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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25일차] 팔십 노구에 병마 안고 떠난 부처님 발걸음 뒤따르다

3월5일, 24km 걸음 더해 열반성지까지는 이제 72km
쓰레기 더미·악취·아수라장 교통에 여전히 ‘프러블럼’
태성 스님 “하심과 배려의 변화된 삶 이루고자 노력”
선지 스님 “회향 때 한국불교 재도약 대안 찾길 기대”
탄무 스님 “방치된 성지 보존될 방안 마련되길 서원”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3월5일 24km를 걸어 고팔간지에 도착했다. 이제 쿠시나가르까지는 72km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는 3월5일 24km를 걸어 고팔간지에 도착했다.

순례 25일차를 맞아 제법 적응이 됐다 싶지만, 여전히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 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쓰레기다. 아무 곳이나 마구잡이로 버리진 쓰레기도 그렇지만 마을 어귀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 더욱이 음식물, 일반, 재활용이 뒤섞여 악취가 진동하고, 여기저기 불까지 질러 메케한 검은 연기로 가득한 곳을 지나는 일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 아수라장 같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플라스틱 등 돈이 될만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날도 순례단은 도로 양옆을 따라 길게 쌓인 쓰레기 언덕과 불에 탄 쓰레기가 내뿜는 검은 연기를 맡으며 걸었다. 그러면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인도의 궁핍한 삶의 민낯도 보게 됐다.

교통도 문제다. 이날 순례단은 쿠시나가르로 향하는 고속화도로를 걸었다. 곧게 뻗은 도로 위에는 화물을 실을 트럭,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와 릭샤, 출근을 위한 승용차 및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섞여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에 역주행하는 차량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무질서와 혼돈의 연속이지만, 별다른 사고 하나 없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게 되레 신기할 따름이다.

순례 25일차를 맞아 제법 적응이 됐다 싶지만, 혼잡한 교통과 쓰레기는 여전히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 될 수 없었다.

이제 쿠시나가르까지는 72km. 쿠시나가르로 향하던 부처님은 파바마을에 도착해 춘다라는 대장장이의 망고동산에 머무셨다. 부처님께서 자신의 망고동산에 머물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은 춘다는 부처님에게 공양 올리길 희망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춘다의 공양을 허락하셨다.

‘디가니까야’에 따르면 춘다는 이른 새벽 그의 거처에 달콤한 밥과 케잌, 그리고 스카라맛다바라는 음식을 준비했다. 부처님께서는 춘다의 공양을 받으셨지만, 스카라맛다바만은 다른 비구들에게 주지 말고 땅을 파고 묻으라고 하셨다. “춘다여! 이 세상에 이것을 먹더라도 완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악마와 범천, 신들과 인간들, 사문과 바라문을 포함하더라도 여래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은 이 음식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이들에게 주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는 그 공양을 물리치지 않으셨다. 그리고 춘다의 공양이 붓다의 열반을 초래한 원인이 된 것이라 죄책감을 느낄 춘다를 염려했다. 동시에 춘다를 향한 세간의 지탄을 염려해 아난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음식을 시여(施輿)함에는 큰 공덕과 큰 이익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뛰어난 큰 공덕을 가져오는 것에 두 가지가 있나니, 이들 두 가지가 가져오는 결과는 모두 같아 서로 우열이 없다. 하나는 그것을 먹고 여래가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때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먹고 여래가 남김 없는 완전한 열반의 세계(無餘涅槃界)에 들 때이니라. 이러한 공양을 한 춘다는 좋은 곳에 태어나 안락함과 명성을 얻게 되리라.”

부처님은 수자타의 공양으로 정각을 성취한 것처럼 춘다의 공양은 열반이라는 완성을 이룬 공양으로 공덕은 똑같다고 하셨다. 춘다의 공양을 받은 후에 복통과 설사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죽음이 바로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부처님은 그것을 올린 이의 심적 고통과 그를 비난하는 주위의 사람들까지 세세히 살펴 위로한 것이다. 기록에는 부처님께서 곧 돌아가실 것 같다며 급박했던 당시를 전하고 있다.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위대한 열반의 모습이다.

이 말씀을 마치시고 부처님은 팔십 노구에 병까지 얻은 몸으로 일어서 다시 쿠시나가르로 걸음을 옮겼다. 명상을 통해 극심한 고통을 억누르며 내딛는 힘든 걸음이었다. 파바마을에 있다는 춘다의 공양터는 우리가 현재 머무르고 있는 주변 어디일 것이다.

이날 순례단은 쿠시나가르로 향하는 고속화도로를 걸었다. 곧게 뻗은 도로 위에는 화물을 실을 트럭,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와 릭샤, 출근을 위한 승용차 및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섞여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무질서와 혼돈의 연속이지만, 별다른 사고 하나 없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는 게 되레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 곳이나 마구잡이로 버리진 쓰레기도 그렇지만 마을 어귀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 아수라장 같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플라스틱 등 돈이 될만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다.
아무 곳이나 마구잡이로 버리진 쓰레기도 그렇지만 마을 어귀마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 아수라장 같은 쓰레기 더미를 뒤져 플라스틱 등 돈이 될만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다.

쿠시나가르로 가는 여정에서 태성 스님은 인도순례 회향 후의 변화를 기대했다. “이번 순례의 화두인 ‘생명존중’의 의미를 출가 당시 서원한 비구 250계 속에서 찾고자 한다”며 “출가자의 기본인 하심과 배려의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변화된 삶을 이루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지 스님은 환희심을 기대하고 온 인도순례가 오히려 참회의 자리가 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 보게 된 인도인들의 삶이 가슴 먹먹할 만큼 안타깝고, 승려로서 나태하지 않았나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회주스님의 말씀처럼 자멸하지 않는 불교가 되려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길을 끝에서 한국불교가 다시 도약할 대안을 찾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탄무 스님은 출가해 발원했던 한 가지를 성취해가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스님은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순례 전과 후는 분명 다를 것이다. 출가자로서 좀 더 치열하게 생활할 것 같다”며 “다만 성지를 둘러보며 사실상 방치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어떤 방법이든 성지가 성지답게 보존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제 3일이면 부처님께서 위대한 입멸을 맞은 쿠시나가르에 도착한다. 가는 길 곳곳에는 부처님의 발자국들이 여전히 선명할 것이고, 그 길을 순례단은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듯 성실하게 즈려밟고 가게 될 것이다. 부처님의 입멸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마하가섭의 심정으로. 장례식에 늦게 도착해 슬프게 우는 마하가섭을 위해 두 발을 관 밖으로 보여주셨던 부처님께서 우리에도 과연 두 발을 보여주실까? 

25일차 회향지를 향해 행선하는 순례단.
25일차 회향지를 향해 행선하는 순례단.

한편 하루 전인 3월4일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법주사 부주지 각운 스님,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장영욱 봉은사 종무실장이 순례단을 특별위문 방문했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텐트로 전면 교체한데 이어, 피자와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 순례단은 모처럼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특별위문 방문한 
특별위문 방문한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법주사 부주지 각운 스님,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장영욱 봉은사 종무실장은 3월4일 인도순례 24일차 저녁예불에 참여했다.

고팔간지=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2호 / 2023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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