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항상 함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부처님의 입을 빌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진리 속에 있으면서도 진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부처님의 가르침도 또한 진리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대기설법에 의지해 진리를 파악하지만, 이는 진리를 드러내려는 방편이다. 진리는 말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달이 진리라면 가르침은 손가락에 불과하다. 우리는 비록 손가락에 의지하지만 결국에는 달을 봐야 한다. 이렇게 수행을 통해 이룬 특출난 체험이라도 이해가능한 설명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결코 타인에게 이를 수가 없다.책은 과거와
‘장로(長老)’. 불교 용어였던 이 단어가 한국 개신교에 차용되면서 본뜻이 흐려져 버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대체 진짜 ‘장로’는 누구인가. 5부로 구성된 빠알리 경장의 다섯 번째 ‘쿳다까 니까야’의 15개 경전 중에서 8번째에 해당하는 경이 ‘테라가타(theragāthā)’다. ‘테라(thera)’는 부처님의 직계제자로 깨달음을 성취한 아라한이라는 뜻이다. 중국으로 건너가 ‘장로’로 번역됐다. ‘가타(gāthā)’는 게송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테라가타는 부처님의 깨달은 제자, 아라한들에 의해 읊어진 게송을 의미한다. ‘
종교학계에서는 세계종교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교리적 차원, 신화적 차원, 윤리적 차원, 의례적 차원, 경험적 차원, 조직적 차원을 언급한다. 이 6가지를 고루 갖춰야 종교의 기능을 발휘하고 생명력과 역사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윤리적 차원은 대중의 신뢰와 직결된다. 사회적인 행동 규범인 윤리의 요소가 결여되면 사회적으로 지탄받기 쉽고 확장성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불교는 윤리성이 가장 두드러진 세계종교다. 불교 윤리는 부처님이 첫 설법에서 명확히 밝힌 것처럼 의도와 행위가 개인에게 미래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업에 기반한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는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이비 교주의 사악한 행태를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단순히 사이비 교주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종교에 입교한 신도들의 맹목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신도들의 종교문해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지요. 종교문해력은 맹목적 믿음이 아닌 자기 종교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종교가 없는 이들에게는 바르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조성택
다른 종교와 비교되는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와 같은 포용성에 있다. 불교는 여러 나라로 전파됐지만, 그 지역의 문화와 불화하지 않고 융합하며 새로운 불교로 태어났다. 그렇기에 기독교와 같이 치열한 이단 논쟁에 빠지거나, 칼을 들고 싸우는 폭력의 덫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각 지역과 나라에 따라 불교의 형태와 모양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세계의 불자들은 일불제자(一佛弟子)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곳곳으로 퍼진 불교는 특히 중국에서 가장 큰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불교 전래 초기엔 경전 내용을 중국의 당시 문화적 수준에서 이해하는 격
공(空)은 반야경, 중관, 유식, 여래장, 정토, 선 등 대승불교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개념이다. 그렇기에 공을 모르고 대승불교를 말할 수 없다.이 책은 용수를 중심으로 공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승불교 입문서다. 저자는 가지야마 유이치(1925~2004) 전 교토대학 명예교수. 공사상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반야·중관사상, 인식론·논리학을 중심으로 불교의 문헌학적·철학적 해석에 큰 업적을 남긴 석학이다. 저자는 ‘숫타니파타’와 ‘담마파다’ 등 초기경전에 나타난 공사상의 근원을 파헤치며, 설일체유부의 실재론을 논파한다. 또 반야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십송율’ ‘마하승기율’ 등 초기불교 율장들을 번역해 온 조계종 교육아사리 보운 스님이 남방불교 율장 ‘팔리율’을 완역했다. 지난 2022년 ‘남전대장경’ 분류체계를 인용해 ‘팔리율Ⅰ’을 처음 간행한 데 이어 이번에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팔리율Ⅴ’를 우리글로 번역했다. 이는 초기불교 율장을 국역하겠다는 발원으로 2013년 ‘근본설일체유부’의 율장을 번역한 이후 10여 년간 오직 한길을 걸어온 스님의 원력이 만든 결실이다. 팔리경전은 부처님 직계 제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구전한 것을 토대로, 기원전 1세기
책은 국보 ‘쌍계사 진감선사대공영탑비’ 비문을 최초로 완역한 전 불국사 강주 일해덕민 스님이 이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해설한 것이다. 진감선사대공영탑은 쌍계사 창건주 진감혜소 선사의 덕을 기려 세운 것으로 887(진성여왕 1)년에 세워졌다. 그러나 탑의 비문이 난해한 한문으로 기록돼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덕민 스님은 어려운 비문을 원문과 함께 직역하고 평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했다. 스님은 강의를 통해 쌍계사 개산과 창건의 역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왔다. 특히 쌍계사 개산조사인 삼법대비화상, 창건조사인
3월호 특집은 ‘세대 갈등의 불교적 해법’이다. 세대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세대 간의 소통 부족은 갈등을 심화시키고, 사회 불안 등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져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 호에서는 세대 차이와 갈등 원인을 살펴보고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세대 갈등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해소 방안을 살펴본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의 원인과 현상’(박재흥) ‘세대 갈등에 대한 불교경전의 가르침’(이미령) 등의 글이 담겼다. 대한불교진흥원.[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현대인들에게 매일 삶 속에서 마음 챙김과 자기 성찰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고대 불교 전통에서 유래한 52가지 우화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특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를 통해 독자는 일상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보다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 미카엘 슈타인반트 지음·원당희 옮김/세창미디어/1만8500원.[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
티베트 닝마파 한국지부인 세첸코리아를 설립해 티베트 불교를 한국에 알리고 있는 저자가 티베트 불교와 명상, 삶에 관한 주제로 매일 아침 SNS에 올린 글 가운데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았던 글을 엄선해 책으로 엮었다. ‘명상 필사집’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왼쪽에 자신의 글을, 오른쪽에 그 글을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저자가 전하는 명상의 글을 읽고 필사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다 보면 마음을 차분하게 다듬을 수 있다. 용수 스님 지음/스토리닷/2만원.[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일상의 사물에 투영된 잔상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해 온 신장련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모래시계’를 비롯해 70여 편의 시가 담겼다. 밝게 빛나는 둥근 달을 바라보며 시인은 “어두움도 쓰다듬으면 환하게 살이 오르고, 세월을 넘어선 아픔은 말랑하게 품속을 파고들어 속삭이듯, 기다림도 사랑이고 무관심도 때론 약이 되니 순응하며 쉬엄쉬엄 살자”고 말한다. 세심하게 일상을 관찰한 시인의 따뜻한 언어에 위안을 얻는다. 신장련 지음/우인북스/1만원.[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