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15일 밤 10시, 국립공주박물관. 바람을 쐬러 잠시 밖에 나갔던 박모씨가 당직실로 돌아와 읽고 있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날 무렵이었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고개를 든 박씨는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의 오싹함을 느꼈다. 검은 옷을 입은 괴한 두 사람이 당직실로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청원초소를 향해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괴한들의 몸놀림이 더 빨랐다. 그들은 칼과 전기충격기로 위협한 뒤 박씨의 손을 묶고 눈과 입은 테이프로 막았다. 공포에 떨고 있는 박씨의 귀에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몇
1995년 1월27일, 겨울밤 깊은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은 순천 송광사. 암흑 속에 몸을 숨긴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경내에 잠입했다.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푸른 안광과 하얀 입김만이 가물가물하게 흔들리고 있을 뿐, 누구도 이들의 수상쩍은 움직임을 목격하지 못했다. 국보 56호 국사전 앞에 당도하자 나지막한 탄식이 새어나왔다. 이 순간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터였다. 이윽고 그림자들이 하나둘씩 국사전 뒤쪽으로 숨어들었다. 송광사는 다시 짙은 적막에 잠겼다.한겨울 야음 틈타 경내 잠입국사전에서 진영 모두
1974년 10월9일 오전 8시. 전매청 신탄진 연초제조창 직원들이 순천 송광사 종무소를 찾았다. 한글날 휴일을 맞아 사찰 구경을 하고 성보박물관도 관람할 요량이었다. 재무스님에게 열쇠를 받은 총무스님이 전매청 직원들을 안내해 성보박물관에 이르렀을 때였다. 문 앞에 선 일행은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굳게 잠겨 있어야 할 바깥문이 활짝 열려 있고, 더구나 속문에 걸려 있던 주먹 크기만 한 자물쇠는 뜯긴 채 한쪽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뭔가를 직감한 스님이 성보박물관 가장 깊숙한 곳으로 뛰어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금고
‘문화재관리국 국장님께 직접 알려라. 오늘 밤 12시까지 돌려주겠다고. 이는 세계 신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얕은 수작을 부리다 죽은 자식 XX 만지는 격 되지 말고. 이따 11시경에 국장께 알리겠다. 지문감정은 의뢰할 필요 없다.’덕수궁박물관서 훔친 뒤돌려주겠다는 쪽지 남겨한강철교 모래밭에 묻어놔지금까지 범인 찾지 못해1967년 10월24일 오전 10시30분, 덕수궁미술관. 순찰을 돌던 경비원이 제3전시실 문 밖에서 내부를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를 목격한 경비원은 온몸이 순식간에 땀으로 젖어버릴 만큼 오싹함을 느꼈다. 진열
2012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성철 스님의 유시(諭示) 위작이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서울 종로구 소재 미술품 경매회사 운영자 K씨가 석연찮은 입수 경위를 내세우며 인터넷 경매에 유시를 올렸다는 것이다. 광역수사대는 일단 위작 유통 혐의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몇 가지 난관에 봉착해 더디게 진행됐다. 그 즈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제보자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매에 출품된 것과 똑같은 유시를 책에서 봤어요. 경매에 올라온 유시가 왜 가짜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