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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 스님은 차별 받는 이들의 의지처였다

  • 교계
  • 입력 2021.07.22 10:15
  • 수정 2021.07.22 10:55
  • 호수 1595
  • 댓글 0

1992년 위안부 할머니 시설 ‘나눔의집’ 개소
권익 보호와 편안한 여생 위해 30여년 노력
캄보디아 등 6곳 지부 둔 지구촌공생회 창립
식수·교육 지원 및 지역개발사업 활발히 펼쳐

 

나눔의집에 세워진 할머니들의 기념비에 합장하고 있는 월주 스님. 사진출처 : 월주 스님 사진집 '태공'
나눔의집에 세워진 할머니들의 기념비에 합장하고 있는 월주 스님. 사진출처 : 월주 스님 사진집 '태공'

“한국불교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행전통은 계승하되, 산중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세상의 아픔을 나눠야 한다.”

월주 스님의 굳은 신념은 1998년 총무원장 임기가 끝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스님의 중생구제 원력은 가장 서러움을 받고 살아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비롯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해외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그 가운데서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지원시설인 나눔의집 운영과 국제개발협력기구 지구촌공생회 설립은 스님의 대표적인 불교계 사회운동으로 꼽힌다.

‘나눔의집’은 불교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처음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월주 스님은 1991년 언론보도를 통해 용기 있는 증언에 나선 피해 할머니를 보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불교인권위원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던 스님은 곧바로 ‘나눔의집 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불교계는 물론 사회각계 인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피해 할머니들을 모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상처를 씻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할머니들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불자들의 보시로 그해 10월 각지에서 쓸쓸히 생활하던 할머니들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나눔의집’으로 모시게 됐다. 운영자금이 늘 부족한 탓에 서교동, 명륜동, 혜화동의 전셋집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1995년 한 불자가 땅을 기증하면서 지금의 경기도 광주 퇴촌면에 자리 잡았다. 당시만 해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매우 낮았다. 나눔의집에는 56명의 할머니가 거주했지만, 한 달에 모연되는 후원금은 200~300만원에 그쳤다. 월주 스님은 넉넉하지 않은 재정에도 ‘할머니들을 끝까지 잘 모셔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일단 거주 시설이 마련되자 월주 스님은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 시위는 물론 일본 국회, 미국 의회, 유엔 등에서 할머니들이 증언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총무원장 재임 당시 캄보디아와 중국에 살고 있는 피해 할머니 2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위로의 시간도 가졌으며, 1995년 8월15일에는 광복 50주년과 분단 반세기를 맞아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본 당국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과거를 사죄하지 않는 일본의 행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98년 세계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의 쉼터에만 머물지 않고, 역사 교육의 공간으로 성장해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권익 보호와 편안한 여생을 위해 30여년 동안 헌신해 온 월주 스님은 회고록 ‘토끼뿔거북털(2016)’을 통해 “나눔의집 할머니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러나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오히려 방문자들을 위로한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이라는 할머니들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나 역시 할머니들의 뜻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아갈 것이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사진출처 : 월주 스님 사진집 '태공'
사진출처 : 월주 스님 사진집 '태공'

스님의 자비와 나눔 정신은 비단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지구촌의 현실에 눈을 돌린 스님은 2년에 걸친 현지답사 후 2003년 10월 국제개발구호 비정부기구(NGO) 지구촌공생회를 창립했다.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해소하도록 나눔을 생활화하는 자비운동이 보살행”이라는 월주 스님의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가르침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미얀마, 네팔, 케냐 등 6곳에 해외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선물하는 식수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교육지원사업, 지역개발사업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총 2548기의 우물 설치, 79개 교육시설 설립, 52곳의 지뢰 없는 평화마을 조성, 농장 및 사회적기업 운영 등 괄목한만한 성과를 이뤘다. 특히 코로나19로 배움에 기회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방역물품과 도서, 학용품 등을 전달하며 희망을 선물했다.

대형 재난으로 낙담한 이웃들을 위한 긴급 구호 사업도 빛났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 해안 인근에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활동가를 파견해 상수도 및 물탱크, 유치원 등을 설립하며 피해복구에 힘썼다. 2006년 인도네시아 자바섬 지진, 2008년 미얀마 나르기스 태풍,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2010년 일본 대지진.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 및 쓰나미, 2013년 필리핀 하이옌 태풍, 2015년 네팔 대지진 때도 발 빠른 구호 및 지원 활동을 펼치며 지역 주민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고자 노력했다.

이렇듯 월주 스님의 일생은 불교자주화뿐만 아니라 차별, 냉대, 굶주림이 없는 세상을 향한 간절한 염원이었고 거룩한 실천이었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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