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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가톨릭 성지순례길 애초엔 천년고도 사업이었다

  • 사회
  • 입력 2021.09.08 19:01
  • 수정 2021.09.09 22:05
  • 호수 1601
  • 댓글 7

신동헌 시장이 10여개 성당 찾아다니며 순례길 조성 약속
역사유산 당사자인 불교계와는 논의조차 없어 공분 확산

남한산성은 가톨릭 순교성지 이전에 조선시대 의승군의 피와 눈물, 호국염원이 서려 있는 불교성지이기도 하다. 경기도청 홈페이지 캡쳐.
남한산성은 가톨릭 순교성지 이전에 조선시대 의승군의 피와 눈물, 호국염원이 서려 있는 불교성지이기도 하다. 경기도청 홈페이지 캡쳐.

경기도 광주시가 불교유산까지 껴 넣어 추진하는 가톨릭 성지순례길이 애초 ‘천년고도 역사전통문화벨트’ 조성사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동헌 광주시장이 천주교 수원교구를 비롯해 관내 10여개 성당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성지순례길 조성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드러나 신 시장이 천년고도 역사전통문화벨트 사업을 가톨릭 성지순례 사업으로 둔갑시켜 가톨릭에 헌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헌 광주시장은 2018년 취임 후 ‘오직 광주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슬로건으로 총 109건의 공약을 내걸었고, ‘천년고도 역사전통문화벨트’ 조성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광주시 공약사업 실천계획서에 따르면 초기 ‘천년고도 역사전통문화벨트’ 조성사업은 남한산성부터 천진암 일대 우수한 주요 관광자원을 연결해 광주만의 특색 있는 명품 둘레길을 만들어 문화유적 가치 확산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사업추진 단계에 들어가면서 천주교를 위한 순례길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신 시장이 주도적으로 가톨릭계를 찾아다녔으며 가톨릭 성지순례길 조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신 시장은 2020년 12월부터 천진암을 시작으로 남한산성 순교성지 등 광주시 관내 10여개 성당과 천주교 수원교구를 방문해 가톨릭 순례길 조성을 약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청했다. 그렇잖아도 천진암의 불교적인 색채를 지우려고 한다고 비판 받는 가톨릭으로서는 신동헌 광주시장이 앞장서서 제안하는 가톨릭 성지순례 조성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이 때문에 가톨릭계가 적극적인 협조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신 시장이 가톨릭계 외에 다른 종교와 단체들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음은 이용훈 주교를 만나 “이번 천주교 수원교구 방문으로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피력해 천주교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응원이 기대된다”고 했던 발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남한산성과 천진암을 잇는 성지순례길이라는 이름 아래 불교계에서 설립·운영하고 있는 나눔의집이 포함되고, 가톨릭과 관련성 없는 조선백자도요지, 신익희 생가, 허난설헌 묘, 경안습지생태공원 등 광주시 관광 명소가 대거 포함되기에 이른 것 아니냐는 견해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가톨릭 성지순례길 조성과 관련해 직접적인 역사유산의 당사자인 불교계와 사전 논의가 없었던 것도 불교계가 공분하는 이유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시로부터 단순한 자전거길이나 트레킹길을 조성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으나, 불교문화유산이 포함된 가톨릭 순례길을 만든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란 것이다. ‘천년고도’의 취지와 무관하고 다른 종교계와 논의도 없이 추진된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을 두고 신 시장이 광주시의 역사와 문화를 가톨릭에 갖다 바쳤다고 비판 받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한국불교의 유구한 성지를 다른 종교의 성지로 둔갑시키려는 것은 심각한 역사왜곡이자 종교편향으로 일반 단체도 아닌 지자체가 앞장섰다는 것이 참으로 충격적이다”라며 “종단은 물론 지역사암연합회와 공동으로 사업백지화와 광주시장의 참회 및 재발방지를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역사전통문화벨트 조성 초기, 다른 순례길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과정에서 가톨릭 성지순례길을 계획한 것일 뿐”이라며 “종교화합을 해치거나 특정 종교의 이익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1호 / 2021년 9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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