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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노조 사태에 대한 일반직 종무원들의 시선

  • 교계
  • 입력 2019.04.10 12:43
  • 수정 2019.04.10 14:47
  • 호수 1485
  • 댓글 16

노조 참여율 전체 종무원 10% 수준
노조 논란 커지며 종무원 시름 깊어
대다수 종무원 “노조주장 동의 못해”
노조, “노-노 갈등프레임 봐선 안돼”
차장급 노조원 여직원 폭언 논란으로
노조원-비노조원 갈등 구조로 치달아

조계종 노조는 지난해 9월20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조계종 노조는 지난해 9월20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금 상태에서 노조를 설립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그동안 우리가 어떤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노조를 설립해야 하나.”(A종무원)

“전임 총무원장스님 때 총무원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전임 총무원장을 고발하는 게 도의적으로 맞나.”(B종무원)

“자기들(노조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초월했는지 몰라도 우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노조문제로 우리까지 피해를 입게 되면 저들이 책임질 것인가.”(C종무원)

최근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조계종 일반직 종무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조계종 노조가 현직 총무원장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데 이어 전 총무원장을 검찰 고발한 것에 대해 일반직 종무원들의 대다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계종 노조가 출범 당시 “종무원의 권익 신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행보는 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조계종 노조로 인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종무원들까지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일반직 종무원들 사이에서 조계종 노조에 대한 불만들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조계종 노조의 규모는 30~40명. 총무원·교육원·포교원 등에서 근무하는 노조원이 16명 안팎이고, 나머지는 산하 중앙종무기관에 근무하는 종무원들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차팀장급으로 조계종에서 평균 20년 가까이 근무했고, 일부는 5~6년 내에 정년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종무기관(총무원 산하기관 포함)에서 근무하는 전체 종무원 수(350여명)와 비교하면 노조 가입률은 10% 안팎으로 추산된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종무원들을 포함하더라도 노조 지지그룹은 전체 종무원의 15%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종무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만큼 조계종 노조가 일반직 종무원 사회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조계종 노조가 일반직 종무원들에게조차 외면 받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복수의 종무원들은 조계종 노조가 출범 당시부터 배타성을 띠고 있었기 때문으로 지적한다. B종무원에 따르면 조계종 노조는 지난해 9월20일 공식 출범했지만, 노조설립과 관련해 사전에 이를 인지한 종무원들이 극히 드물었다. 종무원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권익향상을 위해 노조를 설립하는 것임에도 대다수 종무원들을 배제했다는 것 자체가 노조설립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종무원은 “조계종 노조는 종무원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특정종무원을 중심으로 사조직 형태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무원들을 ‘내편’과 ‘네 편’으로 편가르기하면서 출범한 노조를 종무원들이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계종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계종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연합노조 형태로 가입돼 있다. 이 때문에 노조협약 등도 종단과 무관한 민주노총 산별노조 관계자와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이 체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종단과 무관한 제3자가 조계종 종무원의 임금과 노동활동에 직접적으로 간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종교단체로서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정규 조계종 노조 홍보부장은 “노동환경의 변화로 산별노조 가입을 통한 노조활동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노사위원회가 구성되면 총무원장스님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다수의 종무원들은 “그동안 종무원들의 권익 문제는 자체 종무원조합인 원우회를 통해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풀어갈 수 있는 문제”라며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사회원로이자 사회 현안 갈등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던 조계종 총무원장을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로 전락시킨 것은 노조 스스로 종단 위상을 추락시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조계종 노조가 전임 총무원장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전임 총무원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면서 종단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은 종무원으로서 적절하지 않고, 순수한 노조활동으로도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D종무원은 “노조가 고발한 내용은 의혹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설령 문제가 있었더라도 종단 내부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임에도 부처님오신날을 코앞에 두고 사회문제로 확산시키는 것은 조계종 노조가 특별한 다른 의도를 갖고 이 문제를 바라봤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정규 홍보부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종단 내부관련자와 만나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검찰고발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노조활동을 근로자의 권익문제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종단발전과 변화를 위한 공익적 역할도 노조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은 이어 “조계종 노조 출범과 관련해 종단은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갈등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노조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려는 것”이라면서 “노조를 비판하기에 앞서 재가종무원의 인권과 지위, 역할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계종 노조를 바라보는 대다수 종무원들이 노조의 배타적 구조를 지적하고, 노조활동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부장의 설명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조계종 노조가 다수의 종무원들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노조설립의 필요성 등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한 차장급 간부가 여직원을 향해 폭언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종무원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다수의 종무원들은 해당 간부에 대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조계종 노조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 문제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85호 / 2019년 4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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