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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의 지극한 불심 없이 석굴암 있었겠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6.06.07 18:19
  • 수정 2016.06.07 23:45
  • 댓글 0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기고
정부 문화재지침 대응 부적절
종교와 과학은 상호보완 관계
불심 배제하면 성보가치 매몰

법보신문의 첫 보도로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한 헌다 불허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가 ‘불교문화재에 대한 성보로서의 재인식이 요구된다’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홍 명예교수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비롯해 동국대 박물관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장 등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민속회장, 성보보존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불교’ ‘불교와 민속’ ‘한국불화의 연구’ ‘고려불화의 연구’ ‘삼국유사와 한국 고대문화’ ‘불화’ ‘한국불교사 연구’ ‘극락도’ ‘불교문화와 민속’ 등이 있다.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기고 전문

▲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불교를 소재로 한 문화재를 일반적으로 불교문화재라 한다. 그러나 불교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불교문화재는 신앙의 대상이거나 불교적 원력의 소산이라 하여 신비성을 부여하여 성보(聖宝)라하고 있다. 당연한 발상이다. 그러나 성보란 개념으로 성보를 보존하고 활용하려 할 때 그에 대한 분명한 방법론이 부족하여 성보를 일반문화재의 개념으로 대처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리지침에 대하여 성보로서의 대응조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지난 5월23일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한·일 국보반가사유상의 만남 전 개막식에서 한국 국보에 대한 불교의식을 불허한 사례가 그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성보에 대한 개념은 종교와 과학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음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 박사가 종교와 과학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어 주목을 끌게 한다.

“종교 없는 과학은 불구(不具)이며, 과학 없는 종교는 맹목적”이라고 하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있음이 그와 같은 것이다. 즉 사상(事象)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과 삶의 의의를 생각하는 종교는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에 있음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 그는 자신이 개발에 관여한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많은 생명을 희생시킨 것에 대하여 통탄의 목 메인 소리를 울부짖었다는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투하한 폭격기 ‘에놀라 게이’는 탑승한 기장의 어머니 이름에서 따오고 폭탄은 ‘리틀보이’라 불렀다. 참 아이러니한 발상이다.

출산의 연상과 과학이 불러올 목전의 비참한 주검, 그것은 대체 무슨 암유(暗喩)였던가. 적어도 거기에는 인간애에 바탕 한 종교심을 발견할 수는 없다. 평화를 하소연 하여온 박사는 만년에 이르러 이제 다시 태어난다면 행상인이 되든가 연관공(鉛管工)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고 한다.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행동적 평화주의자로서의 그는 과학이 의거할만한 종교로서 불교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교는 원래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길을 나타내고 있는 지성적인 종교임을 깊이 성찰하고 있었다.

이상에서 아인슈타인박사가 인지한 과학과 불교의 보완관계의 실상을 불교가 남긴 성보(聖宝)관계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문화재란 개념을 성보라는 개념으로 재인식하려는 조계종단의 입지가 불교문화재를 신앙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은 과학과 종교의 상보관계를 재인식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불교가 남긴 성보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석굴암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그 판전을 고려해 본다면 과학의 힘만으로는 풀 수 없는 신앙의 원리가 내재되어있음을 알게 된다. 천수백 년을 탈 없이 보존되어 온 석굴암을 과학의 힘만으로 보수하고 보니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수없이 발견되곤 한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그 판전도 오늘의 과학의 힘만으로는 풀 수 없는 신비성을 지니고 있음이 판전 이전공사에서 확인된바 있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흔히 몽고의 병란을 물리치기 위해 판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판각의 목적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해명되지 않는다. 몽고의 병난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려 하기에 그 생명을 지키려는 인간애를 바탕 한 깊은 불심(佛心)을 곁들여 보지 않는다면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성보로서의 가치는 매몰되고 말 것이다. 석굴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대성의 지극한 불심을 터득하지 않고는 석굴암의 신비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석굴암의 본존이 석가냐 아미타불이냐 하는 논란도 석굴암의 과학과 신앙의 상보관계를 해명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석굴암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그 판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데 만족할 일이 아니다. 전술한 성보로서의 과학과 불심의 상보관계를 폭넓게 인지하여 이를 전 세계에 유포한다면 아인슈타인의 과학과 종교의 상보관계의 인식과 더불어 우리의 성보는 인류애를 바탕 한 보편적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선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불교종단의 성보문화재 위원회의 운영도 성보에 내재되어 있는 불교와 과학과의 상보관계를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불교문화재에 대한 심의는 성보보존위원회의 의견이 참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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