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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19일차] “대원력으로 성문 넘은 싯다르타처럼 안일함 버리고 진일보할 것”

2월27일, 출가재일 앞두고 자승·범해 스님 특별 법문
“불교에 무관심한 사회…우리가 만든 결과” 자승 스님 경책
순례단 “나태함에서 벗어나 큰 나로 살아가겠다” 발원 다져

출가재일 새벽 순례에 앞서 순례단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뜻을 새겨 향상일로하는 불제자가 될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출가재일 새벽 순례에 앞서 순례단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뜻을 새겨 향상일로하는 불제자가 될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싯다르타 태자는 29세 되던 해 2월8일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아버지 정반왕도 모르게 마부 찬타카와 함께 호화로운 왕궁을 빠져나왔다. 지나가는 바라문과 옷을 바꾸어 입고 반연(攀緣)을 잘라내듯 스스로 머리를 깎은 후 마부 찬타카를 다시 궁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사문 고타마로서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경전에서는 부처님의 출가 모습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기원전 595년 음력으로 2월8일의 일이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19일 차에 접어든 2월27일은 2600여년 전, 싯다르타 태자가 화려하고 안락한 왕궁의 생활을 버리고 모든 생명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위대한 첫발을 내디딘 바로 그날, 출가재일이었다.

생로병사의 깊은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대발심으로 출가한 이날의 걸음은 순례단에게는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출가재일을 하루 앞둔 저녁예불 시간, 회주 자승 스님은 내일이 출가재일임을 상기시키며 순례단에게 자뭇 비장한 어조로 출가의 의미를 일깨웠다.

출가재일을 하루 앞둔 저녁예불 시간, 회주 자승 스님은 내일이 출가재일임을 상기시키며 순례단에게 출가의 의미를 일깨웠다.
출가재일을 하루 앞둔 저녁예불 시간, 회주 자승 스님은 내일이 출가재일임을 상기시키며 순례단에게 출가의 의미를 일깨웠다.

자승 스님은 “10여년 전 한 일간지에서 수녀님이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내용의 칼럼을 봤다. 스님도, 신부도, 목사도 줄어드는 데 수녀님만 콕 집어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할 사람이 줄어든다’고 우려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열심히 정진하고 기도한들 사회는 스님들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데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은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 뿐이었다”고 참담했던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스님은 이어 “불교는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도, 우리의 대를 이어갈 출가자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우리들의 안일함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주지가 되면 근심·걱정이 없고, 선방에서 정진하는 사람들도 의심·걱정 없이 한 철을 보낸다”고 한국불교의 현재를 냉정히 진단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회는 불교에게 바라는 바가 하나도 없다”고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를 질책한스님은 “출가재일을 앞두고 출가의 의미와 이번 순례에 참가한 이유를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돌이켜보길 바란다”며 간곡한 당부로 마무리했다.

출가재일 새벽, 순례에 앞서 예불을 모시며 순례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출가재일 새벽, 순례에 앞서 예불을 모시며 순례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출가재일을 맞은 2월27일 새벽, 순례에 앞서 모신 예불은 여느 때보다 더욱 진중하고 경건했다. 예불 후 포교원장 범해 스님이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출가재일의 의미를 새기는 특별한 법문을 설했다.

“부처님의 출가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출가는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과 가치관을 모두 버리고 깨달음을 향해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길입니다. 오늘 출가의 의미를 되새기고 본의를 지키며 이번 순례의 길에서 큰 깨달음을 얻길 기원합니다.”

간절한 당부로 시작된 범해 스님의 법문은 “싯다르타 태자가 사문유관을 통해 북문에서 출가사문을 만나고 번뇌에서 벗어나 영원히 행복해지는 길을 발견해 삭발염의한 것이 오늘”이라며 “부처님께서는 출가하며 4가지 원을 세웠는데 중생의 어려움을 구제하고, 중생의 혹장(惑障)을 없애며, 중생의 사견(邪見)을 끊고, 중생의 고륜(苦輪)을 제도하는 것”이라는 설명으로 이어졌다.

스님은 이어 “부처님께서 나고 성도하고 전법하신 그 길을 따라 성지를 순례하는 우리는 오늘 출가재일이라는 성스러운 날을 이곳에서 맞이하게 됐다”며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의 지도 아래 정진 중인 순례단 모두 큰 깨달음을 얻어 중생회향하고, 상월결사 정신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하르주의 주도인 파트나에 가까워질수록 늘어나는 차량으로 순례길은 위험해졌다.
비하르주의 주도인 파트나에 가까워질수록 늘어나는 차량으로 순례길은 위험해졌다.

이날 순례단은 여느 날과는 달리 출가재일을 맞이해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뜻을 새겨 향상일로하는 불제자가 될 것임을 다짐하는 발원문을 낭독했다. 순례단은 발원문에서 “지금까지 저희들은 욕심과 자신만의 견해에 사로잡혀 화택과 같은 집에 묶여 살아왔다.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이제 부처님 출가의 길을 따라 장애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서원하며, 지금부터 하루하루 출가의 의미를 되새기겠다”고 다짐했다.

“나태하고 안주하기보다 높이 비상하고, 망설이고 두리번거리기보다 진일보하며, 조그마한 나에 갇혀 살기보다 큰 나로 살아가겠다”고 서원한 순례단은 “이 발원 공덕으로 저희들의 삶과 일체중생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하며, 이 순례의 길 끝에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얻어 걸림없이 살게 해 달라”고 부처님의 가피를 기원했다.

비하르주의 주도인 파트나에 가까워질수록 순례길은 위험했다. 경적소리를 내며 줄지어 내달리는 대형 트럭들이 도로를 따라 걷는 순례단을 수시로 위협했다. 그러나 순례단은 부처님께서 근심을 잊은 수행자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출가의 뜻을 굳혔듯 당당하고 여법하게 걸었다. 순례단의 모습을 통해 불교가 사라진 부처님의 나라에서 많은 이들이 불연으로 나아가길 염원하면서.

순례단은 이날 무거운 침묵 속에 출가재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26km를 행선해 19일차 숙영지인 나가르나우사에 바랑을 내렸다.

 19일차 숙영지인 나가르나우사에 들어서자 지역 주민들이 환영의 의미를 꽃을 뿌리며 순례단을 맞이했다.
19일차 숙영지인 나가르나우사에 들어서자 지역 주민들이 환영의 의미를 꽃을 뿌리며 순례단을 맞이했다.

나가르나우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다음은 자승 스님 법문 전문.

10여년 전 모 일간지에서 수녀님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칼럼을 봤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신부님도 계시고, 목사님도 계시고, 스님도 계시고, 비구니스님도 계시는데 콕 집어서 수녀님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했어요. 그 글의 요체가 뭐냐.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할 사람이 줄어든다 이겁니다. 그럼 나머지 성직자는 뭐냐. 호의호식하고 산다 이런 뜻으로 읽히는 겁니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 힘들고 어려운 달동네에 성직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수녀님들만이 그 어두운 곳에 손길을 뻗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녀가 줄어드는 곳을 걱정해요. 그 부족한 부분을 국가가 어떻게 예산을 세워서 대책을 세울 것인가를 걱정합니다. 우리 비구·비구니도 사회의 어둡고 힘든 곳에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불교는 갈수록 어려워질 터인데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불교가 뭐 필요하겠습니까. 우리가 열심히 기도해도 사회에서는 스님들이 줄고 늘고 하는 데 관심이 없어요. 관심은 오직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입니다.

내일이면 출가재일인데 우리는 사찰을 지켜나갈 후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사찰 지킬 후손이 아니라 어둡고 힘없는 이를 돌봐줄 손길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다 놓치고 있습니다.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도, 우리의 대를 이어갈 출가자도 만들어 내고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누구의 잘못입니까. 우리들의 안일함이 원인입니다. 혼자 출가해 여러 가지 인연에 얽혀 주지를 맡게 되면 근심·걱정이 없고, 선방에서 정진하는 사람도 의심·걱정 없이 한철을 삽니다. 이런 가운데 사회는 불교에게 바라는 바가 하나도 없어요.

내일 출가재일을 앞두고 출가와 이번 순례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성불하십시오.

[1671호 / 2023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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