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중앙아시아 서역남로의 고대 유적 미란을 방문하여 이듬해까지 발굴하던 영국의 오렐 스타인(A. Stein, 1862~1943)은 한 사원지에서 놀라운 유물을 발견했다. 그것은 서양화풍으로 그려진 불교 벽화였다. 그 중에는 천사의 그림도 있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불화 속 천사이므로 비천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천은 날개가 없이 하늘을 나는 반면, 기독교의 천사는 날개를 달고 있어 차이가 있는데, 미란에서 발견된 천사들은 날개를 달고 있어 유럽 미술 속 천사의 영향이 분명해 보인다. 스타인 자신도
최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신미 스님(信眉, 1405?~1480?)이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한글 창제 과정을 새롭게 접근한 영화다. 억불숭유의 시대에 가장 높은 곳의 임금과 가장 낮은 곳의 스님이 만나 협력하고 갈등하면서도 ‘모든 백성이 문자를 읽고 쓰는 나라’를 꿈꿨던 세종의 이상이 어떻게 현실로 구체화됐는지를 펼쳐낸다.그런데 뜬금없이 이 영화가 역사 왜곡 프레임에 발목을 잡히면서 흥행에 큰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 이 영화의 상영 및 해외 보급을 금지하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역사적 근거가 빈약할 뿐 아니라 세종대왕을 무능한
붓다의 제자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아라한과를 증득한 사람은 ‘답바 말라뿟따(Dabba Mallaputta)’이다. 그는 말라국의 아누삐야에서 태어났는데,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가 숨졌다. 그래서 그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말라뿟따’라는 그의 이름은 ‘말라족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그는 일곱 살 때 말라국을 방문한 붓다를 뵙고, 붓다 곁으로 출가하게 해달라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답바를 데리고 붓다께 가서 삭발할 때 그는 곧바로 아라한이 되었다.그는 붓다와 함께 라자가하로 돌아와 그곳에서 붓다의 허락을 받아 승가에 봉사
누구나 한 번 쯤은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 것인지 의문과 회의가 들 때가 있는 법이다. 스님들에게는 4년이나 9년 차에 한 번씩 그런 일이 종종 생겨난다. 잠시 지나가는 바람처럼 흘러 지나가기도 하지만 심한 홍역이나 열병을 앓기도 한다. 그럼 지체 없이 길을 나서 만행을 떠나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리라.어느 해인가 내게도 그런 날이 시나브로 찾아왔었다. 아니 예정된 인연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무릇 모든 일은 그럴만한 연유가 있게 마련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란 소설의 첫 문장인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
산사기행집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로 불자들에게도 친숙한 이산하 시인은 ‘녹두서평’ 1집에 1300행의 미완의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한 바 있다.(1987)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한라산 서문)에서 보이듯 미국과 역대 한국정권에 의해 은폐된 4·3사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이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필화를 겪었다. 개천절 특사로 석방(1989) 된 시인은 이듬해 제주도로 떠난다. 시 ‘한라산’을 완성하기 위함이었다. 진실에 좀 더
진안과 마령 경계선에 희유한 모양의 두 봉우리가 마주한 산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신라시대 서다산(西多山), 고려시대 용출산(聳出山)을 거쳐 조선 초에는 속금산(束金山)으로 불렸다. 계절에 따라 봉우리 이름도 다르다. 안개 자욱한 봄날에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대를 닮아 돛대봉, 녹음 짙은 여름 수목 사이에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 가을 단풍 때 말의 귀처럼 생긴 봉우리가 유독 두각을 나타내 마이봉, 화선지(설산)에 묵화를 치는 붓(봉우리)과 같다 하여 겨울에는 문필봉이라 한다. 지금은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하
비구니스님들이 대중생활을 하는 사찰, 특히 이제 갓 사미계를 수지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비구니학인스님들이 모인 승가대학은 규율이 엄격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엄격하기만 할까. 아니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자유롭게 개인 및 단체생활을 하는 문화가 존재하고, 그에따라 대중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피소드도 넘쳐난다.‘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는 그 속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올해로 청암사 승가대학 설립 32주년, 그 32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온 ‘청암지’ 100호 발간을
불교는 한때 출가를 하는 종교라는 선입견 때문에 동양의 ‘효(孝)’와는 다소 동떨어진 종교로 취급 받아 조선시대에는 억불정책이라는 탄압을 받기도 했었다. 불교의 구성원인 비구, 비구니는 독신 출가자로서 한 평생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깨달음을 추구하는 출가수행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곁을 떠나 삭발을 하고 바깥세상에서 살아오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출가수행자로서의 삶을 추구해가는 것이다. 이런 출가제도와 비구, 비구니의 모습을 얼핏 보면 자신만을 위해 가족을 떠난 이기주의자와도 같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이유
부처님이 열반을 앞둔 어느 날, 쿠시나가라 숲속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었다. 한 늙은 바라문이 찾아와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한 것은 우담바라가 피는 것처럼 드문 일이니, 제발 잠시만이라도 뵙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난은 “부처님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며 만류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처님은 자비로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늙은 바라문은 정중히 예를 올리고 자신의 의심을 부처님께 물었다. 그의 질문을 받은 부처님은 팔정도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설했다. 이에 감복한 바라문은 “저도 여래의 법 가운데 출가해 구족계를 받을
“MBC는 사과하고 불교탄압을 즉각 중단하라.”“MBC 최승호 사장은 즉각 사퇴하고 참회하라.”“사실에 벗어난 일체의 보도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불자들의 분노는 뜨거웠다. MBC본사 앞에 울려 퍼진 함성은 “MBC의 반복되는 불교탄압을 근절하겠다”는 불자들의 원력이었다.‘불교폄훼 MBC허위보도 근절을 위한 조계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월2일 서울 MBC본사 앞에서 ‘불교탄압 MBC 규탄법회’를 봉행했다. 앞서 대책위는 ‘조계사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 등 MBC가 보도한 조계사 템플스테이 체험관 관련 기사에 대
“스님! 사랑해요.”4월22일 삭발수계식을 가진 조계사 천진불들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힘껏 껴안았다. 기념촬영 뒤 합장인사를 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원행 스님에게 안겼고, 원행 스님은 인자한 웃음으로 두 팔 벌려 천진불들을 꼭 껴안았다.서울 조계사 동자승 10명은 4월25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원행 스님을 예방했다.성현·명연·명신·명법·명조·명관·본엄·본성·다명·진화 스님은 이날 원행 스님에게 자신의 사진이 담긴 달력을 선물했고, 원행 스님은 템플스테이·사찰음식 컬러링북과 필기류 등 문구와
템플스테이 체험관 신축에 횡령의혹 등을 제기한 MBC뉴스데스크의 보도에 대해 조계사(주지 지현 스님)가 즉각 반발하는 가운데 4월23일 신도 등 300여명이 ‘불교폄훼 허위보도 MBC 규탄 법회’를 가졌다. 조계사는 “이번 보도는 조계사와 불교를 폄훼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악의적인 편집”이라고 규정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MBC가 또다시 봉축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의도된 훼불”이라고 규탄했다.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은 “어제 MBC뉴스데스크는 ‘국고보조금 횡령의혹’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뉴스를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10명의 천진불이 어엿한 스님으로 거듭났다.서울 조계사(주지 지현 스님)은 4월22일 대웅전 앞마당에서 ‘조계사 동자승 단기출가 보리수 새싹학교 삭발수계식’을 봉행했다. 올해 단기출가한 어린이는 총 10명, 주지 지현 스님을 계사로 계를 수지하고 삭발염의했다. 스님들을 5월12일 부처님오신날까지 봉축행사에 참여하게 된다.송지희 기자 jh35@bbeopbo.com [1487 / 2019년 5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
‘삼국유사’ 황룡사 장육존상조의 내용은 별전(別傳)·사중기(寺中記)·별본(別本)·별기(別記) 등에 전하는 여러 종류의 전승 자료들을 모아 정리한 연기설화이다. 그런데 설화의 내용은 자료에 따라 약간의 다른 사실들을 전해주고 있으나, 모두 석가3존상의 조성에서 인도(西竺)의 아육왕(阿育王, Aśoka)은 실패하고, 신라(東竺)의 진흥왕이 성공하였다는 내용은 일치한다. 아육왕 불상의 경우는 아육왕의 8만4천탑 설화와 함께 중국측 문헌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아육왕 불상에 대해서는 혜교(慧皎, 497〜554) 찬술의 ‘고승전(高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아기를 낳을 때가 되었습니다. 친정인 데바다하(천비성)로 가서 그곳에서 아기를 낳고자 합니다.” 천지에 봄꽃이 만발한 어느 날, 마야왕비가 정반왕께 이야기 했다. 정반왕은 기뻐하며 마야왕비의 출궁을 허락하였다. 마야왕비는 길을 나섰다. 카필라성과 데바다하의 중간에, 마야왕비 어머니의 이름을 딴 ‘룸비니’ 동산이 있었는데 ‘무우수’ 나무로 우거져 있었다. 이 동산을 지나던 왕비는 동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끌리어 이곳에서 쉬어가고 싶어졌다. 왕비는 가마를 무우수 나무 숲 속으로 옮기게 하였다. 신하들은 가마를 메
흔히 집과 세속의 인연을 떠나 불가의 문에 들어서는 것을 출가라고 한다. 하지만 결코 단순히 집을 떠나 절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종교적 의미를 갖는 출가는 명예, 권력, 그리고 욕망과 번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때 오롯이 이루어진다.그래서 불교에서는 출가에 3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가족과의 생활에서 결별하는 육친출가(肉親出家), 일체의 육체적 욕망으로부터 떠남을 의미하는 오온출가(五蘊出家), 번뇌와 업보·무명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법계출가(法界出家)가 그것이다. 결국, 겉으로 아무리 삭발염의하고 수행자의 모습을 갖추었어도
미국 뉴저지 태생의 샬롯 조코 벡(Charlotte Joko Beck, 1917~2011)은 결혼하여 네 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교사로 일하다가 1965년 40대의 나이에 선 수행에 입문했다. 그녀는 타이잔 마에주미(前角博雄, 1931~1995), 하쿤 야수타니(安谷白雲, 1885~1973), 소엔 나카가와(中川宋淵, 1907~1984) 등 일본인 노사(老師)로부터 선을 배웠다. 마에주미 선사는 일본 조동종, 삼보교단, 임제종의 세 계보에서 각각 전법인가를 받았으며, 미국으로 건너와 선을 가르칠 때 전례 없이 임제종의 공안과 조동종의
100년 전인 1919년에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출범해 중일전쟁 악화에 따라 충칭(重慶) 등으로 옮겨 다니며 민족의 숨을 이어간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이하에서는 백범)는 23살이던 1898년 충남 마곡사에서 하은(荷隱) 스님을 은사로 출가, 원종(圓宗) 스님이 되어 수행자 생활을 하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해방 뒤 고국에 돌아와 마곡사와 여주 신륵사 등을 방문한 기념사진이 남아 있다. 1947년 9월23일에 신륵사를 찾은 것은 3‧1운동에 대중들이 적극 참여했던 데 대한 보은의 의미가 있었을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가 됐다. 황 대표는 “문 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전투가 시작됐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해야 폭정을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까지 부른 비극적 사태에 책임져야 할 전 총리의 화려한 정계복귀에 참담해하는 국민들이 많다.2015년 총리로 임명된 그는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35개 종교단체가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삭발하는 등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적이 있다. 광신을 넘나드는 종교관, 퇴행적 역사인식, 각종 비리의혹 때문이다. 황 대표는 검사의 신분으로 신정일치를 꿈꾸는 성시화 운동에
만년설의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Kilimanjaro·5895m)는 ‘하얀 산’이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 제작(1402)된 현존 동양 최고(最古)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에서 킬리만자로는 ‘달의 산’으로 등장한다. 인류에게 ‘빛나는 산’으로 다가왔던 태산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뿜어내는 원초적 힘과 고독을 느껴보려 동봉 스님도 저 산으로 걸음 했었다. (2004.11) 그러나 정작 여행 중에 마주한 건 아프리카 53개국 어디에도 한국불교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땅에 “불교 씨앗 한 알이라도 심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