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 스님은 수좌다. 연꽃마을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따라 붙은지 벌써 햇수로 5년, 하지만 아직 해제의 꿈을 버리지 못했으니 결제에 든 수좌와 다를 바 없다. 1986년 덕산당 각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원상 스님은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2019년까지 해인사, 통도사, 봉암사, 법주사 등 전국의 제방선원에서 33안거를 성만했다. 눈푸른 납자로 한 길을 걸어온 원상 스님에게 해제는 사무치도록 그립고 목마른 단어였다. “흔히 해제는 안거 석 달 정진의 마무리, 즉 한 철의 졸업을 말하죠. 하지만 수행자에게 해제는 용맹정진한 각고의 시간과
유튜브에서 5만여명의 구독자와 42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 여행’이 한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무여 스님은 2019년 3월, 첫 영상 ‘무여 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사찰 여행-전등사 편’을 시작으로 2년간 단 한주도 쉬지 않고 영상을 올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KBS 인간극장’과 ‘EBS 한국기행’ 등에 소개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 4년간 여행한 120여곳의 사찰 중에서 각 계절에 어울리는 32곳을 엄선해, 사찰의 역사와 문화, 그 현장에 담긴 깨달음의 사리까
삶이 그대로 경전이 되는 경우가 있다. 계절의 흐름과 피고 지는 꽃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기억. 일상에서 겪는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깊게 사유할 수 있다면 삶은 그 자체로 놀라운 지혜를 준다. 무설(無說)의 법문(法門)이다.전남 화순 계당산 자락에서 작은 산방 이불재(耳佛齋)에서 자연이 깃들어 살아가는 정찬주 작가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찰나 찰나의 행복 노하우를 한권의 책에 담았다.책은 ‘부처님 인생응원가’라는 조금은 특이한 제목이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온 지금, 세상은 여전히 그 여진
나이에도 종류가 있다. 주민등록상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 나이 외에 전문가들은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나이가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지혜의 나이도 더할 수 있겠다. 나이가 든다고 꼭 현명하고 자애로워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소통이 어렵고 완고해지기 십상이다.저자의 지혜 나이는 물리적 나이보다 두 배쯤 많은 백 살은 돼 보인다. 대학시절 문사수법회를 만나 꾸준히 알아차리고, 돌이키고, 성장하고 온전히 자신에게 머물려 했던 성실한 시간에서 비롯됐을 듯하다.‘전통문화를 사랑하는 15년차 문화재전통조경기술자’ ‘불교로 마음공부한 지 29년
‘입보리행론’은 8세기 인도의 논사 샨티데바 스님의 저술로 ‘대승불교의 입문서’라 불린다. 보리심과 공성에 대한 가르침을 광범위하게 다루면서도 간명한 게송으로 표현해 가장 뛰어난 논서로 손꼽힌다. 인도와 티베트 등에서 예로부터 다수의 주석서가 찬술된 이유다. 티베트불교 4대 종파 가운데 하나인 샤카파의 전승조사 톡메상뽀(1295∼1369)는 티베트불교 역사상 ‘입보리행론’에 가장 정통한 스님으로 손꼽힌다. 이 책 ‘입보리행론 요해’는 톡메상뽀가 저술한 ‘입행론석·선설해(入行論釋·善說海)’를 중국 사천성에 있는 오명불학원의 교수 수다
‘선가귀감’은 서산대사가 드넓은 대장경의 세계 앞에서 감히 들어갈 엄두조차 못내는 이들을 위해 절실한 말을 뽑고 풀이한 책이다. 정길수 서울대 교수는 기존 역자들과 달리 한글본(송광사본)이 최초 출간된 한문본과 시기상 가깝다고 보고 이를 저본으로 편역한 새로운 ‘선가귀감’이다. 휴정 지음, 정길수 편역, 돌베개, 1만7000원.[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명말 4대 고승 우익지욱 선사의 ‘주역선해’는 ‘주역’과 불교를 융합·회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실천적 의미를 지닌 책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 책은 ‘주역선해’를 현대적으로 해설하고, 주역철학의 핵심인 ‘계사전’에 상세한 각주와 풍부한 강설을 달아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했다. 우익지욱 지음, 최세창 강설, 운주사, 2만7000원.[1684호 / 2023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1681호 / 2023년 5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독자와 함께 여행하듯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역사를 살피는 황윤 작가의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이다. 경주를 여행하며 ‘만파식적’을 다루고 있다. ‘삼국유사’ 기이편에 기록돼 있는 만파식적 설화를 기반으로 경주 곳곳을 찾아가며 만파식적과 연관된 각각의 유물과 유적, 역사적 사건과 장면 등을 엮어 나간다. 만파식적의 의미를 문학적이나 역사학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있지만 경주라는 공간 속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시도는 드물다. 독창적인 역사기행 형식이 낳은 새로운 접근이 흥미롭다. 황윤, 책읽는고양이, 1만9900원. [16
‘바가바드기타’와 함께 서양에 가장 일찍 알려진 인도 힌두교의 고대 경전 가운데 하나인 ‘요가수트라’는 정신과 육체에 대한 균형잡힌 훈련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완벽하게 전환하는 길을 제시한다.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경험과 기억을 제거하고 평정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드는 방법 속에는 고대의 종교와 철학뿐 아니라 심리학, 언어학, 인문학 등이 고루 녹아있다. 일상에서의 실천법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수 천년 간 이 책이 동서양에 걸쳐 두루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철현 강독, 김영사, 2만3800원. [16
‘쉰 살이 되어 천명처럼 첫 시집을 묶는다’고 말 문을 연 시인은 50년 세월이 농축된 시선과 언어를 보여준다. 2007년 등단 이후 15년 동안 쓴 시편들을 담고 있는 까닭에 삶의 궤적을 보여주듯 다양한 시들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 때로는 격정적인 말의 폭발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하루해가 넘어가는 순간을 ‘장엄한 다비식’이라 부르며 ‘마지막 불씨가 꺼지면 나타날 사리같은 초저녁 별들’을 기다리는 순간의 절제는 오랜 시간 다진 시인의 내공을 보여준다. 저자는 단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옥성 지음, 푸른사상, 1만
1892년 중국 복건성 혜안현에서 출생한 광흠 스님은 36세에 출가해 항상 좌선하고 눕지 않으며 수행했다. 몸을 잊은 정진에 호랑이도 감화됐다하여 ‘복호 스님’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너무 깊은 삼매에 들어 산채로 화장될 뻔 하는 등 여러 일화가 뒤따른다. 1947년 대만으로 이주한 광흠 스님은 일생 동안 염불과 인욕 수행으로 대만에 아미타불 염불수행을 널리 펴는데 크게 공헌했다. 책은 광흠 스님의 생전 정토법문과 염불수행 관련 법문을 중심으로 수록했다. 교리와 수행의 방법 등도 두루 다루고 있다. 정원규 편역, 비움과 소통, 1만2
일제강점기, 한국불교가 왜색불교에 노출됐을 때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을 회복하고 보존하기 위해 설립됐던 선학원의 설립취지 및 정체성, 역사, 문화 등을 모두 망라한 단행본이다.수덕사가 기획하고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가 집필했다. 책은 선학원 창건 및 운영의 주역이 만공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왜곡되거나 소홀히 되고 있는 점을 바로잡고, 선학원 연구에 대한 오랜 성과들을 종합했다. 김 교수는 술이부작(述而不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30년간 수행해 온 선학원 연구에 대한 논문들을 집약해 객관성과 보편성을 담아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혼란과 불운의 시대에 맞서 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용성 스님(1864~1940)의 삶과 사상, 활동을 살펴보고 현대적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시인이자 불교사회운동가인 진관 스님은 동국대서 용성 스님에 관한 연구로 2014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 ‘용성 사상 연구’는 진관 스님의 논문을 기초로 발간한, 용성 스님 관련 단행본 학술서다. 용성 스님의 생애와 행적, 역경과 포교 활동, 선농불교 또는 저술 등 각 분야별 단편적 연구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성직자’의 사전적 정의는 신자들에게 정신적·도덕적 지도, 교리 해설,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사람으로 승려, 목사, 신부 등을 일컫는다. 그러나 간혹 불교계에선 “스님은 성직자가 아니라 수행자”라고 얘기한다. 스님은 직업이 아니라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종교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의례는 간과되기 십상이다. 저명한 종교학자 니니안 스마트(1927~2001)가 세계적인 종교의 공통 특성으로 △교리적 차원 △신화적 차원 △윤리적 차원 △의례적 차원 △경험적 차원 △조직적 차원으로 분류했듯 종교에는 다양한 측면이 존재
[1680호 / 2023년 5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사찰은 수행과 신행 공간이다. 그렇다고 사찰을 불교라는 종교의 테두리에 가둘 수는 없다. 1700년 전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지어지기 시작한 사찰은 장구한 세월을 함께 했다. 그 옛날처럼 지금도 사찰에는 삭발하고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오간다. 그래서 사찰은 모든 계곡의 물들이 흘러드는 큰 강물과 같다. 사찰이라는 공간에 문화와 사상이 흘러들고, 선지식과 대중들의 마음이 모인다. 그 강물이 다시 대지를 비옥하게 하듯 사찰에 모인 문화, 사상, 인물, 인심은 다시 새로운 역사의 물줄기를 형
교리는 현학적이고 수행은 오리무중이다. 불교에 대한 보통의 생각들이다. 다른 종교처럼 그냥 믿고 구원을 받으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스스로 공부하고 수행하고 깨우쳐야 한다. 그래야 부처가 될 수 있다. 이리해도 어렵고 저리해도 어렵다. 그런데 이런 미로와 같은 불교의 가르침 속에서 정작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불교의 목적이라는 지향점이다. 천일을 기도해도, 엉덩이가 문드러지도록 참선해도 팔만사천가지 교리를 모두 다 배운다 해도 결국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월호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