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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33일차] 숲길·농로 지나 인도·네팔 국경 14km 앞까지

순례단, 지역민과 함께하는 저녁예불에 더해 사진 찍기로 교감
회주 자승 스님 “조금 피곤해도 불연 맺어주는 시간 갖길” 당부
우기 동안 파이고 유실된 흙길…순례단 행선 어려움·피로감 더해
사진찍기 적극 도연 스님 “여성들 스스로 깨어나는 계기 됐으면”
울보 오심 스님 “힘듦·환희·기쁨의 어우러짐…룸비니에서도 계속”
정치인 이규민 불자 “붓다 혁명적 사상 닮은 국민 위한 일 고민”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저녁예불 자리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 봉행하는 데 이어 어제(3월12일)부터 사진 찍기를 통한 교감에 나섰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저녁예불 자리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 봉행하는 데 이어 어제(3월12일)부터 사진 찍기를 통한 교감에 나섰다.
회주 자승 스님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염주를 선물 중인 오심 스님.
회주 자승 스님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염주를 선물 중인 오심 스님.
함께 사진찍기로 웃고 떠들며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순례단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피어났다.
함께 사진찍기로 웃고 떠들며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순례단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피어났다.

인도사람들은 음악과 노래를 좋아한다. 순례길은 물론 잠을 자는 동안에도 음악과 노랫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순례단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또한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순례단은 물론 스텝이나 기자들과 눈만 마주치면 어김없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학생이나 젊은 층은 SNS 주소를 묻고 친구를 맺는 등 적극적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저녁예불을 공개해온 순례단이 어제부터 사진 찍기를 통한 교감에 나섰다. “웃음으로 맞아주는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금 피곤하더라도 부처님과 인연을 맺어주는 시간을 갖자”는 회주 자승 스님의 당부에 스님들도 쑥스러움을 잠시 내려놓고 주민들 사이로 과감하게 들어갔다. 인도사람들은 스님을 브라만으로 생각해 사진 찍기에 적극적이지만, 재가불자에게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외국인에게도 계급의 등급을 따지는 인도의 문화에 순례단 입가에 웃음이 묻어났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순례단과의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30분이면 충분했던 저녁예불 공개행사는 1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끝나지 않았다. 웃고 떠들며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순례단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피어났다. 또 이날 저녁 예불을 참관한 아이들 모두에게 단주가 선물됐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단주를 선물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던 회주스님은 이날 눈 맑은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목에 단주가 채워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아마도 저 단주 몇몇은 불연의 싹을 틔우는 씨앗이 되리라.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13일 새벽 32일차 숙영지 브랫터와를 떠나 칸드퍼, 굴레리아, 람나가르를 지나 룸비니로 향하는 인도의 마지막 숙영지 꼬리야로 향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13일 새벽 32일차 숙영지 브랫터와를 떠나 칸드퍼, 굴레리아, 람나가르를 지나 룸비니로 향하는 인도의 마지막 숙영지 꼬리야로 향했다.
인도순례 33일차 정진 중인 순례단.
인도순례 33일차 정진 중인 순례단.
꼬리야로 이어진 길 인도순례 이후 처음으로 숲길을 만났다. 브랫터와 마을을 벗어나자 너른 들판이 펼쳐졌고 이내 밀림을 통과하는 숲길로 이어졌다.
꼬리야로 이어진 길 인도순례 이후 처음으로 숲길을 만났다. 브랫터와 마을을 벗어나자 너른 들판이 펼쳐졌고 이내 밀림을 통과하는 숲길로 이어졌다.
아침 공양을 마치면 새벽 어둠을 몰아내는 태양이 둥실 떠오른다. 
아침 공양을 마치면 새벽 어둠을 몰아내는 태양이 둥실 떠오른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13일 새벽 32일차 숙영지 브랫터와를 떠나 칸드퍼, 굴레리아, 람나가르를 지나 룸비니로 향하는 인도의 마지막 숙영지 꼬리야로 향했다. 새벽 길에 로히니강을 건넜다. 어둠 속에 건넌 탓에 아쉽게도 강물을 보지 못했다. 로히니강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친가인 석가족과 외가인 콜리족 사이의 국경을 흐르던 강이다.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지 5년이 되던 해 극심한 가뭄이 들자 석가족과 콜리족은 서로 물을 끌어 쓰려다 결국 전쟁 직전까지 가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전쟁터에 직접 가셔서 허공에서 눈부신 광명을 뿜어 전쟁을 말린다. 그리고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로 착각했던 어리석은 토끼의 비유와 비폭력에 관한 게송을 설하셨다. 결국 두 부족은 화해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복한 석가족과 콜리족 젊은이 500명이 출가하게 된다. 이런 역사적인 부처님의 행적이 서린 강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서둘러 다리를 건너가야 했으니 무척이나 아쉬웠다.

아기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는 현재 인도가 아닌 네팔에 속해있다. 영국 지배를 거치며 네팔과 인도 국경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룸비니동산은 네팔에 포함됐다. 인도 측도 ,네팔 측도 룸비니를 탐내지 않았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그저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쉽게 룸비니를 내어준 인도는 지금 내심 아쉬워하고, 얼떨결에 룸비니를 차지한 네팔은 이곳을 세계적인 성지이자 관광지로 만들려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

꼬리야로 이어진 길에서 인도순례 이후 처음으로 숲을 만났다. 브랫터와 마을을 벗어나자 너른 들판이 펼쳐졌고 이내 밀림을 통과하는 숲길로 이어졌다.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은 탓인지 숲길은 야생 그 자체였다. 알 수 없는 짐승들의 울부짖음이 깊은 숲의 숨은 생명력을 알렸다. 우타르프라데시주 정부가 순례단을 위해 하루 전 급하게 공사를 했다지만 긴 우기 동안 여기저기 파이고 망실된 흙길과 풀풀 날리는 흙먼지까지 겹쳐 걸음 자체가 쉽지 않았다.

새벽 가는 길에 로히니강을 건넜다. 아쉽게도 어둠 속에 건넌 탓에 강물을 보지 못했다. 로히니강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친가인 석가족과 외가인 콜리족의 국경을 흐르던 강이다. 
새벽  순례길에 로히니강을 건넜다. 아쉽게도 어둠 속에 건넌 탓에 강물을 보지 못했다. 로히니강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친가인 석가족과 외가인 콜리족의 국경을 흐르던 강이다. 
오늘도 드넓게 펼쳐진 밀밭 사잇길을 가로질로 걸었다.
오늘도 드넓게 펼쳐진 밀밭 사잇길을 가로질로 걸었다.
순례단을 보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
순례단을 보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

순례의 어려움은 오전 행선에서도 이어졌다. 순례단은 안전을 위해 차량의 통행이 잦은 도로보다 마을길과 농로를 주로 이용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포장된 도로보다는 흙길이 많았고, 국경에 가까워질수록 관리도 엉망이었다. 흙길은 울퉁불퉁했고, 급하게 보수한 도로에는 파쇄석에 가까운 거친 돌들이 깔려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다칠 위험이 산재했다. 그렇게 순례단은 브랫터와를 출발해 거친 26km의 길을 걸어 6시간 만에 숙영지가 마련된 꼬리야 망고나무숲에 닿았다.

도연 스님은 어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진 찍기에 동참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행복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주눅 들어 말조차 제대로 걸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며 “이러한 차별을 타파하고자 2600여년 전 부처님께서 이 땅에 나투셨는데 여전히 종속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불연을 맺어주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인도 여성들에게 스스로 깨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심 스님은 상월결사 인도순례의 공식 ‘울보’다. 성지를 방문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혀 붙여진 별명이다. “걸어옴의 힘듦, 성취함의 환희, 도반과 함께함의 기쁨 등 모든 마음이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강조한 스님은 “마야부인은 부처님을 낳고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고, 저는 어머니 얼굴도 모르고 동진 출가했다”며 “탄생성지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에도 룸비니를 떠올리면 울컥했다. 분명 룸비니 기도법회에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의 연속일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규민 불자는 회주 자승 스님의 권유로 가장 늦게 순례단에 합류했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불교성전’과 ‘부처님 일대기’를 가져왔고 틈틈이 읽어 이제 모두 완독했다. “부처님에 대한 공부를 이처럼 생생하게 할 수 있는 자리가 또 있을까 싶다”며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인도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부처님께서 어떤 고민으로 출가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부처님은 시대의 혁명가였다. 정치인으로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되짚는 좋은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내일 14km를 행선한 후 버스로 인도와 네팔의 국경을 넘는다. 네팔 국경을 통과하면 다시 도보로 9km를 이동해 아기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동산에서 ‘탄생지 기도법회’를 봉행한다. 상월결사는 이날 룸비니에서 '이제 참회를 넘어 원력을 갖자'는 의미를 담은 ‘108 발원문’을 처음 공개한다. 특히 룸비니 마야데비사원에서는 그동안 배앓이와 감기 등으로 중단됐던 ‘금강경’ 독송과 108배가 시작된다. 오랜 순례에 지치고 힘들지만 회향 때까지 용맹하게 이어갈 계획이다.

이슬람에서 운영 중인 학교 어린이들이 순례단을 박수로 응원했다.
이슬람에서 운영 중인 학교 어린이들이 순례단을 박수로 응원했다.

꼬리야=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3호 / 2023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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