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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서울대 교수 “1950년대 범죄 저지르고 출가한 중 많다”

  • 교계
  • 입력 2023.07.18 15:19
  • 수정 2023.07.18 15:38
  • 호수 1690
  • 댓글 14

인기 유튜브 방송 출연해 발언 논란
방송에서는 구체적 근거 제시 안 해
신문·구술자료 등 사료엔 확인 안 돼
“1950년대 출가한 스님 싸잡아 모욕”
박 교수 “그런 이야기 들었다” 주장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최근 유튜브채널 '3프로TV-경제의 신과 함께'에 출연해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최근 유튜브채널 '3프로TV-경제의 신과 함께'에 출연해 "1950년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군대나 절에 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화면 캡쳐]

현직 서울대 교수이자 한국역사연구회장으로 한국근현대사의 권위자로 꼽히는 학자가 유명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1950년대 범죄를 저지르고, 군대나 절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뚜렷한 근거 없이 1950년대 출가한 다수 스님들을 범죄자로 내몬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3프로 TV-경제의 신과 함께’라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 정권의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종필(JP)에 대한 과거사 가운데 그가 1950년대 장교가 아닌 사병으로 처음 입대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1950년대 범죄를 저지르고, 군대나 절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JP도 당시 서울대를 국립대로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내가 1991년경 군에 입대했는데, 옆에 근무하던 동료가 민간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군에 입대했다가 잡혀간 사실이 있었다”며 “(그 당시 전산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1990년대 초반까지 그랬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산으로 가서 중이 되거나 군대에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방송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박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1950년대 출가한 상당수 스님들이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출가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신문이나 구술 등 그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어떤 역사 자료에서도 ‘1950년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됐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근현대불교사 연구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근현대불교사의 각종 기록 및 신문, 구술자료 등을 수집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김광식 전 동국대 특임교수는 “수많은 자료 등을 살펴봤지만 1950년대 범죄를 저질러 출가한 사람이 많았다는 기록을 본 적이 없다”며 “그런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떤 책에서, 혹은 신문자료에서 봤다거나, 최소한 이런 사실을 목격한 사람의 구술을 인용하는 등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종교를 폄하할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1950년대 범죄를 짓고 절에 간 사람들이 많았다”는 주장은 이 시기 출가한 스님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1950년대 출가한 스님들의 상당수는 내부 갈등을 극복해가며 정통 승단 건립에 앞장서고 교육 및 포교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우는 등 한국불교 정체성 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스님들이다. 금산사 조실 월주 대종사를 비롯해 용주사 원로 원경 대종사, 범어사 원로 정관 대종사 등이 1950년대 출가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생존해 있는 스님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종단과 해당 문중에서 존경받는 스님들이 많다. 조계종 원로의장을 지냈던 밀운 대종사를 비롯해 세민 대종사, 대원 대종사가 모두 1950년대 출가했으며 원로의원을 지낸 암도 대종사, 정련 대종사, 지성 대종사와 현 원로의장 자광 대종사, 현직 원로의원이자 덕숭총림 방장인 달하 대종사, 원로의원 성타 대종사, 우경 대종사 등이 모두 1950년대 출가한 스님들이다.

1957년 출가한 조계종 원로의장 자광 대종사는 “당시 범죄자가 출가했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한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오히려 이 시기 출가한 대다수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 모범을 보여 큰스님으로 존경받고 있다. 근거도 없이 불교를 폄훼한 당사자는 즉각 공개 사과해야 한다. 국립대학의 교수로 자격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현직 서울대 교수이자 올해 1월부터 35년 전통의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을 맡고있는 데다 각종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저명인사로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오피니언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박 교수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230만명이 넘는 인기 채널로 공중파 방송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방송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파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불교계 및 해당 시기 출가한 스님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학자는 어떤 경우라도 불확실한 사실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박 교수가 이런 주장을 펼치려면 1950년대 승려 가운데 대략 몇 퍼센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스님이 됐다는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 근거 없이 말하는 것은 불교계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박 교수는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발언한 내용과 관련해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고만 답했다. 이어 ‘사료적 근거 없이, 들은 이야기로 주장을 펼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더 이상의 인터뷰가 부담됐던지 돌연 취재기자의 통화녹음을 문제 삼으며 전화를 끊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90호 / 2023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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