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장점이자 핵심은 논리적인 분류이다. 불교는 분류의 학문이라 부를 정도로 독보적인 분류 체계를 자랑한다. 분류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의학의 진단과 치료에 해당한다. 부처님을 의왕(醫王)으로 칭송하는 이유이다.불교는 탐진치(貪瞋痴)를 고통의 원인으로 본다. 이를 극복하면 고통을 벗어난 걸로 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에는 육체적 고통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신적 고통만 포함되어 있다. 육체적 고통은 탐진치를 극복해도 피할 수 없다. 육체적 고통인 생로병사는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부처님도 요통·두통·이질 등
일본 가가미진자(鏡神寺)에는 내반종사 김우문을 필두로 한화직대조 이계, 임순, 송연색 및 원외중랑 최승 등 4인이 그린 고려 수월관음도가 전한다. 서구방의 그림보다 조금 앞선 1310년에 그려진 작품인데, 그려진지 불과 9년만인 1319년에 아마도 왜구들의 약탈에 의해 지금의 가가미진자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이 수월관음도는 높이가 무려 4.19m에 달하는 대작이다. 고려불화의 크기가 대체로 그리 크지 않은데 반해 이 불화는 유독 거대하여 야외의식용 불화인 괘불화의 시초로도 추정되고 있다.여하간 이 작품을 그린 김우문이라는 인물
“제19칙 : 극락세계에는 사바세계의 여덟 괴로움이 없고 여덟 즐거움으로 바뀐다.” ‘믿음’이란 사바세계는 참으로 괴롭고 극락세계는 참으로 즐겁다고 믿는다는 말이다. 사바세계의 괴로움은 무량무변하지만 총괄하면 팔고(八苦)를 벗어나지 못하니 바로 태어나는 괴로움, 병드는 괴로움, 죽는 괴로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괴로움, 오음(五陰)에 가려 불길같이 타오르는 괴로움이다. 이 여덟 가지 괴로움은 부귀함이 절정에 이른 사람이나 비천함이 구걸에 이른 사람이나 누구든지 있다. 앞 일곱 가지는 과거세
“이곳 극락암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고 많은 것이 새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경봉 조실 스님과 혜암 은사 스님의 향훈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 가르침을 따라 정진 잘 해서 동체대비의 삶을 살도록 합시다.”높고 푸른 하늘 아래 영축산은 위풍당당했다. 완연한 계절은 극락 영지를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였다. 50여 년 전, 80여 명의 눈 푸른 납자들이 정진하는 선방이었다는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 무량수각(無量壽閣), 이곳에서 혜암 대종사의 수행처를 순례하는 사부대중은 가을바람을 타고 어른 스님들이 안내하는 대종사의 선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가곡 ‘목련화’를 불러봅니다.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어머님은 강릉 함씨로 이름이 옥연(玉蓮)이셨습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한 송이 목련꽃이 떠오릅니다. 그런 까닭에 지난해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봄이면 산목련으로 다시 살아오시리라 믿습니다. 내년 봄 산목련이 필적에는 어머님을 만나러 갈 겁니다.다른 이는 조병화의 “내 어릴 적 을남이는 /
초심(初心)은 초발심(初發心)의 준말이다. 이는 깨닫고자 하는 최초의 마음이나 깨달음을 구하고자 처음으로 일으킨 마음을 가리키는데, 특히 불교에서 공부를 위해 처음으로 일으킨 마음이나 혹은 아직까지 그리 깊은 공부가 되지 못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그런데 초학(初學)이란 말이 단지 배움의 첫머리에 있다는 의미인 것에 반해 초심(初心)은 그 자체에 일체의 공덕이 다 갖추어져있어 내가 이미 부처라는 절대 확신을 갖는 단초가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초학자(初學者)라는 말에 비해 초심자(初心者)라는 말에는 동일하게 무언가를 처음으로 시작하
한국불교는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고 아끼는 호국애민(護國愛民)이라는 독특한 불교관을 지니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자장율사와 같은 위대한 선지식이 계율과 밀법(密法)으로 국토의 안위를 도모했고 외침이 잦았던 고려시대에는 스님들이 중생구제의 자비심으로 분연히 일어나 스스로 전쟁터로 달려 나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부처님의 가피와 위신력에 의지해 대장경 판각이라는 불사를 통해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국난극복이 곧 이 땅에 사는 민초들을 구제하는 보살행이었으며, 외적을 침입을 물리치는 것은 지옥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의 자비심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이 원력을 세웠다. 매일 대승원력보살 발원문을 독송하고 수행하며 보시로 회향하는 백만원력결집과 맥락이 같다. 수행하고 보시하며 회향하는 건강한 도시공동체로 미래에 필요한 불교를 시험해보겠다는 원력이다. 2019년 이번 동안거 동안 ‘금강경’ 강독 결사를 시작한다.“나부터 백만원력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서원문을 읽고 수행하며 보시하고 회향하는 건강한 도시공동체를 제시하고 싶은 욕심도 났습니다. 조계종 36대 집행부가 추구하는 미래불교를 도시공동체에서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는지 도전의식도 있습니다
태풍도 지나간 주말 모처럼 운동 삼아 김포 문수산을 찾았습니다. 김포 문수산은 그리 높지 않고 등산로가 잘 구비되어 가볍게 등산하기 좋은 산입니다. 문수산에는 조선 숙종 20년(1634) 바다로 들어오는 적을 방비하기 위해 쌓은 문수산성이 산 전체를 감싸고 있어 성곽 위를 걷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산 아래로는 조강, 염하가 흐르며 그 건너로는 강화도, 동북쪽으로는 한강 넘어 고양시와 북한산이 시원하게 조망되어 풍광이 참 좋은 산입니다. 문수산에는 전통사찰인 문수사가 있고 이곳에 주석하셨던 조선 중기 고승 풍담대사(楓潭大師, 1592
‘제 눈에 안경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물을 바라보거나 판단하는 시각적인 기준을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안경이란 것이 그 사람에게만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남이 꼈을 때는 어질어질 한 것이 당연하다. 남들이 볼 때 영 아니다 싶은 커플도 눈에 ‘안경’이라는 콩깍지가 끼면 그 사람 눈에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출가 후 안경을 쓰게 됐다. 학인시절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닌데 눈이 점점 안 좋아지더니 결국 안경을 쓰게 되었다. 흐릿했던 글자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안 쓰던 안경을 쓰니 불편하
1992년 4월2일,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 세종로에 자리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창작국악교성곡 보현행원송’ 공연이 두 차례 열렸다. 사진에서 보듯이 광덕 스님의 ‘보현행원송’ 가사에 곡을 붙이고 지휘를 한 박범훈은 이때 4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이 공연에는 불광사 합창단을 중심으로 한 500여 명의 대규모 합창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멋진 화음을 선사했는데, 공연 마무리 대목에서는 무대 위 합창단과 객석의 관객이 함께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를 어울려 부르는 감동의 순간이 이어졌다.
아무리 의미 있는 모금사업일지라도 기부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그동안 동국대가 모금사업 결과와 성과안내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이유다. 덧붙여 동국대는 모금사업의 내용과 사용처, 운영 및 성과에 대한 안내서와 연차보고서, 사용내역서, 웹진 홍보물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보다 투명하고 상세히 안내할 계획이다. 더불어 기부자 예우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기부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더욱 고민해 개선·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동국대는 기부자의 기부금액에 따라 다양한 예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근대 호남선맥의 큰 기둥으로 출가수행자는 물론 재가불자들에게도 차별 없는 가르침을 펼쳤던 해안대종사를 기리는 심인탑이 부안 내소사 지장암에 조성됐다. 불교전등회는 10월8일 내소사 지장암 서래선림 앞마당에 조성된 심인탑을 참배하고 해안 스님의 업적과 유훈을 기려 전법의 수레를 굴릴 것을 발원했다. 전등사 회주 동명 스님과 정읍 정토사 전 주지 원공 스님, 군포 수리사 도은 스님, 지장암 감원 일지 스님 등 스님들과 전등회원 등 100여명이 동참해 거불과 정근 반야심경 봉독, 탑돌이 등을 진행했다. 해안 스님이 정진하던 요사채 터에
“제6칙 : 염불법문은 함께 닦는 도이고 누구나 다니는 길이다.”‘아미타경’ ‘무량무경’ ‘관무량수경’을 정토삼부경이라 하는데 정토연기(緣起)의 사리를 전문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 나머지 갖가지 대승경전에서도 덧붙여서 정토를 말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경인 ‘화엄경’은 여래께서 처음 정각(正覺)을 이루신 후 41분 법신대사를 위해서 곧바로 본성을 말씀하신 일승묘법(一乘妙法)인데 그 말미에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두루 참방하고 깨달은 경계가 제불과 같아지자 보현보살께서는 그를 위해 십대원왕(十大願王)을 설하시면서 선재동자 및 화장세계 일
나는 어려서부터 뭔가 공책에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일기쓰기’였다. 무언가 나만의 비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좋았다. 지금 읽어보면 그 내용이란 게 참으로 기도 안 차는지라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무언가를 기록하면서 아울러 그중에 한자로 바꿀 수가 있는 것은 국어사전을 찾아서 써 보았다. 국어와 한문 2개 국어를 익히는 나만의 일기쓰기 비법이었다.아버님께서 한학을 좋아하셔서 초등학교 3학년 아들에게 매양 ‘농민신문’을 읽게 하셨다. 국한문 혼용인지라 읽기가 쉽지 않은데 용케 잘 읽으면 칭찬
“제4칙 : 염불일법은 여래의 만덕홍명(萬德洪名)을 인연으로 삼는다.”염불법문은 그 유래가 오래되었다. 우리의 일념심성(一念心性)은 마치 허공과 같아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 비록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지라도 또한 염념마다 인연에 따른다. 불계(佛界)의 인연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구법계(九界)의 인연에 따르고 삼승(三乘)의 인연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육도(六道)의 인연을 따르며 인천(人天)의 인연을 따르지 않고 삼악도(三惡道)의 인연을 따른다.이 인연은 물든 인연과 청정한 인연으로 같지 않아서 그 고락(苦樂)의 과보는 완전히 달라진다
청도 운문사승가대학 총동문회장에 인천불교회관 주지 일지 스님이 취임했다. 9월23일 운문사 경내 선열당에서 열린 총동문회에는 운문사 회주 명성, 율주 일진, 학장 진광, 주지 운산 스님을 비롯해 동문회원스님 700여명이 참석했다. 동문회에서는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스님 15명에게 총 1100여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회주 명성 스님은 “15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운문사 도량에서 공부한 졸업생 여러분이 졸업 후 방송,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교에 혁혁한 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다”고 치하했다.이날 동
솔거(率去 혹은 率居)라는 신라의 화가가 황룡사 담벼락에 소나무를 그렸는데, 새들이 진짜 나무인줄 알고 날아와 앉으려고 했기 때문에 벽에 부딪쳐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에 실려있고, 신라시대의 그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현실에서 당시의 상황을 전해주는 매우 소중한 기록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동양화는 사실적인 표현에 관심이 없었다고들 하지만, 미술이 사물과 자연을 그리는데 있어 어떻게 ‘닮음’을 추구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는 솔거의 그림이 얼마나 사실주의적인 그림이었는
“제 2칙 : 글자 한 자, 문구 한 마디, 게송 한수, 책 한권으로 정토법문을 남김없이 포괄하다.”내가 듣건대 정토법문은 부처님의 본래 품은 뜻을 가장 철저하게 털어놓은 법문이라 말한다. 일체 선·교·율보다 뛰어나고 일체 선·교·율을 통섭한다. 간략히 말하면 글자 한자, 문구 한 마디, 게송 한수, 책 한권으로 정토법문을 남김없이 포괄할 수 있다. 폭넓게 말하면 설사 삼장 12부의 그윽한 말씀이나 다섯 종 조사들의 미묘한 뜻일지라도 또한 설명하고 해석하여도 다함이 없다. 설사 대지에 널리 분포하는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함께 정각을
최근 파주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돼 유럽과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된 이 병은 지난해 8월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 아시아로 급격히 퍼졌다. 특히 베트남에서 올해만 470만 마리가 도살됐고, 국내에서도 100만 마리의 돼지가 도살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2010년 돼지 구제역으로 120만 마리가 땅속에 묻혔고 아프리카돼지열방 발생한 9월17일에만 3950마리의 돼지가 도살됐다. 사안이 중대하다보니 이와 관련된 뉴스들이 잇따라 쏟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