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을 맞을 때마다 참으로 많은 감회가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만났기에 나라는 존재가 그래도 이 만큼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큰 감사의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쁨과 감사의 마음, 거기에는 언제나 부끄러움과 죄송함이 함께한다. 그 귀한 가르침을 받고도 제대로 실천 못하는 자신에 대해, 그래서 그 가르침을 사회적으로 회향해 이 세상을 불국토로 가꾸어 가지 못하는 나와 우리 불자들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위 없는 진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그 위 없는 가르침이 왜 세상의
삶이란 즐겁고 신나고 경이로운 순간들과 스트레스가 심하고 피곤하거나 절망적이며 충격적인 순간이 마치 씨줄과 날줄로 엮이듯 이루어진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대인들은 대체적으로 지나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3명 중 1명꼴로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불안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과거 또는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여러분도 불안한 마음이 들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 시작하는 걸 한 번 쯤 겪어보았을 것이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 때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끝났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를 정하는 법을 세우는 일이다. 법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택하고 있는 국가의 기본적인 통치원리이다. 법치를 처음 사상적으로 체계화한 한비자는 “법이란 사(私)를 폐하기 위해서 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근본을 사(私)로 보고 법을 정하여 사가 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것이 법치의 근본정신이다. 법은 공적인 질서를 세우는 것으로서 철저히 사와는 상반된 것이며, 그 출발점과 지향하는 목표 그리고 제정과 시
명왕성이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은 후 태양계의 가장 바깥 궤도를 도는 행성은 해왕성이 되었다. 그런데 해왕성이 발견된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다. 우리는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하며 새 행성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해왕성을 발견한 것은 망원경이 아니라 수학이다. 천문학자들은 천왕성의 궤도가 예상에 어긋나고 불규칙하게 관측된다는 점에 의아해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수리천문학자 르베리에는 이런 불규칙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행성이 존재해야만 한다고 예상하고 뉴턴의 역학으로 특정 질량과 궤도를 가진 또 하
행위양식(Doing Mode)의 삶이란 실제의 세상과 우리의 주관적 생각이나 바람 사이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상정하고 끊임없이 비교하고 판단내리는 것이다. 이때 마음은 자신의 생각과 이미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생각이 곧 실체라고 착각하며 실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살지 못하고 머릿속 생각의 세계에 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삶의 많은 긍정적인 부분을 놓치게 되고 삶 전체가 점차 기계적으로 굴러가는 자동화모드에 빠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의 생각과 느낌, 감각뿐 아니라 타인 또는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 또한 자동화시킨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전 세계인구의 약 7%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미래에는 암이나 심장병보다 우울증이 더 심각한 질병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인구의 약 10% 정도가 평생에 한 번은 임상적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우울증이 중년기 후반에나 나타나는 질병이었으나, 이제는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우울증이 무서운 것은 무엇보다 재발 가능성이 그 어느 병보다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행복과 만족이 아니라 불행감, 우울, 불안이 인간의 보편적인 일상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매일 같이 다양한 일들이 수 없이 생겨난다. 그 안에는 좋은 일로써 많은 사람들을 이익 되게 하거나 큰 감동을 주는 일도 있는 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으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축하나 공경을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나쁜 일이 있으면 서둘러 그것을 감추거나 없었던 일로 하기 위해 또 다른 나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잘못된 일이라면 오히려 더 서둘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용서를 구해서 다시는 그런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때 좀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제 첫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소소한 불교TV’를 운영하는 1개월 차 초보 유튜버 수미 스님에게 카메라 렌즈는 낯설고 어색하다. 스님은 긴장을 이기려 커피잔을 들고 “짠”을 외치며 “제가 바로 낙산사 바리스타, 수리스타라고 합니다”라며 농담을 건넨다. 스님은 올해 2월27일 ‘스님의 유튜버 입문’ 영상을 시작으로 ‘일상브이로그’ ‘벽화이야기’ ‘절하는 방법’ 등 총 9개 영상을 올렸다. 스님의 주된 콘텐츠는 ‘수미 스
수천년간의 인류 역사를 통해 볼 때 규칙적인 명상수행은 신체·정서·심리·영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이롭다. 하지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명상을 하면서 깊어지기 위해서는 존 카밧진 교수가 말하는 일곱 가지 수행의 기본 태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본 태도는 상호보완적이어서 하나의 태도를 실천하면 다른 태도들이 저절로 연관되어 더욱 깊어진다. 첫째는 ‘판단하려 하지 말라(Non-judging)’다. 우리는 경험하는 모든 것에 대해 우리의 가치 기준에 따라 끊임없이 판단하고 그것에 반응한다. 어떤 일, 어떤 사람 그리고 어떤 사건에
‘금강경’의 두 곳에 범어로 ‘와스뚜(vastu)’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문장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제4 묘행무주분으로 구마라집 역은 “응무소주행어보시(應無所住行於布施, 머무는 바가 없이 보시를 행해야 한다)”로 되어 있으며, 두 번째는 제14 이상적멸분으로 구마라집 역은 “심주어법이행보시(心住於法而行布施, 법에 머문 채 보시를 행한다면…)”로 되어 있다. 현장 역은 앞의 것이 “부주어사응행보시(不住於事應行布施, 일삼음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행해야 한다)”로 되어 있고 뒤의 것이 “위타어사이행보시(謂墮於事而行布施, 일삼음에 떨어져
불교의 계율에는 크게 율장과 보살계가 있다. 율장은 출가 승려들이 지켜야 하는 것이고 보살계는 대승의 출가자와 재가자가 함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 중 우리는 보살계인 ‘범망경’을 살펴보고 있다. 앞선 내용에서는 ‘범망경’의 10가지 무거운 죄와 48가지 가벼운 죄(십중사십팔경계) 중에서 무거운 죄를 살펴보았고 이제부터는 가벼운 죄를 함께 확인하겠다.무거운 죄와 가벼운 죄라는 구분이 있어서 마치 가벼운 죄는 다소 어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범망경’에서 말하는 죄의 구분은 그 죄를 어기는 빈도와 번뇌의 무게,
철학자 가운데도 문장이 훌륭해서 읽을 때마다 그 지성의 예리함뿐 아니라 문장의 수려함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사람이 있다. 17세기 프랑스의 데카르트 같은 이는 ‘그가 이렇게 명문을 구사하는 철학자였기에 근대철학을 더 성공적으로 시작했을 것’이라는 찬사가 붙을 정도로 맑고 매력적인 문장을 구사했다. 미국에서의 대학원생 시절 나는 그의 라틴어 및 불어 원전 영어번역을 읽고서 그 아름다움에 감탄해 그의 책 ‘명상’의 영역본을 철학전공도 아닌 친구들에게 선물했을 정도였다. 물론 명문장은 그 영향력 때문에 가끔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제71칙 : 염불법은 자신의 정신과 선근에 맞으면 무엇이든 괜찮다.어떻게 자신에 맞는 염불법을 정착시킬까? 고인께서 법을 세움은 약국에서 매우 많은 약품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하셨다. 어떻게 선택하든 자신의 정신 기력과 과거의 선근 등을 헤아려서 큰 소리로 염하거나 작은 소리로 염하거나 금강념으로 하거나 묵념으로 하거나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혼침이 생기면 큰 소리로 염해 혼침을 물리쳐도 괜찮고, 산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큰 소리로 염불하면 반드시 질병을 유발하므로 보통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항상 이
한국불교연구원, 불교문화 강연회3월13일부터 12주간 매주 금요일안성두 교수 등 전문 학자들 진행한국불교연구원(원장 안성두)이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의 눈높이에 맞춘 고퀄리티 불교문화 특별강좌를 마련했다.한국불교연구원은 3월13일부터 6월5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한국불교연구원 법당(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11가길 59)에서 총 12회에 걸쳐 특별강좌를 실시한다. ‘불교는 어떻게 아시아의 등불이 되었는가’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각 분야 전문 학자들이 참여해 불교와 관련된 문학, 미술, 윤리, 명
제62칙 : 마음을 거두어들여 염불하는 법은 불변의 대도이다.마음을 거두어들여(攝心) 염불하는 법은 결코 변하지 않는 대도(大道)이다.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법은 오직 듣는 자기의 성품을 돌이켜 들음(反聞)을 제일로 삼는다.제63칙 : 계율을 지키고 보리심을 발하고 신원을 갖추어라.무릇 정업(淨業)을 닦는 사람은 첫째, 반드시 청정한 계율을 엄밀히 지켜야 하고, 둘째 반드시 보리심을 발하여야 하며, 셋째 반드시 진실한 믿음과 발원을 갖추어야 한다. 계율은 제법을 쌓는 토대이고, 보리심은 불도를 닦음에 있어 지휘관이며, 믿음과 발원은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개인이 방송을 하며 여러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이 하는 발언이나 방송 등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변화되거나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상대를 헐뜯거나 비방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알리는 것에 빠지다 보니 정작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잊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얻게 된 관심이나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불교에서는 망어계와 같이 말로써 짓는
불교의 여러 계율에는 ‘음주계’를 두어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는 술에 취해서 자신의 의도를 벗어난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범망경’에서는 이러한 술이 원인이기에 ‘제5 고주계(酤酒戒)’를 두어 ‘술을 팔지 말라’고 금지시키고 있다.술을 파는 것은 중생들에게 음주계를 어기게 하고 여러 죄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엄격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출가자의 경우 당연히 미혹함을 만드는 술을 만들거나 파는 것을 철저히 금지시키지만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재가자는 입장이 다르다. 그렇기에 고주계에 대해 많은 주석가들이 재
“신미 스님이 세종을 도와 한글을 창제했더라도 세종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종은 제왕으로서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려는 의지가 뚜렷했고, 기획 주도한 것이 세종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집단지성으로 만들었지만 그 책임자인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최시선 진천 광혜원고등학교 교장은 교육자이며 문인이다. 다음 카페에 ‘한글창제와 신미대사 연구회’를 운영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최근 충북학연구소와 충청북도가 공동발행하는 ‘충북학’ 21집에 신미 스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맥락적 근거
결혼 전에는 어머니를 따라 한두번 절에 간 기억이 전부였다. 결혼 후는 시어머님께서 다니시는 절을 따라가게 된 이후 초하루마다 동행하게 되었고, 절이 집에서 다니기에는 다소 먼 곳으로 이전했음에도 어머니와 함께 15년 정도 신행 생활을 지속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부족함을 느꼈다. 사찰의 규모가 작다 보니 개인 기도를 하기에는 좋았고 그래서 기도하는 힘도 많이 길러졌지만 법문이나 불교 공부를 체계적으로 배우기에는 갈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시간이 나면 집 근처의 다른 사찰에서 사경을 했다. 처음 다니던 절의 스님께서 숙제처럼
돌아가신 조상이 남긴 몸을 후손들이 땅에 묻고 기리는 풍속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어왔던 풍습이다. 영혼이 뼈에 깃든다고 생각해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모아 따로 모시기도 했다. 유골을 통해 후손들이 조상들의 영혼과 연결된다는 고대 조령(祖靈) 신앙의 한 모습이다. 보통사람의 유골도 이러하였으니, 만인이 믿고 의지하던 성자(聖者)에 대해서는 더욱 특별한 숭앙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했다. 약 3000년 전 인도에서 태어나 수행자로서 뭇 사람들의 커다란 존경을 받다가 열반한 고타마 싯달타가 바로 그렇다. 한계를 넘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