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 당일 전날보다 기온이 무려 6℃가 떨어져, 서울 기준 영하 3℃를 기록했다. 수능한파의 속설이 증명됐다. 대입학력고사든 수능이든 포근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수능을 생각하면 시험장 들어간 자식을 기다리며 혹한에 꽁꽁 언 손을 모으고, 교문 앞에서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그래서 수능한파는 매년 변함없이 되풀이 되는 하나의 절기처럼 인식되기도 한다.그러나 수능한파는 사실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입학력고사가 수능시험으로 대체된 1993년부터 올해까지 총 26회의 수
찬바람이 인다. 가을이 끝을 향해 달린다. 산천을 물들였던 찬란한 계절은 곧 낙엽으로 떨어져 흙바닥을 뒹굴게 될 것이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성어가 있다.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다. 풀이하면 온몸으로 가을바람을 맞게 된다는 의미인데, 속뜻은 본래 자신, 즉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깨우침이다.벽암록 27칙에 나오는 화두로, 한 스님이 묻는다. “나무가 마르고 잎이 떨어질 때는 어떠합니까?” 운문 스님이 답한다. “체로금풍이다.” 나무를 가렸던 무성했던 잎과 꽃들이 가을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나면 나무의 몸통이 드러난다. 몸통이 드러나는 것으로
기도가 없는 종교는 없다. 종교마다 기도에 대한 개념은 다르더라도 기도는 그 종교를 지탱하는 힘이자 원천이다. 특히 유일신을 따르는 종교일수록 기도는 가장 소중한 종교적 행위이다. 기도는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기도를 통해 신의 은총을 구하거나, 뜻한 바가 이뤄지기를 갈구한다.기도는 불교에서도 중요하다. 관음기도, 지장기도, 참회, 축원, 발원문 등 수많은 기도들이 존재한다. 특히 아미타불을 따르는 정토신앙에서 기도는 수행의 시작과 끝이다. 모든 기도가 자신의 정화로부터 시작되듯이 참회와 발원,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
우리말 가운데 불교에서 온 용어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 하나가 아수라장(阿修羅場)이다. 악신인 아수라가 하늘의 신인 제석천(帝釋天)과 싸운 마당이라는 뜻인데 난장판이라는 의미다.요즘 개신교의 상황을 보면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정치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을 보면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최근 사랑의교회가 일반도로를 점용해 예배당을 지은 것에 대해 대법원이 취소 판결했다. 담임목사의 논문표절 의혹으로 교회바닥에 휘발유까지 뿌려가며 극한분쟁을 겪었던 사랑의교회는 2010년 서초구청의 비호아래 공
일본인이 노벨과학상 수상자에 포함되면서 일본은 역대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5위의 업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의 선두주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에는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24명 중 18명이 지방대 출신이다. 수도권 대학의 3배나 많은 수치다. 대를 이어 가업을 잇듯이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인의 특성이 발현됐다는 주장과 함께 각 지역 중심의 시장경제가 형성되면서 대학도 그런 흐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프랑스는 독일나치를 몰아내자 국가반역자 청산에 착수했다. 4년에 불과한 침탈이었지만 청산은 6년간 이어졌다. 200만명을 조사했고 6766명을 사형 선고했다. 이외에도 30만명에 이르는 부역자들에게 죄를 물었다. 특히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은 대상은 부역언론인과 지식인들이었다. 민족의 혼과 정신을 팔아 국민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온건했다. 노르웨이는 10만명당 1656명, 네덜란드는 10만명당 1250명을 처벌했다. 100명중 1명 이상이 처벌을 받을 만큼 유럽의
정치권에 삭발(制饔)열풍이 불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소위 보수정치인들의 삭발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삭발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지면서 삭발의 의미가 희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삭발하면 국민들은 불교를 떠올린다. 불교는 삭발의 종교다. 삭발은 출가정신의 상징이다. 출가수행자가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모두 깎는 것은 번뇌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단호한 결기의 표현이다. 불가에서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삭발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그러나 후보에 대한 평가보다는 딸의 신상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어고와 명문대 입학,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까지 서민들에겐 꿈같은 배움의 과정이 비판의 핵심이 됐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쏟아졌다. 아버지가 장관 후보라고 20대 젊은이의 삶을 이토록 망가뜨려도 되는 것인지 자괴감이 인다.조 후보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있는 집 자식들에겐 꽃길을 열어주는 대신 서민의 자식들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현 교육제도이다. 있는 집 아이들만이 가능한 스펙을 요구하고 이를
대학시절 수행이 깊은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폭설이 쏟아지던 한겨울, 텐트와 침낭을 들고 소백산에 들어가 49일 만에 깨달음을 얻겠다고 호기를 부리던 시절이었다. 수행에 조금 진척이 있어 대학을 완전히 접을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런 말씀이 돌아왔다. “수행은 호구지책이 될 수는 없다. 먹고사는 것은 노동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날로 대학에 복귀했다. 수행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환상을 버리게 된 계기가 됐다.그러나 이런 환상은 여전히 한국불교를 휩쓸고 있다. 깨달음만 얻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라는 황당한 기대감
한‧일간의 경제전쟁 와중에 주목받는 종교단체가 있다. 한국SGI(창가학회)이다. 일본 스님인 니치렌(日蓮)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단체로 1975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350개의 문화원을 설립하고 150만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흔히 ‘나무묘법연화경’의 일본식 발음인 ‘남묘호렌겟교’를 주문처럼 염송해 ‘남묘호렌겟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SGI는 니치렌 스님을 신성시하고 만다라 안에 일본의 시조신과 장수가 함께 들어있다는 이유로 대표적 왜색불교로 비판받아왔다.이런 한국SGI가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아베 내각과 연정을 꾸리고
명성교회의 세습에 제동이 걸렸다. 교단 재판국이 교회 부자세습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보편적 상식이 통하는 곳이었다면 세습이라는 유령이 21세기 대한민국을 활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명성교회 사태로 한국교회의 세습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143곳에서 교회 대물림과 세습이 이뤄졌다. 특히 이들 교회 중 79%인 113곳이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교회였다. 시골의 가난한 교회에서의 세습은 0%였다.교회세습은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본의 갑작스런 경제보복으로 인해 국민들은 속담이 주는 함의를 더욱 치떨리게 체감하고 있다. 징용으로 끌려간 피해자들의 배상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자 일본은 사과와 배상 대신 경제보복이라는 경제침공을 가했다.특히 우리의 근간산업인 반도체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품목들만 골라 공격했다. 정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는 한편 세계무역질서를 어지럽힌 일본의 무도한 경제침공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다못한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상품 불매운동
여름은 연꽃의 계절이다. 경내를 연꽃으로 장엄한 사찰들이 한여름 중생들의 시름을 달래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불교에서 연꽃은 특별하다. 싯다르타 태자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을 때 걸음걸음마다 피었던 것이 연꽃이다. 연꽃을 이르는 표현은 많지만 처염상정(處染常淨), 계향충만(戒香充滿)이 특히 많이 회자된다.더러운 곳에 처해도 물들지 않고 이를 정화해 맑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연꽃의 모습에서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특히 탐진치(貪瞋痴)의 각축장인 사바세계에 있어도 철저하게 계를 지키며 계의 향기로 세상을 가득 채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가르는 논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모에 대한 효(孝)일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생명이 있으니, 효가 사람만의 전유물이라고 성급히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있을지언정 어미에게 효도하는 동물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성장한 자식이 부모를 물어죽이거나, 쫓아내고 부모의 영토를 차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부모의 살을 뜯어먹고 사는 생명도 있다. 이렇게 동물의 사회에서 효의 예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그래서 학자들은 효는 본능이 아닌 학습의
10년도 넘은 일이다. 법보신문은 신미대사와 한글창제를 둘러싼 최초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학자들이 신미대사의 역할을 주목하고 역사적 흔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최근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신분과 종교를 넘은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의 협업’이라는 모티브로 한글창제에 얽힌 역사적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신미대사가 한글창제 주역이었음을 증명하는 기록은 많다. ‘복천암사적기’에는 세종이 신미대사에게 한글창제와 관련 학자들을 보내 범어를 가르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현의 ‘용재총화’와 이수광의 ‘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 시도편’에 따르면 30년 뒤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도시에서 생산연령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고령인구 비중이 35%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지방일수록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컸다. 강원과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5개도에선 30년 후 노령인구가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출산율의 저하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이런 우울한 통계는 결국 지방소멸이라는 비극으로 귀결될 것이다. 노인만 남은 고향에서 그 노인들이 세상을 뜨고 나면 마을 자체가 증발해 버리는 도미노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허준호라는 배우가 일본에서 독도 질문을 받자 기자의 볼펜을 낚아챘다. 그리고 물었다. “볼펜을 빼앗긴 기분이 어떠세요?”불교계가 허준호의 심정이다. 정부는 1970년 국립공원을 지정하면서 사찰 땅을 일방적으로 편입시켰다. 편입된 곳은 스님들이 ‘산감’직책까지 만들며 지켜온 숲이기에 풍경이 아름다워 국민들이 주로 찾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규제로 기와 하나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게 옭아맸다. 그러면서 그곳에 도로를 뚫고 건물을 세웠다. 이렇게 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정부가 불교계를 향한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달이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이분들의 희생 위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불자라면 호국보훈의 달에 의승군(義僧軍)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라가 누란에 처해 있을 때 승려의 몸으로 전쟁터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스님들이다. 살생을 해야 하는 전쟁터에 몸을 던지는 것이 스님의 행동으로서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살육당하는 민초들의 삶을 구제하기 위한 목숨을 버린 대자비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임진왜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적 자각’이라고 한다. 일종의 진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선택적 자각이 지나치면 ‘확증편향(確證偏向)’으로 이어진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다르면 배척한다. 그래서 확증편향은 일종의 정신병이다.확증편향이 시작되면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증거를 내놔도 소용없다. 오히려 적대감을 갖고 분노한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것은 확증편향에
“정치란 사람들 사이의 의견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다.”초등 사회과목의 내용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는 직접 싸우고, 싸움을 시키고, 종교 간 분쟁까지 조장한다.이런 낯부끄러운 정치 중심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있다. 황 대표는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합장거부는 물론 관욕의식 때는 손사래를 치며 외면했다. 정당의 대표로 참석한 자리에서 불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무시한 외곬 종교인의 모습에 불교계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불교계는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대표를 내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