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 정신희유분의 후반부에서 부처님께선 말세라도 이미 많은 선근을 쌓은 중생은 ‘금강경’을 읽으면 깨끗한 믿음을 낼 것이라 말씀하시며 그 이유로 그러한 중생은 4상(四相)이 없음은 물론 법상(法相)이나 비법상(非法相)도 없기 때문이라 말씀하신다. 4상은 앞서도 언급하였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것인데, 법상과 비법상도 그에 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4상을 ‘아뜨만을 고정불변의 실체로 여기는 생각이 아상이요, 뿟갈라를 고정불변의 실체로 여기는 생각이 인상이며…’라고 풀이하는 것처럼 법상과 비법상을 풀이해본다.어떤 이들은
제89칙 : 관세음보살께서는 재난을 당하여 성호를 부르면 중생을 구하신다.상하이 전쟁시 쟈베이취(閘北區)의 집들이 완전히 타서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오직 나의 귀의 제자인 하형배(夏馨培)의 거처만이 불길이 미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쟁이 치열할 때 그의 온가족이 함께 관세음보살 성호를 간절히 염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이한 것은 전쟁이 일어난 후 이렛날에 그들 일가족이 국민혁명군 십구로군(十九路軍)에 의해 구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 가산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보살의 보우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
지금은 터만 남아있는 경주 황룡사의 회랑외각 동편이 고승들이 수행을 위해 독거하거나 의례로 쓰이던 공간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3월30일 사적 제6호 경주 황룡사지 회랑외곽 발굴조사 내용을 담은 ‘황룡사 발굴조사보고서Ⅱ-동회랑 동편지구’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신라시대 절터인 황룡사지는 1976~1983년 모두 8차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보고서는 1981년 6차와 1983년 8차 조사에서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졌던 동회랑 동편지구의 조사내용과 출토유물이 수록됐다.이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최근 공식 출범하면서 꼼수 정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비례정당은 국민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을 비판했던 당대표가 “의석을 도둑맞게 생겼다”며 총대를 멨다. 민주당 파견 후보와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해 애초 명분으로 삼았던 ‘양당제 폐해를 줄이고 소수 정당 목소리를 존중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졸속 심사에 따른 일부 인사들 자격 논란과 내부 갈등 및 탈퇴, 특히 투표용지상 유리한 번호를 차지하려고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는 풍속화로 유명하지만, 김명국처럼 도석화 걸작도 많이 남겼다. 그는 풍속화가로서 조선 후기의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만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예를 들어 스님들이 시장 같은 곳에서 탁발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은 마치 조선시대로 누군가 건너가 사진을 찍어 온 것처럼 당시 스님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일상생활 속 불교문화를 그렸다고 해서 김홍도가 불자였는지, 불교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단오풍정’에서 목욕하는 여인들을 바
신라에 사리신앙이 전국화, 대중화 되었던 건 643년에 자장 스님이 중국에서 불사리를 모셔와 황룡사 구층목탑, 통도사 금강계단에 봉안하면서부터라고 얘기했다. 사실 자장 스님은 그 외에 오대산 월정사에도 소중하게 불사리를 봉안했다. ‘삼국유사’에 “석가모니 입멸 후 다비해서 나온 불두골, 치아사리, 가사 등은 문수사리에게 맡겨졌다. 훗날 신라의 자장 스님이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나 이 불두골, 치아사리, 가사를 받았고 귀국하여서 월정사에 봉안했다”라고 나온다. 석가모니의 사리가 이 땅에 왔다는 믿음이야말로 우리나라 불교 발전에
고대 사회나 현대 사회나 미신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보다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미신에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붓다는 출발부터 이러한 미신이나 전통이란 이름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던 악습들에 대해 비판했다. 인간이란 욕구, 생각, 감정 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에 때로는 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세상을 왜곡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불행하게 하는 것일지라도 자신이 만든 왜곡된 세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어떤 일들을 하기도 한다.붓다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앎
우리가 흔히 읽는 ‘금강경’의 구마라집 스님 한문 번역본엔 아・인・중생・수자(我・人・衆生・壽者)의 4상이 언급되어 있으며, 전해지는 주요 범어판본 역시 인상(人相)의 순서만 제일 나중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 4상만인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현전하는 ‘금강경’의 현장 스님 번역본은 거기에 5상이 더해져 9상으로 되어 있으며, ‘대반야경’ 등에도 9상을 언급하고 있다. 더해진 5상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사부상(士夫想, puruṣasaṁjñā)은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사람, 즉 근본인간(puruṣa)이 고정불변의 실체로 존재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를 막고 치료하려 온몸을 던지는 의료진과 방역관계자들의 보살행도 밤낮으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백성들의 희망이 돼주었던 화순 운주사 부처님. 그 순박한 표정은 지금 한밤일지라도 하얀 가운의 보살들 정성과 땀방울로 새벽이 멀지 않았음을 일러주는 듯하다. [1528호 / 2020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일주일에 두세 번 연신내에서 동대입구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한다. 정확하게 20분 거리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핑크 카펫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좌석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핑크빛 색상이 인상적이었다. 핑크 카펫은 임신한 여성과 뱃속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배려의 산물이다. 경로석이 과거의 수고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고 있다면 핑크 카펫은 아름다운 미래를 희망하는 기다림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이 자리에는 반드시 임산부만 앉았으면 좋겠다는 강박관념을
모든 생명은 크거나 작거나, 잘났거나 못났거나 그 자체로 소중하다. 앞으로는 생명의 시대다. 온 생명의 생명평화는 지구 환경을 살릴 뿐더러 인류가 공멸에 빠지는 것을 막는 중요한 시대의 화두다. 이 생명 살핌 및 생명 해방과 더불어 정토염불 수행을 거사들을 비롯한 많은 지역민들에게 일깨우고 생명운동, 거사운동, 일종의 영성운동으로 전개한 사람이 연지대사(蓮池大師) 운서주굉 스님이다. 그는 방생축원문과 왕생극락발원문을 남겼다.운서 주굉(雲棲袾宏, 1532~1612)은 명나라 4대 고승 중 한 사람이다. 주굉은 절강성 인화현(人和縣)
김명국의 또 하나 걸작 ‘달마절로도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불교 주제의 그림이다. 서명으로 ‘취옹’을 쓴 만큼 그 붓질은 ‘달마도’ 보다 더 파격적이다. 얼굴과 발 부분을 제외하고는 무엇을 그린 것인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태를 벗어난 자유분방함을 보여준다. 이 그림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김명국이 얼마나 불교에 조예가 깊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그림은 달마대사의 일대기를 알지 못하고는 그리기 어려운 내공이 느껴진다.‘달마절로도강(達磨折蘆渡江)’의 뜻은 “달마께서 갈대(蘆)를 꺾어(折) 강을 건너셨다(渡江)”는
철학자 가운데도 문장이 훌륭해서 읽을 때마다 그 지성의 예리함뿐 아니라 문장의 수려함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사람이 있다. 17세기 프랑스의 데카르트 같은 이는 ‘그가 이렇게 명문을 구사하는 철학자였기에 근대철학을 더 성공적으로 시작했을 것’이라는 찬사가 붙을 정도로 맑고 매력적인 문장을 구사했다. 미국에서의 대학원생 시절 나는 그의 라틴어 및 불어 원전 영어번역을 읽고서 그 아름다움에 감탄해 그의 책 ‘명상’의 영역본을 철학전공도 아닌 친구들에게 선물했을 정도였다. 물론 명문장은 그 영향력 때문에 가끔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제71칙 : 염불법은 자신의 정신과 선근에 맞으면 무엇이든 괜찮다.어떻게 자신에 맞는 염불법을 정착시킬까? 고인께서 법을 세움은 약국에서 매우 많은 약품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하셨다. 어떻게 선택하든 자신의 정신 기력과 과거의 선근 등을 헤아려서 큰 소리로 염하거나 작은 소리로 염하거나 금강념으로 하거나 묵념으로 하거나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혼침이 생기면 큰 소리로 염해 혼침을 물리쳐도 괜찮고, 산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큰 소리로 염불하면 반드시 질병을 유발하므로 보통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항상 이
지난 10년 동안 부산에서 다양한 명상수행의 길을 안내해 온 미타선원 행복선명상상담센터가 명상지도사 자격과정을 개설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영도문화복지재단 부설 행복선명상상담센터(이사장 및 센터장 하림 스님)는 4월3일부터 7월 중순까지 4개월 과정으로 ‘명상지도사 2급 자격과정’ 제2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수업은 매주 금요일 주간반(오전 9시) 및 야간반(오후 7시)으로 부산 중구 광복동 미타선원 내 2층 행복선명상상담센터에서 매회 3시간씩 총 56시간 과정으로 진행된다. 올 3월 개강 예정이었던 이 과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
대승불교는 자신의 이익과 공덕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그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자리이타의 보살행을 최고의 수행이자 덕목으로 본다. 이런 불교적 삶을 유지하고 바르게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계율이다. 그 중 ‘범망경’은 대승보살이 반드시 지녀야 하는 덕목을 설한 경전이다. ‘범망경’의 보살계 중에서 특히 원효 스님께서 주목했던 계율이 있다. 바로 ‘제7 자찬훼타계(自讚毁他戒)’이다.이 ‘자찬훼타계’는 자신을 내세우고 남을 비방하지 말라는 계이다. 즉 다른 사람을 비방하여 자신을 이익 되게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스님의 폭력 및 성추문 의혹과 제5교구본사 법주사 주요소임자들의 도박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종단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파승가적 행위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원행 스님은 2월11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브리핑룸에서 종단 대변인 삼혜 스님(기획실장)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국내외적으로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교구본사에서 발생한 갈등과 혼란, 그리고 사찰 경내에서 벌어진 도박의
교화에는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이 있다. 붓다가 무상정등각을 성취한 뒤, 중생교화의 자비행을 실천하는 것은 내적인 부분이다. 이는 붓다와 각 개인의 만남이라는 사건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모든 교화가 이렇게 붓다와 개인의 일대일 만남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조직, 즉 승가의 모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화가 있다. 붓다는 상식 있는 일반인들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경전 및 율장의 내용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다. 붓다 제자들의 모임이 일반인들에게 비판을 받게 되면 교화의
1945년 민족해방이 되면서부터 시작되어 지루하게 끌어오던 비구‧대처 갈등을 형식상 봉합하고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조계종은 ‘도제양성‧역경‧포교의 3대사업’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이 세 가지 불사는 아직도 종단 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고,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종단의 숨을 이어가기조차 힘들던 1960년대 초반에 이런 과제를 내세운 데 대해서는 당시 종단 지도자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법정 스님은 종단 기관지 ‘불교신문’(당시 제호 ‘대한불교’) 1964년 1월
지난 휴일 어느 날, 예쁜 부부가 세심청심에 나오는 저의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독자가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불교공부도 같이 하고, 틈 날 때마다 전국 사찰을 순례할 정도로 신심이 깊었습니다. 함께 나들이 하는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간단히 차 한 잔을 놓으니 의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절에서 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사찰이든 참배만 했지, 보살님이나 스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답니다. 스님을 만나 차를 마시는 설레는 장면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