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고 묻는다면 태어났으니 산다고 어쩌면 좀 성의 없어 보이는 대답을 쉽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이 대답은 생각보다 좀 복잡할 것 같다.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는 ‘행복’이다. 많은 사람들 역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할 거라 생각한다. 재밌는 것은 막상 행복이 뭐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백이면 백가지 대답이 나온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낱말은 다분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누구나 만족할 만큼 똑 떨어지는 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이 쓴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종교와 관계없이 무한경쟁에 지친 전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던 책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04~2015년 12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이 책이 한창 인기 있던 시기에 지체장애를 가진 지인이 권해 주면서 읽게 됐다.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혜민 스님의 글을 읽고 큰 용기와 힘을 얻었다며 선물로 주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좋은 글이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책 제목의 의미는 제대로 이해하
요즘 커피가 음료시장의 대세를 이룬지 오래다. 막강한 자본력과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을 토대로 확산된 커피의 위용은 이미 전통 음료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더구나 전통 차, 즉 녹차 시장의 현실은 풍랑 앞에 선 여린 풀처럼 생존의 존망도 예견하기 어렵다. 이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몇 십 년 전부터 선방이나 사찰의 객방에서 유행하던 보이차의 광풍이 쓸고 간 틈새를 차지한 건 커피다. 몇 년 전 풍문으로 들었던 선방의 커피 유행은 이미 일반화된 이야기가 된 듯하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을 흘러가는 대로 바라볼 뿐 그
봄이 문턱에 서성이는 2월이다. 2월이 시작되자 곧 입춘을 맞이하니 1년 중 가장 짧지만 언제나 꽉 찬 느낌으로 다가오는 달이다. 드디어 봄이 올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막냇동생 생일이 입춘이어서 내 어릴 적 기억 속 입춘은 늘 화기애애했다. 집 현관에 ‘立春大吉’이라 적힌 입춘방이 붙으면 동생 생일이 멀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고, 아버지는 동생 생일을 맞아 식구들 모두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입춘의 의미를 해마다 들려주셨다. ‘겨우내 추워 웅크리던 만물이 깨어나는 날이니 얼마나 기쁘냐, 거기다 식구가 태어난 날
지난해 11월13일 파리에서 자행된 이슬람 극단주의 IS(Islamic State)의 동시다발적인 테러 사건은 전 세계를 공포와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금요일 밤, 극장과 음식점에서 여가를 즐기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차별로 총을 쏘고 폭발물을 터뜨리는 테러를 계획한 사람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분노한 프랑스 정부가 전폭기를 띄워 시리아의 IS 거점 지역을 맹폭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만 분노를 표현하는 것 외에 그 폭격으로 어떤 실효를 거두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21세기로 들어선 첫 해에 9·11테러를 당한 미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혼란스럽다. 국회의원 선거는 4년간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할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은 국가발전의 비전, 정책을 발표하고 인재를 영입해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고 공언하는 등 치열하게 경쟁한다. 따라서 국민들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에 새로운 기대를 갖기도 한다. 이제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오겠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세워지겠지 등등.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물거품이 된다. 정치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선거가 끝나면 국민을 외면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관한 뉴스는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킨 중대한 사건이다. 특히 6·25전쟁을 경험했던 한국은 북한의 무모한 폭력성과 무자비함을 익히 알기에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긴장이나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현실상황을 대처하는 정부의 기민한 대응책이 미덥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긴박한 시대상황을 극복했던 힘은 결국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역사적인 경험을 미루어 볼 때 국민들의 지혜로운 판단과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 그리고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 문제는 정
어릴 적부터 “왜?”라는 질문을 했다가 혼난 기억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왜?”라는 의문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또래든 나보다 어른이든 막론하고 어떤 말이나 이론이 쉽게 납득이 가질 않을 때 나도 모르게 “왜요?” 혹은 “왜 그래?”를 입에 달고 산 듯하다. 돌아보면 그런 박해(?)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온 “왜?”가 오히려 내게는 큰 자산이 되었다. “왜”에서 시작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과학을 공부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 여전히 이성보다는 감성 쪽으로 기울어져있지만, 나름으로 생각의 균형추를 맞추려고 노력했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국가를 일정한 영토 내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독점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그 자체 불가침의 폭력인 홉스(Thomas Hobbes)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을 계승한 것이지만, 국민들이 일정한 정당화 절차를 통해 그 폭력 독점을 인정한다는 제한이 붙는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현대의 민주주의 정치이념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권력 분립’이나 ‘견제와 균형’ 같은 헌법 원리는 국가가 지닌 폭력의 자의적인 행사를 막기 위한 장치다.물론 국가가 폭력만을
을미년이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한해가 지나고 희망의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였다.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암울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지난하기만 했던 한해였다. 국민 모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으로 수십 명의 환자들이 사망했고, 국내 최고의 병원이 휴원을 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지속된 100여년만의 가뭄으로 수중생명과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다. 심지어 충남 지역은 먹는 물을 걱정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외면하고 하루가 멀다
예부터 동짓날이 되면 백성들은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기고, 일가친척이나 이웃끼리 서로 화합하면서 어려운 일을 풀고 해결하였다고 한다. 또한 동지에는 새해의 달력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은 한 해 동안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새해는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지혜로운 관습으로 보인다.이즈음은 큰스님들과 굵직한 직함을 가진 어른들이 불우한 이웃을 위해 얼마의 성금을 냈다고 신문과 언론을 장식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런 나눔도 사회를 밝고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지만, 현대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인드라망 속에서
고대의 대표적 의학체계인 인도의 아유베다와 중국의 황제내경을 살펴보면 차이점 이상으로 공통점이 많다. 단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주의 질서와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의학이라는 점, 마음의 건강이 육체건강의 선행조건이며 건전한 사회와 환경은 개인건강의 기본적 바탕이라는 인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을 단순히 육체적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안녕한 상태라 정의한다. 그러나 오늘날 현대의학과 영양학은 사람을 하루에 철분 몇 그램을 반드시 섭취해야하는 단순한 물질적 존재로 환원시키는데 익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했다. NLD는 상원 126석, 하원 238석을 확보하며 전체 657석 가운데 364석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제 미얀마는 군부정권에서 군출신 대통령을 거쳐 민정으로 정권이 이양되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이룬 것이다. 다만 군이 신헌법에 의해 25%의 의석을 당연직으로 차지하게 되어 군부의 영향력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찌됐든 오랜 기간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아웅산 수치 여사와 미얀마 국민들에게 축하
한해의 끝자락인 12월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망년회(忘年會)’, ‘송년회(送年會)’라고 불리는 행사들이 진행된다. 축제의 성격을 지닌 이 작은 행사를 통해서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통과의례를 치르곤 한다. 이 행위는 한편으로 놀이적 성격도 지닌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인 요한 하이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유희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놀이는 선악이나 진위(眞僞)와 같이 대척점이 있는 행위가 아닌, 이것을 넘어선 초월적 행위라는 것이다. 망년회나 송년회가 놀이나 축제의 의미로 진행된다면 전승해야
지난 13일의 금요일, IS에 의해 프랑스 파리에서 약 30여분 동안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일어나 부상자 352명과 129명의 사망자를 냈다. 국제 싱크탱크인 경제평화연구소(IEP)의 글로벌 테러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IS 테러로 총 6073명이 사망했고, 보코하람에 의해 사망한 수도 6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매주 수십 명 이상이 테러로 사망하는 공황상태에 있다.파리에 테러를 일으킨 단체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는 대표적, 위협적인 지하디스트(jihadist-
11월30일부터 열리는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앞서 전 세계가 강력한 기후변화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위기에 대한 작금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이론으로 ‘공유지의 비극’이 있다. 모두에게 개방된 지구공유지에 사람들은 자신의 가축을 더 많이 방목하여 수익을 얻으려한다. 과도한 경쟁과 이기심은 결국 목초지 자체를 황폐화시키며 공멸을 초래한다. 사실 21세기에는 핵이나 지구온난화처럼 국가나 민족 단위로 해결 안 되는 문제들이 많다. 기후도 전형적인 공공재다. 다들 남들이 잘 해줘서 무임승차로 득보기를 원하지, 솔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에서 온 청년을 만났다. 부탄은 행복의 기준을 새로 만들어 낼 정도로 국가의 이념이 남다르다. 그 청년과 대화하며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탄인들은 왜 행복한지 질문했다. 그 질문에 “자신이 그렇게 행복한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부탄에 사는 사람들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근래에 들어 돈만 가지면 된다는 이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부탄도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의
해마다 대학입시철이 되면 전국 사찰에는 ‘100일 입시기도’라는 현수막이 걸린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학입시 합격발원 및 소원성취 백일기도’가 대부분이다. 이는 학생들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염원이 사찰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입시기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복(福)을 빈다’거나 ‘복(福)을 구한다’고 해서 항간에서는 구복(求福)이라고 한다. 이는 ‘복을 심는다’ ‘복을 기른다’ ‘복을 짓는다’는 행위와는 상반되는 견해다. 전자가 샤머니즘적인 견해에 가깝다면
현대사회의 쾌락주의와 공리주의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자연재해나 노화, 죽음까지 제거하고 극복하려고 한다. 또한 죽음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앗아가는 부정적인 의미로만 부각시킨다. 하지만 죽음은 인간이 피하고자 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지난 13일 종로의 한 고층빌딩에서 20세 젊은이가 투신자살을 하였다. 이를 목격한 이들은 놀람과 당황, 공포감들이 따라다닐 것이다. 갑작스럽게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은 더할 것이다. 평소 죽음이 나쁘고 외면하고 싶은 대상이
최근 국제적 베스트셀러 ‘월드피스 다이어트’의 저자 월터틀 박사와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의 저자 메릴린조이 교수가 잇달아 한국을 방문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그 방법상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이 많다. 전쟁, 여성차별, 노예제, 생태계 파괴 등 폭력적 가치와 신념의 뿌리에 목축문화와 육식주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함을 밝히고 육식이 왜 우리 문화의 최대 그림자인가를 설명한다. 먼저 월터틀 박사는 1984년 송광사 하안거에 참석하여 비건 채식이 고대 아힘사(비폭력)적 삶의 연속이라는 영감을 얻는다. 그는 문화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