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설날을 맞아 불교계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는 선물에 교회·성당·묵주 든 여인이 그려져 있어 불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더구나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이라는 기도문까지 동봉돼 있어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비판이다. 기독교 편향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인사 기용을 두고 불거진 종교편향 논란의 해소 차원에서 최근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이 직접 불자회를 이끌기로 했지만, 2월 1일 대통령실 선물 개봉 직후 조계종 총무원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1월 31일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 제복 영웅·유가족 및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인사들에게 전통주 명절선물과 대통령의 손글씨 메시지 카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 선물은 백일주(공주), 잣(가평), 유자청(고흥), 소고기 육포(횡성) 등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은 “불교계를 위해서는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를 대신해 아카시아꿀(논산), 유자청, 잣, 표고채(양양) 등을 전달한다”며 ‘특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이 발송한 설 선물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등 전국 불교계 주요 인사 수백 명에게 발송됐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보낸 ‘유자청’에는 성당이 그려져 있고, ‘잣’ 상자는 교회가 그려진 채 포장돼 있어 종교편향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우리의 기도’라고 동봉된 카드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주님,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따라 서로서로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등의 구절이 담겨 있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선물에는 한센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작품이 담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총무원 한 관계자는 “한센병 입원 환자를 응원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불교계를 위해 준비했다는 선물에 교회·성당은 물론 '아멘' 기도문까지 넣는 게 적절한 조치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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