맞물려 대통령실을 개편한다.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교체가 이뤄진다. 차기 정무수석으로는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홍보수석으로는 이도운 대변인 기용이 점쳐진다. 그러나 시민단체·종교계와의 관계 조율을 맡는 시민사회수석으로 대한예수장로회 안수집사인 김정수 전 육군사관학교장을 앉힐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유일한 불자였던 이진복 정무수석마저 대통령실을 벗어난다. 2기 참모진 가운데 불자는 완전히 배제될 전망이다. 이에 "현 정부가 불교계와 소통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수석 후보 김정수 전 육군사관학교장은 대한예수장로회 안수집사이다. 집사는 교회를 돌보고 목사·장로를 지원한다. 이중 '안수집사'는 임시직인 '서리집사'와 달리 항존직(종신직)에 해당한다. 김 후보는 2013년 11월 선봉대 교회에서 안수집사 임직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집회가 금지됐던 2021년 10월에도 한국교회 대표 목회자들을 육군사관학교로 초대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육군사관학교가 (앞으로 더)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 일천만 성도가 함께 기도해야(한다)”며 예배했다. 목사들이 생도들을 격려할 수 있게 육군사관학교장이란 권위를 활용한 것이다. 이 자리에 초청된 한교총 소강석 공동대표 회장·기하성 이영훈 대표총회장·예장통합 총회장 류영모 목사·기침 총회장 고명진 목사는 김 후보에게 ‘군 복음화 및 신앙 전략화’에 헌신한 공로로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정수 전 육군사관학교사 교장. 가스펠투데이 캡처.
김정수 전 육군사관학교사 교장. 가스펠투데이 캡처.

이 후보는 중장으로 진급, 특전사령관을 거쳐 육군사관학교장이 됐을 당시에도 이임사 첫 문장에 “39년 동안 지켜주셔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적었던 전력이 있다. 성가대로 봉사할 정도로 열성적인 신자다. 군(軍) 출신 인사가 시민사회수석으로 거론되는 점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개신교 색채가 뚜렷한 인물에게 시민사회 수석을 맡기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개신교 세력 결집’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참모진 중 유일한 불자 이진복 정무수석은 이달 중 용산 대통실을 떠난다고 알려졌다. 이 정무수석을 이을 인사는 김진홍 목사가 이끌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정책실장 출신 한오섭 현 국정상황실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 후보는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월18일 오찬을 가진 뒤 산책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월18일 오찬을 가진 뒤 산책했다. [사진=대통령실]

정부 부처와 여당에도 불자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법보신문이 최근 인물 정보를 통해 행정부 20개 장관의 종교를 검토한 결과 기독교 인사는 9명인 반면 불교 인사는 1명에 불과했다. 개신교신자로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경호(기획재정부)·박진(외교부)·이상민(행정안전부)·한화진(환경부)·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이 있다. 신원식(국방부)·유인촌(문화체육관광부)·김현숙(여성가족부) 장관은 가톨릭신자다. 이중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유일한 불자로 꼽힌다.

여당 요직도 개신교 신자가 차지하면서 기독교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성공한 기독 정치인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자 나의 소명”이라며 ‘기독정치인’ 소신을 공공연히 밝혀온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당 쇄신을 외치며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한 인요한 연세대 교수는 ‘4대 째 선교사 가문’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부터 주요 행정부처, 여당까지 기독교 정치인이 주를 이루면서 “불교계 소통 창구가 꽉 막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기독교 편향 정책'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리의 헌법정신과 우리 사회의 제도, 질서가 다 성경에서 나왔다”며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된 헌법 이념을 송두리째 훼손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올해 8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내세우기 위해 1919년 출범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일제강점기 친일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1948년 건국론’을 추진해 국가 정책에 기독교관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친기독교 행보가 자연히 ‘불교 패싱 인사’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이 11월9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분과회의실에서 제1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이 11월9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분과회의실에서 제1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교육부장 덕림 스님을 비롯해 법성, 종원, 설해 스님이 함께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은 11월9일 열린 회의에서 “종교계와 소통해야 할 시민사회수석 자리에 특정 종교에 편향된 인사가 거론되는 것은 불교계와의 소통이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후보를 공식적으로 반대한다. 그럼에도 기독교 편향 인사가 강행된다면 현 정부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계종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각 부처 책임자인 장관에 이어 대통령 참모진까지 기독교 인사로 편중되면 정책 방향도 그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불교계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반영할 통로가 막힐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게 종교 편향 색깔이 확실하게 입혀져 범불교대회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만약 현 정부에도 ‘종교편향’ 프레임이 씌인다면 계속해서 편중되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입증해야 하는 괴로움이 생길 것이다. 이런 전철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 정부가 지혜로운 선택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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