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고속도로를 따라 걸었다. 거대한 트럭과 유조차, 레미콘 차들이 줄지어 가는 도로는 내뿜는 매연과 연기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차들이 쏟아내는 엔진과 경적 소리 또한 걷는 내내 귀청을 긁었다.
엄청난 먼지가 들어간 눈처럼 태양은 핏빛처럼 붉게 떠올랐다. 해가 중천에 떠도 환하고 명징한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마스크를 벗은 순례단의 코 옆으로 검은 그으름 같은 먼지가 선을 이뤘다. 고속도로 주변에도 마을은 있었다. 그러나 기찻길 옆 오막살이처럼 살림은 빈해 보이고 사람들도 남루했다. 먼지를 뒤집어 쓴 마을과 도로에 접한 쓰레기장으로 인해 보이는 것들이 모두 폐허로 보였다.
그러나 주변에 아름다운 풍경이 없으니, 걷는 내내 묵언 같은 침묵으로 오히려 마음은 평온했다. 순례단은 부처님을 앞세우고 용맹하게 걸었다. 고속도로에 이어진 3km가 넘는 손강대교를 건너 해가 뜨는 땅, 보드가야를 향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나아갔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2월17일 사사람을 출발해 24km를 걸어 손나가르 숙영지에 도착했다. 이제 나흘이면 깨달음의 땅 보드가야다.
손나가르=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69호 / 2023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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