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약속하고 점검하며 중생과 화목하고 수순하여 인정에 맞게 이치에 맞게 살아가도록 하라. 그리하여 범사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모든 이를 사랑하여 효의 마음이 가득하도록 하라(自相約檢 和順義理 歡樂慈孝).”이 단락에서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행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스스로 행하려면 방일하지 말고 수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약속할 줄 알아야 하고 점검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래야 몸과 마음이 청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생과 함께 지내려면 중생과 화목하여야 하고 중생의 뜻에 수순하여야 합니다. 보현보살께서는 십대원왕에서 “항
경상북도 영주 비로사(毘盧寺)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걸쳐 활동했던 진공대사(眞空大師, 869∼940년)가 중창한 곳으로 매우 오래된 절이다. 비로사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상과 함께 아미타불상이 나란히 안치되어 있는데 종래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배치 형식이다.(사진 1, 2) 이 두 불상이 처음부터 함께 봉안되었는지, 아니면 각각 다른 법당에 있었던 것을 나중에 옮겨온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비로사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원래 호분이 두껍게 칠해져 있었으나 지금은 그 위에 금이 입혀져 이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아담한 크
“있잖아, 몹시 슬퍼지면 해 지는 모습을 좋아하게 돼.” 생 떽쥐베리가 쓴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노을’하면 어린왕자가 생각났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은 워낙 작아서 고개만 서쪽으로 돌리면 언제든지 노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외로울 때만 보던 그 노을을 어느 날 외로움이 사무쳐 하루에 마흔세 번이나 바라본다. 그렇게 외로웠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던 어린왕자, 친구라곤 장미 한 송이밖에 없는 별에서 어린 왕자가 느낀 그 외로움, 고독…. 외로움과 고독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외로움이 환경이 주
세계 인구도 급증하고 기후의 파행적 변화·물 부족·석유고갈의 폭풍도 휘몰아치고 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인류를 먹여 살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급박한 당면 과제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르지만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 하나는 유럽과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제도와 거대기업에 근간한 ‘글로벌 식품시스템’이다. 이는 세계 어디든 비용이 가장 낮은 곳에서 만들어 수요가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그 대안으로 지역식품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시스템은 식량을 언제나 무한하게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 약속
때는, 당시 새로 나왔다는 ‘딱풀’이 이야기에 등장하고 삼청교육대가 언급되니 1980년대 초반에 해당한다. 이는 지방의 어느 도시에 있는 성당에서 있었다는 일로 한 가톨릭신자가 본당 주임신부님에게 입은 은혜와 관련된 이야기이다.신혼 초의 한 젊은이가 의협심에 친구를 돕다가 삼청교육대까지 한 차례 다녀온 뒤로는, 그렇잖아도 넉넉지 않은 살림에 다니던 직장에서도 쫓겨나서 동네 작은 극장에서 허드렛일이나 거들며 울분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집안 살림을 책임지게 된 그의 아내는 항상 시장 난전에서 하루를 거의 보내다시피 하였지
양수(楊修)는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오늘날의 총리인 승상 자리에 있던 조조 아래에서 주부(主簿)로 일했다. 어느 때 조조가 아랫사람에게 화원을 만들게 한 일이 있었다. 화원이 완성되자 조조는 현장으로 시찰을 나갔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화원의 문에 활(活)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떠났다.잔뜩 긴장하여 상관의 평가를 기다리던 관리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매는 것을 본 양수가 웃으며 말했다.“승상께서는 문이 너무 넓다고 하시는 거요.”“어째서 그렇습니까?”“문(門) 자에 활(活) 자를 써 넣으셨으니, 그게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가고 있다. 이런 시대상에 따라 불교 내에서도 다양한 변화와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인공지능)시대에 상응하기 위해 여러 경전과 사상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시대상에 맞는 불교의 가르침을 제안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불교적 삶에 대한 고찰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불교의 삼장(三藏) 중의 하나인 ‘율장(律藏)’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율’이나 “계율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 때 사용되는
설일체유부의 5위75법이라는 ‘다르마이론’은 초기불교에서 일체법을 5온․12처․18계로 분류하던 방식을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다양한 다르마로 해체하여 인식과 존재나 인과론 등의 여러 문제들을 설명하는 매우 독특한 체계이다. 유부의 다르마이론은 법의 실체성, 즉 ‘다르마가 삼세에 걸쳐 실체적으로 존재하고(三世實有), 그 본체는 항상 존재한다(法體恒有)’는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실재론적 사고를 드러내기 때문에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부가 제시하는 법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듯하다. ‘구사론’에서 세친은 ‘다
서울 조계사 주변의 불교용품점에 들렀다. 오래전 출판된 불서 한권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용품점 안에는 한 여성불자와 비구니스님이 있었다. 두 사람이 용품점에 함께 온 일행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후 그 불자가 “집안에 우환을 없애려면 무슨 경전을 읽어야 좋을까요?”하고 주인에게 물었다. 그는 “나보다는 스님께 직접 여쭤보는 게 좋겠네요”하면서 스님을 바라봤다.스님은 그 불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안에 우환이 많고 평온하지 못하면 ‘조왕경’을 읽으세요. 조왕님을 모시지 않아 그럴 수 있습니다. 조왕님을 정성껏 위하면 재물도
6월7일 문화재청장 일행 10여명이 강원도 원주시 법천사지를 찾아 원주시청 관계자와 ‘지광국사현묘탑(이하 ‘부도’) 이전 및 보존방안’ 등을 논의했고, 얼마 뒤 “지광국사탑을 원래 있던 법천사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부도는 조각이 뛰어나서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해서 20세기 초 이래로 숱한 고통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번 이전 결정 소식을 전하면서 ‘미인박명 지광국사탑의 파란만장한 파괴 유랑기’라고 한 일간지 기자의 한마디에 이 부도의 기구한 운명이 담겨있다.1911년 9월 일본인 모리라는 사람이 법천사 터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 살아 숨 쉬면서 삶의 궤적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땐 회상을 하고, 미래를 경험해보고 싶으면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과거와 미래로 간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예전의 기억을 재생하거나 미래의 장면을 추측할 뿐이죠. 잠시 눈을 깜빡이는 찰나, 현재는 이미 과거가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본 그것, 했던 생각, 들렸던 소리는 이미 지난 일입니다. ‘그게 뭐였더라?’하며 자꾸 뒤로 가다 보면 현재를 놓치게 됩니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질 때
우즈베키스탄 순례서 마주친 현지인들은 대부분 무슬림이다.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의 가르침에 충실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무슬림에게는 다섯 가지 의무가 있다. 마음으로 알라를 인정하고, 하루 다섯 번 예배하며, 수입의 40분의1을 헌금하고, 라마단에 금식하며 일주일에 한번 성지 메카에서 기도하는 것이다. 이 중 메카에서의 기도는 금요일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해서 매주 금요일이면 모스크마다 예배를 위한 무슬림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진다.부하라 사람들도 신앙을 위해, 교육을 위해 수많은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군종제도가 창립되던 1950년대 초에 한국사회 최대의 종교는 불교였다. 그런데 군종제도를 운영하는 어느 나라든 종교인구 면에서 최대 규모인 종교를 처음부터 배제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군종 창립 당시 불교가 참여자격을 얻지 못하였다.“군종은 군인들의 종교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현대사회의 군종제도가 정교분리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군인들의 종교자유를 보장하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에 있다. … 가장 많은 군인들이 신봉하는 종교가 배제된 상태에서
영국의 사회운동가이자 기업가인 아니타 로딕은 “변화를 위해 한 사람의 힘이 너무 작고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되면, 작은 미물인 모기 한 마리를 방에 두고 같이 잠을 자보라”고 했다. 모기 한 마리로 비해 비교가 안 될만큼 큰 당신이 밤새 얼마나 괴롭힘을 당할까 상상해보라. 한 사람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가히 상상할 수 없다. 거대한 변화는 모두 결국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얼마 전 서울 불교환경연대 사무실 앞에 위치한 불교단체인 사단법인 룸비니에 들른 적이 있다. ‘전태일 평전’을 쓰신 고 조영래 변호사님, 박세일 서울대
얼마 전 속리산 법주사를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절 마당에 우뚝 서 있는 금동미륵대불의 안내문을 읽던 어떤 방문객이 “어머, 통일을 위해 건립했다네”라는 놀란 혼잣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사찰에서 나라를 위해 이렇게 커다란 불상을 세웠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한반도에 불교가 전해진 4세기 삼국시대부터 대한민국의 현재까지 언제나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함께 한 호국불교의 전통을 잘 알지 못했나 봅니다. 주변을 살펴봐도 우리 불교가 얼마나 이 땅의 민중들의 아픔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었는지 모르는 분들이
古木千章五月涼(고목천장오월량)小樓八尺一爐香(소루팔척일로향)讀殘數紙還抛却(독산수지환포각)瞌睡居然是坐忘(갑수거연시좌망)‘일천 고목은 오월에도 서늘 여덟 자 작은 누각에는 하나의 향로. 읽다 남은 몇 장 다시 던져버리니 앉아서 잠든 이것이 좌망이로구나.’ 이숭인(李崇仁, 1349~1392)의 ‘현성사에서 글을 읽다가(玄聖寺讀書)’.화가 유숙(劉淑, 1827~1873)이 발을 멈췄다. 작은 종이 한 장과 붓 한 자루, 그리고 담아놓은 먹물을 꺼냈다. 그저 적은 양의 먹만 있으면 충분했다. 다시 앞을 바라봤다. 한 스님이 등을 구부리고 앉아
부처님 법을 정치이념으로 이 사회에 구현한다면 어떻게 전개될까? 잘 사는 나라, 부의 공평한 분배, 자비와 선의 실천, 정의의 구현, 청정한 사회, 인간뿐만 아니라 온 생명에 대한 자애, 고독한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보살핌, 죄 지은 자에 대한 위로와 용서,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한 삶, 이웃과 사람에 대한 공경, 다른 종교를 비롯한 가치와 이념들의 인정과 상호 존중 등이 아닐까? 사실 이러한 사회를 만들려고 부처님은 법을 설하신 것이 아닌가? 무아, 연기, 중도, 공 등 부처님 법의 지향점, 그것의 구체화란 바로 위에서 언급
스페인의 작곡가 마누엘 드 파야의 ‘불의 춤(Danse rituelle du feu)’을 들으면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다. 원래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설을 줄거리로 하는 파야의 발레음악 ‘사랑은 마술사(El Amor Brujo)’의 13곡 중 한 곡으로, 여러 악기에 의해 편곡되어 연주된다. 피아노곡으로 편곡된 이 작품은 특유의 호전적인 분위기로 불의 이미지가 극대화 되고 있다. 타오르는 불꽃을 형상화한 긴 트릴로 시작하는 이 춤곡은 지속되는 불협화음과 옥타브, 하강하는 선율 등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해 준다. 모호한 조성의 선
자전거는 농촌 할아버지들이 편하게 타고 달리는 고마운 친구다. 꼬마들에게는 놀이 동무다. 아기들은 바퀴 셋인 세발자전거를 타고, 몇 살 더 자라면 키에 맞는 두발자전거를 골라서 탄다. 이처럼 할아버지와 어린이들에게 고마운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바퀴를 돌리지만, 그 힘이 페달에서 크랭크, 체인을 거쳐 뒷바퀴에 전달돼 자전거가 구르게 된다. 달리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는 건 중심이 잘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큰 앞바퀴에 페달을 달고 아주 작은 뒷바퀴가 따르게 한 초기의 자전거에서, 오늘의 자전거처럼 앞바퀴 뒷바퀴가 같은 크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