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
5.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6.02.11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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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돌려받으려 국보 강탈

 
2003년 5월15일 밤 10시, 국립공주박물관. 바람을 쐬러 잠시 밖에 나갔던 박모씨가 당직실로 돌아와 읽고 있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그렇게 20여분이 지날 무렵이었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고개를 든 박씨는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의 오싹함을 느꼈다. 검은 옷을 입은 괴한 두 사람이 당직실로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청원초소를 향해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괴한들의 몸놀림이 더 빨랐다. 그들은 칼과 전기충격기로 위협한 뒤 박씨의 손을 묶고 눈과 입은 테이프로 막았다. 공포에 떨고 있는 박씨의 귀에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몇 분 후, 인기척이 사라지자 박씨는 결박을 풀고 1층 전시실로 향했다. 진열장 2개의 유리가 박살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비지정문화재인 청자상감포류문대첩, 청자상감국화문고배형기, 분청인화문접시 그리고 국보 247호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사진〉이 한꺼번에 도난당했다.

박씨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한 임씨, 함께 범행
공주금동보살 훔쳐 달아나
도피하다 경찰에 잡혀 자백

국립박물관에 들이닥쳐 국보를 훔쳐 달아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다. 언론은 대대적인 보도에 나섰고 경찰 역시 수사력을 집중해 범인의 행방을 뒤쫓았다. 수사가 진행되자 보안시스템의 허점이 속속 밝혀졌다. 관내에는 CCTV가 4대, 적외선 감지기 6대, 비상벨 1대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CCTV는 2층에만 있었고, 그나마 밤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범인들이 침입했을 때 적외선 감지기의 비상벨도 울리지 않았다.

경찰은 우선 2층에 설치된 CCTV 녹화테이프를 확보했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 사전답사를 했을 것이라고 보고 범인 인상착의와 유사한 인물을 찾기 시작했다. 박씨는 앞서 경찰에 “범인들은 170cm 정도 되는 키에 경상도 말씨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범인 가운데 한 사람은 복면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몽타주를 작성해 공개수배에 나섰다. 국제공항·항만과 세관 등에서도 국보의 해외 밀반출을 막기 위한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수사는 5월24일, 유력한 용의자였던 임모씨가 장물보관 혐의로 검거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임씨가 진범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범인 검거보다 중요한 건 국보를 온전한 상태로 회수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여러 수사기법을 동원해 공범이 박모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보는 아직 그의 수중에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경찰은 물론 문화재 전문가까지 나서 임모씨를 설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임씨는 다음날인 5월25일 오후 4시 박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국보를 훼손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다. 특정 장소에 국보를 가져다 놓고 연락을 달라.’

10시간이 흘러 한 통의 문자가 임씨 휴대폰에 도착했다. ‘용인 명지대 인근 우유대리점.’ 경찰은 용인으로 수사대를 급파했다. 박씨가 지목한 우유대리점 앞 화분 속에서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두툼한 수건을 발견했다. 수건을 펼치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건 발생 11일만이었다.

도피행각을 이어가던 박씨는 5월28일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나머지 문화재 3점의 소재를 알렸다. 경찰은 그의 친척과 애인 등을 통해 자수를 종용했다. 사건은 박씨가 6월2일 오후 4시40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자수함으로써 종결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국립박물관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국보를 강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임씨는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교도소 동기 박씨에게 5000만원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했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돌려받겠다고 마음먹은 임씨는 국보를 훔쳐 빚을 갚겠다는 박씨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고 범행에 가담했다. 채무에 얽힌 이들의 관계가 국보 도난 사건의 전말이었던 것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31호 / 2016년 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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