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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결사 인도순례 6일차] 순례대중, 깨달음의 땅 ‘보드가야’로 묵묵히 나아가다

비구니스님 처음으로 선두…사부대중 차별 없는 순례길 보여줘
​​​​​​​오늘 순례도 새벽부터 꽃 뿌리고 박수…겸손한 마음으로 정진

짙은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던 순례단 앞 멀리 조금씩 붉은 여명이 열리기 시작했다. 깨달음의 땅, 부처님이 위대한 깨달음을 성취하신 곳, 바로 그 성스러운 땅에서 솟아오른 태양이었다. 순례단은 지금 보드가야로 향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 이루신 곳, 이 성스러운 곳에서 위대한 법의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곳을 향해 순례단은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 순례단은 2월14일 쉬브람푸르를 떠나 로단, 아와카라, 짠다마을을 가로질러 숙영지 바부아에 도착했다. 이 마을들과 산과 들은 보드가야의 작은 마을 우루벨라에서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이루신 부처님께서 뭇 중생들에게 법을 펴기 위해 사르나트를 향해 맨발로 걸으셨던 그 길 위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부처님께서 만약 범천의 간곡한 호소에도 이 길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위대한 전법의 순간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고 순례단이 부처님께서 가셨던 그 길을 따르는 장엄한 순례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부처님의 깨달음을 향해 가는 길이기에 회주 자승 스님은 “순례의 길 위에서 아픔, 고통,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했을 것이다.

인도순례는 부처님을 선두에 모시고 비구스님들로 구성된 1조부터 5조, 6조 비구니스님, 7조 우바이, 8조 우바새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6일차를 맞은 이날, 비구니스님들이 처음으로 선두에서 순례단을 이끌었다. 차별 없는 사부대중은 순례의 길 위에서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선해 스님은 “처음으로 선두에서 부처님의 길을 걷어보니 뒤를 따를 때와는 마음이 많이 달랐다”며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응원하고 격려할 뿐 ‘이렇게 걸어라’하고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선두에 서 보니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절로 경건해지고 대중들을 잘 이끌고 걸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절로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순례를 통해 사부대중의 원력이 모여져 침체된 한국불교가 중흥하고, 법이 살아있으며, 역사와 동행하는 그런 불교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며 “개인적 사정으로 지난 상월결사 만행에 동참하지 못했지만 정말로 바랐던 인도순례의 자리에 동참을 허락한 회주스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스님은 특히 “인도순례기간 동안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놓지 않고 있으며, 창원 미타사 사부대중 또한 43일간 순례시간에 맞춰 함께 정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6조장을 맡고 있는 묘수 스님은 이런 도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스님은 “도반의 절반이 순례의 경험이 없어 걱정이 많았는데 경험자들의 조언대로 잘 준비하고, 청규에 따라 화합하며 순례에 동참하고 있다”며 “더 하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도반들을 살피고 모두가 발원했던 이번 순례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순례에도 많은 인도 사람이 새벽부터 길거리에 나와 꽃을 뿌리거나 박수 쳐 주었다. 현지 신문을 보며 ‘코리아’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순례대중을 차례로 앞질러 가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합장했다.

부처님 당시의 모습이 이러했을까. 부처님과 그 뒤를 따르는 스님들을 보던 사람들이 처음에는 쳐다보고, 다음에는 합장하고, 고귀한 모습에 마침내 꽃을 뿌렸을 것이다. 아마도 만리 넘어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의 모습에 낯설어하다가 놀라다가 마침내 그 정갈한 걸음을 찬탄하게 됐으리라. 마치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처음 보았던 그때 그 시절처럼. 그리고 이 인연이 오랫동안 가슴에 숨겨져 있던 그들의 불성을 어느 순간 몰록 일깨우지 않을까.

새벽 2시 일어나 예불을 모신 뒤 발걸음을 내디딘 순례대중은 오늘도 26km가량을 묵묵히 이동했다. 그렇게 보드가야는 대중들의 간절함을 품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바부아=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69호 / 2023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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