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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유 향한 상월결사 인도순례 거룩하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3.06 13:09
  • 호수 1671
  • 댓글 0

매연‧굉음‧고성방가 견뎌 내면서도
매일 수십 km 행선·조석예불 ‘놀라워’
성지마다 서 계신 ‘부처님 친견’ 순례단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가보’ 쥘 터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바이샬리를 떠나 부처님 대열반의 여정으로 이어지는 쿠시나가르를 향해 걷고 있다.(3월3일 현재) 순례 22일 차에 541km를 걸었으니 76만 걸음을 훌쩍 넘었을 것이다. 총 1167km의 대장정이니 절반에 이른 셈이다. 

순례단은 바라나시에서 북동쪽으로 10km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곳은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법을 전한 초전법륜 성지 사르나트(녹야원)다. 그곳에 서 있던 순례단의 가슴에 차올랐을 환희는 그 누구도 형언하기 어렵다. 부처님 4대 성지 중 한 곳 아닌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 있다. “네 곳을 순례하면 내가 없어도 나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과 다름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언제나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겠다.”

순례단은 서울에서 이운한 석가모니 부처님(목조 좌불) 앞에서 매일 조석예불을 올리고 있다. 새벽 2시 도량석으로 순례의 하루를 연 후 2시40분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봉독한다. 오후 6시면 한자리에 모여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4대 성지를 비롯한 유적뿐 아니라 성지로 이어지는 모든 길, 모든 곳이 부처님의 숨결이 깃든 지중한 공간임을 알기에 의식을 통해 성스러움을 더하는 것이다.

성지순례는 ‘참회의 순례’이다. 참회해야 숙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걸림 없는 ‘대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참(懺)은 지었던 허물을 반성하는 것이요, 회(悔)는 앞으로 지을 죄를 살펴보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전해주신 연기법과 사성제, 팔정도가 최고의 진리임을 믿는 신심은 참회를 통해 체득할 때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순례단은 더욱더 정성을 들여 합장하며 108배를 올릴 것이다.

성지순례는 ‘난관의 순례’이기도 하다. 길은 곳곳이 파여 있었다. 대형트럭이 내뿜는 검은 매연과 요란한 경적 소음, 굴착과 발파 등 중장비들이 쏟아내는 굉음, 대형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노랫소리,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는 고성방가 등은 앞으로 남은 기간 내내 이어질 것이다. 순례 초기엔 배앓이를 했고, 보름이 넘어가며 더운 날씨로 인한 땀띠와 습진 등의 피부염이 발생했다. 족저근막염을 비롯해 고관절, 슬관절 등의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일교차로 인한 감기의 엄습도 경계해야 한다. 

“성지순례에 동참하겠다고 마음을 낸 순간부터 우리는 수행자답게 인내하고 배려해야 한다”라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의 당부를 마음에 새기고, 동명 스님의 전언처럼 “위 없는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께서 편안함을 버리고 길에 서신 연유를 생각”하는 순례단이기에 추우나, 더우나, 비가 내리나 걷고 또 걸을 것이다. 그 걸음이 어느새 청정한 세계로 들어서게 할 것임을 알기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순례단을 맞이한 리네 쿠마르 고톰 파르사불교협회 이사장의 인사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순례단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천상에서 스승들이 찾아오신 듯했습니다. 20년 전 공동체를 구성해 법당 자리를 마련했고, 구성원들의 동참으로 조금씩 여법한 법당이 되도록 불사를 하고 있습니다. 순례단의 방문이 우리 불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꽃 공양을 올리는 인도 현지 아이들의 눈빛에서 순례단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부처님 법이 인도에도 넘쳐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말이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의 축원은 그래서 더욱더 의미 깊었다. “부처님 나라, 진리의 땅인 인도에 부처님 후손인 여러분을 만나러 저희가 왔습니다. 부처님이 계셨던 당시처럼 활활 타오른 진리의 불꽃을 부처님의 후손들이 다시 피워 올릴 날이 꼭 있으리라 믿습니다.”

1250 제자와 함께 탁발을 나선 ‘금강경’ 속의 거룩한 행렬과도 같은 상월결사 순례단의 발길은 내일도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법의 길을 떠났던 수많은 옛 고승들이 증명해 보였다. “성지 순례길에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부처님께서 걸으신 그 길을 온전히 걷는 순례자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가보’를 쥘 게 분명하다.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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