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과거가 아니다. 현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작용하게 될 때 전통의 가치는 존재한다. 사유의 체계에 녹아들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전통이다. 이것은 강요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향유 계층의 지속적 공감에서 이루어진다. 공감은 다시 계승으로 이어져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게 된다.스님들의 수행과 포교의 공간이자 생활공간인 사찰은 유무형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가람의 배치와 전각의 구성 요소 등 외형적인 것은 물론, 오랜 세월 동안 주석한 스님과 사찰을 거쳐 간 많은 사람들의 사유 양식과 추구했던 가치가 역사가
불갑산에는 7월 중순부터 노란색 상사화가 피기 시작하여 9월 초·중순에는 붉은색 상사화로 온 산천을 붉게 물들인다. 불갑산에 상사화가 피는 철에는 가히 선경(仙境)을 이루어 내니, 옛 사람들은 ‘호남제일지가경, 해동무쌍지보계(호남의 제일 뛰어난 경치요, 해동에서 둘도 없는 보배로운 곳)’이라고 찬탄하였던 곳이다. 6월말 상사초 잎이 완전히 사그라져 없어지고 나면, 노랑상사화는 7월 중순에, 분홍상사화와 흰상사화는 8월 초순에, 붉노랑 상사화는 8월 중순에, 붉은 상사화는 9월 중순에 흰 빛깔의 꽃대만 미끈하게 쭉 뻗어 올라와 청순함
대만불교는 60년대 중반까지 별 존재감이 없던 종교였다. 본토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주도하는 대만에서 불교는 보존하고 지켜야 할 유물이나 유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미래를 위해 원력을 펼치기만 하면 됐다. 또한 조상 덕을 볼만한 유산도 없어 1967년 대학생들의 불교학습운동을 시작으로 거의 맨땅에서 스스로 만들고 세우며 일으켜 오늘의 대만불교가 됐다.성운 스님의 불광산사, 증엄 스님의 자재공덕회, 성엄 스님의 법고산사, 유각 스님의 중대선사 등이 중심이 되어 척박했던 대만불교를 불과 50년만에 현재 대만인
지난 7월 초, 광주에서 한 괴한이 모녀만 있는 집에 침입했다. 5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남자는 저항하는 피해자를 정신이 잃을 때까지 구타하고 8살 초등학생을 강간하려 했다. 아이가 도망쳐 신고한 덕에 잡힌 그는 발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성범죄를 포함한 전과 7범. 2026년까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다. 충격적인 것은, 경찰이 올 때까지 범인은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폭행을 못한 미수범이니 잡혀도 금방 출소할 거다, 그가 주장한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보니 지난해 10월의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체험이 산업이 되는 시대다. 직접 참여하여 행동하고 만들어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생활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여행 등 레저산업,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공간에서도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의미 있는 체험은 과정에서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지식으로의 발전도 수반하게 된다. 개인에 따라서는 태도의 변화와 생각의 전환을 가져와 세계를 보는 관점까지 바꿔 놓기도 한다.사찰에서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일반인들에게 사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사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적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단면을 떠올려 본다. 모두들 너무 바쁘다. 어떤 사람들은 할 일이 많아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살고, 어떤 사람들은 몸은 한가하나 마음이 바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 가운데 욕망과 바람을 쌓아간다. 그리고 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추구해 나간다. 그러나 이 사회는 모두의 욕망을 충족할 만큼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회는 크고 작은 욕망과 바람이 충돌하고 끝없는 갈등과 대립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서 그칠 기약이 없다. 인류역사는 과거에도 그랬고,
영국의 사회운동가이자 기업가인 아니타 로딕은 “변화를 위해 한 사람의 힘이 너무 작고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되면, 작은 미물인 모기 한 마리를 방에 두고 같이 잠을 자보라”고 했다. 모기 한 마리로 비해 비교가 안 될만큼 큰 당신이 밤새 얼마나 괴롭힘을 당할까 상상해보라. 한 사람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가히 상상할 수 없다. 거대한 변화는 모두 결국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얼마 전 서울 불교환경연대 사무실 앞에 위치한 불교단체인 사단법인 룸비니에 들른 적이 있다. ‘전태일 평전’을 쓰신 고 조영래 변호사님, 박세일 서울대
사람들은 안동을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 20년 전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안동을 찾았다. 그 당시 모든 안동 시민들은 영국 여왕의 방문을 환영하였다고 한다. 특히 하회마을 주민들은 여왕을 위하여 전통적인 상차림으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였고, 황소에 쟁기를 매어 밭갈이를 시연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금년 5월, 여왕의 아들인 앤드류 왕자가 이곳을 방문하여 20년 전 여왕의 행로를 되돌아보았다. 안동은 마천루가 하늘을 찌르는 서울과는 도시 형태가 많이 달라 시내 곳곳에 한
2019년 상반기, 전국 각지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있었다. 그중 불교계의 3·1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가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저항×2-범어사 3·1운동과 명정학교’라는 전시였다. 이 전시는 범어사 성보박물관과 부산근대역사관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공동기획 특별전(2019년 3월1일~6월9일)이었다. 이 전시는 부산 범어사의 3·1운동에 대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세운동의 배경과 인물들을 짚어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는 이제까지의 범어사 만세운동과 관련된 연구
52%의 신도가 십일조, 개인당 월 33만원의 헌금한 사람을 알려면 현재 그가 어떤 친구들을 만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더 깊이 알려면 그가 어디에 시간을 많이 쓰는지 알면 된다. 나아가 그 사람이 현재 버는 돈 중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이 쓰는지를 보면 더욱 깊이 알 수 있다. 2008년 발표된 바른교회아카데미 여론조사에는 개신교인의 52.1%가 수입의 10분의1 이상을 정기적으로 십일조 헌금을 하고, 그 이상을 내는 사람도 20.4%나 됐다. 가구당 헌금액은 연평균 345만원이고 감사헌금이나 건축헌금을 포함하면 연평균 400만
아직도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장남자’ 또는 ‘게이’로 인식한다. 에이즈와 각종 성병 등을 옮기거나 정상적이지 않고 치료가 필요하며, 양성평등의 사회질서를 깨는 사람들로 여긴다. “성소수자들 존재 자체를 문제로” 보는 편견이 여전하다. 이들이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법조계, 의학계는 물론 종교계, 특히 개신교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여긴다. 그러나 성소수자가 질병에 걸린 사람들도 아니고 혐오의 대상도 아니다. 함께 행복하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지난 4월9일 7명의 노인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퇴계선생귀향길재현단’은 서울 강남 봉은사를 출발하여 21일 안동 도산서원까지 320km를 걷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 행사는 안동시 도산면 퇴계종택 뒤에 자리하고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 기획하고, 시행하였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이 행사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서 퇴계 이황의 학문과 애민정신을 후대 사람들이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재현단은 기록을 바탕으로 음력 1569년 3월4일부터 17일까지 퇴계가 고향으로 돌아왔던 이 길을 수차례 예비답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