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12일 저녁, 곡성 성륜사 조선당에 주석하던 청화 스님이 시자 중원을 조용히 불렀다. 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에게 의복을 좀 갖춰주소.” 몇 달 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어도 평생 지켜왔던 장좌불와(長坐不臥)와 일종식을 놓치지 않았던 스님이었다. 낮에도 평소처럼 상좌들과 차담을 나누는 등 스님은 특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님은 가쁜 숨 속에서 곧 세연이 다했음을 알고 있었다. 상좌들이 조선당에 몰려들었다. 상좌 도일 스님은 스승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큰스님, 가시렵니까?” “나,
푸른색은 변함없음, 혹은 절개를 상징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사계절 푸른 소나무를 가장 사랑한다. 갖은 시련에도 변함없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것도 이처럼 변하지 않는 푸릇푸릇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눈 푸른 납자’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마장에도 결코 물러섬이 없는 수행자의 결기가 느껴진다. 불가에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품었던 마음을 일관되게 유지하면 마침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초심(初心)이라고 말한다. 처음 뜻을 품었다고 해서
일제강점기 탄압에 맞서 해방을 꿈꾼 우봉운, 김명시, 조원숙, 강정희, 이경희, 이계순, 이경순 등 7명 페미니스트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해 온 저자는 이들이 신문이나 잡지에 남긴 글을 통해 일제강점기 활동을 추적했다. 이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일제에 맞서 저항했으며, 여성들의 삶을 바꾸려 했는지, 그 험난했던 과정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임하 지음/철수와영희/2만원.[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나이 오십이면 하늘의 뜻까지 안다고 했건만, 마음을 다스리는 일조차 쉽지가 않다. 감정조절에 실패해 ‘욱’할 때도 있고, 자책할 때도 적지 않다. 그럴 때면 선현의 지혜가 그립다. 책은 동양고전으로 불리는 ‘논어’와 ‘손자병법’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공자의 50가지 지혜와 손자의 50가지 전략을 한데 모아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100가지 순간이 담겼다. 동양 고전해설에 탁월한 저자는 고전을 통해 지혜로운 삶을 안내한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동양북스/ 1만7500원.[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550만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책은 반려견을 키우려고 생각 중이거나 이미 키우고 있지만 개의 문제 행동으로 힘들어하는 반려인들을 위해 반려견 행동 전문 훈련사인 저자가 ‘행복한 개’로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 안내서다. 반려견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영양과 건강은 어떻게 살피는지, 훈련법 등이 담겼다. 킴벌리 아틀리 지음, 이보미 옮김/ 나무의 마음/1만9800원.[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분황 원효와 불교사상가들의 만남과 대화’를 주제로 △태고 보우의 만남과 대화(김방룡) △청허 휴정의 만남과 대화(오용석) △영호 정호의 만남과 대화(이인석) △분황 원효의 중도일심과 퇴옹성철의 중도무심(고영섭) △탄허 택성의 만남과 대화(상묵)의 기획논문이 수록됐다. 기조발제로 ‘중현과 세친, 반목과 조우’(권오민)가, 연구논문으로 △남악 혜사의 사념처관과 일승의 실천행(오지현) △‘법화경약찬게’ 수록 문헌과 그 특징(이기운)도 담겼다.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2만원.[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외래어 ‘꽁트(conte)’는 인생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표현한 가장 짧은 글이다. 1970년대 유행했던 문학 장르 가운데 하나로, 단편 소설보다 짧은 글을 통해 사물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의미를 압축해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 만큼 그 속에는 기지·유머·풍자가 담겨있다.저자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불교용어를 꽁트라는 장르를 통해 설명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언어로 불교의 개념을 풀어낸다면 막연히 어렵다고 느끼는 불교용어도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식이다. ‘무아
‘문화포교’에 역점을 두고 다도 및 명상 등을 지도해 온 경북 영양 연화사 주지 구선 스님이 현대인들을 위해 ‘금강삼매경’(1,2권) 강설을 출간했다. ‘금강삼매경’은 중국 남북조 때부터 당나라 때까지 유행했던 여러 설과 교리를 두루 모아 엮은 경전으로, 신라 원효 스님은 경전에 주석을 붙여 ‘금강삼매경론’을 저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강삼매경’은 내용이 어려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전 가운데 하나였다. 스님은 “‘금강삼매경’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본성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밝힌 경전이지만 내용이 난해해 일반인들
2023년 2~3월, 43일간 진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1700년 한국불교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한국불교 중흥’이라는 원력으로 100여명의 사부대중이 함께 부처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인도와 네팔 불교성지 1167km를 오직 도보로 순례한 것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침체된 한국불교의 변화와 도약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되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2019년 수행가풍 진작과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동안거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진행한 자승 스님이 부처님이 태어나고 전법하
“날이 갈수록 알게 모르게 기력이 쇠해지니, 더 나이가 들면 완역을 마무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그래서 더욱 번역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10년 예상했던 출간 계획을 조금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2년 이내에 완역 출간할 수 있을 것입니다.”지난 2016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간결하고 명확한 ‘화엄경’ 주석서를 내겠다는 혜거 스님의 원력으로 시작된 ‘화엄경소론찬요’ 120권 완역 불사가 종착점을 향해가고 있다. 2016년 ‘화엄경’
1019년 귀주대첩 시점의 고려와 1636년 병자호란 시점의 조선을 대비해 보는 남한산성 역사 여행 에세이다. 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패배 장소인 남한산성에서 고려 거란전쟁을 승리로 이끈 현종을 오버랩시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패배한 역사와 승리한 역사의 차이를 살펴보고, 위기의 순간 우리가 선택해야 할 해법은 무엇인지 반추하게 하는 책이다. 여행은 삼전도비를 출발, 남한산성 행궁과 남문, 수어장대, 서문으로 이어진다. 황윤 지음, 책읽는고양이, 1만7700원.[1705호 / 2023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생태계 파괴의 원인을 파악하고, 탄소 중립과 생태계 회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보는 책이다. 저자는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질병과 식량부족,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지구 위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인간 삶의 변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특히 실천과 연대를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순환하는 생태계, 개성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병상 지음, 철수와 영희, 1만5000원. [1705호 / 2023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