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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12일차] “한국에서 부처님 후손인 여러분 만나러 왔습니다”

오늘 순례길은 한바탕 축제…북 치고 나팔 불며 맞아
자승 스님, 주민들에 “진리 불꽃 피워 올릴 것” 당부
물집·땀띠·배앓이 등 환자 속출…경책으로 받아들여

오늘 순례길은 한바탕 축제였다. 북 치고 나팔 불며 리듬을 타자 사람들은 어깨춤을 덩실거렸다. 마을 어귀 부처님이 모습을 드러내자 흥겨운 가락은 절정으로 치달았고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내어준 길 따라 천천히 이동했고,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뒤를 따랐다.

2700여년 전 부처님을 맞이하는 이들의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12일차 회향지 카파시아에서는 이렇게 뜻밖의 야단법석이 펼쳐졌다. 순례단은 엄어와를 떠나 더다파, 마라하를 거쳐 카피시아까지 흙먼지 풀풀 날리는 황톳길 따라 뽀얀 먼지 뒤집어쓰며 동쪽으로 나아갔다. 이날 행선한 거리는 22km로 이제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땅 보드가야 21km 앞까지 다가섰다.

순례단은 하루 전날 인도 내 3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아쇼카클럽 대표단의 예방을 받았다. 이들은 저녁예불을 함께 모시고 부처님 그림과 아쇼카왕 석주 모형을 선물했다. 자승 스님은 이 자리를 빌려 아쇼카클럽 대표단을 비롯해 순례단을 성대히 맞아준 엄어와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승 스님은 “부처님 나라, 진리의 땅인 인도에 부처님 후손인 여러분을 만나러 저희들이 왔다”며 “부처님의 후손들이 훗날 부처님이 계셨던 그 시절로 진리의 불꽃을 피워 올릴 날이 꼭 있으리라 믿는다”고 축원했다. 이어 “우리는 부처님의 후손들을 만나기 위해 43일간 계속 걸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와 함께 부처님께 예를 올린 소중한 인연으로 여러분의 꿈이 부처님 가피로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순례단 주변을 둘러싼 주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나라와 말은 다르지만, 부처님의 법을 이은 순례단과 부처님 땅 후손들과의 귀한 만남에 대한 이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100여 대중이 함께 정진하고 생활하다 보니 순례단은 다양한 장애와 공존한다. 순례 초기 물갈이로 인해 순례단을 괴롭혔던 배앓이 환자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큰 일교차로 인한 감기 환자는 조금씩 늘고 있다. 하루 6~7시간씩 진행되는 행선으로 인해 발가락 물집이 순례의 훈장처럼 유행하더니 지금은 주춤해졌다. 반면 더운 날씨 때문에 발생한 땀띠와 습진 등 피부염 환자가 느는 추세다. 족저근막염, 고관절, 슬관절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도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중 가운데 누구 하나 장애를 가지지 않은 이가 없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를 불평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이 순례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당신께서 걸었던 전법의 길을 따라가는, 두 번 경험하기 힘든 거룩한 불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처님께서도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하셨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수행하는데 데 마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도 하셨다.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싶고,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겨나며,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한다”고 설하셨다.

결국 배앓이, 추위, 물집, 통증은 스스로를 일깨우는 경책이다. 언제나 깨어있으라는 당부인 셈이다. 순례단은 그렇게 걸음에 걸음을 더해 지금 보드가야의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범해 스님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어렵지만 각오한 길이기에 기쁘고, 부처님 나라를 걷고 있다는 환희심으로 견뎌내고 있다”며 “불자제라면 누구나 바랐던 일이고 결코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불평불만을 가질 수 없다. 우리의 발걸음이 생명존중의 기도가 되고 원력이 되어 지구촌 여러 난제들이 해결되기를 서원한다”고 말했다.

묘수 스님은 “보드가야에 가까워질수록 불심이 보인다. 누추한 살림에도 스님들에게 합장으로 인사하고 공양을 올리는 그 마음에 눈물이 났다”며 “부처님 가르침 속에서 걸음걸음을 더해 회향하는 날 더 인욕하고 더 자비로운 마음을 볼 수 있길 발원한다”고 강조했다.

성계순 불자도 몸은 힘들지만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세상을 발원하기에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들의 마음 속 깊이 짓눌려 감춰졌던 불심이 부처님을 향해 걷는 순례단을 보면서 드러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큰 계기가 되어 억눌린 불심이 다시 일어나 부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은 “우리는 걷기만 하면 된다. 공양부터 잠자리, 진행까지 순례단보다 먼저 일어나고 더 늦게 잠드는 많은 분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며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이번 순례의 의미 그리고 이 순례가 가능하도록 돕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향지에는 무산선원 스님들과 신도들이 함께 했다.

카피시아=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70호 / 2023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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