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혁은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입니다!” 요즘 곳곳에서 만나는 정부 광고다. 광고에 근거하면 정부가 내놓은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죄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 딸과 아들의 일자리’ 마련에 훼방꾼 아닌가.예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감성적 광고를 곰비임비 제작해 내놓고 있다. 가령 나이든 아버지의 자동차를 타면서 딸이 독백한다. “우리 아빠는 듬직하고, 산을 좋아하시고, 웃음만큼 잔소리가 많으세요. 그렇게 30년을 일하시면서 가정을 지키고 나를 키워주셨습니다.” 곧이어 “나도 아빠랑 같이 출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는 곧 “짐이 바로 국가이다”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 같다. 터무니없는 걱정이 아니다. 역사의 진행방향을 완전히 거꾸로 되돌리는 교과서 국정화 발상이 관철되어 시행된다면, 절대 왕정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뭐 어렵겠는가? 도대체 학자, 전문가, 의식 있는 지성인 층 모두가 반대하는 교과서 국정화를 그렇게 줄기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누가 뭐라 변명을 해도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한 개인의 고집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짐이 바로 국가”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가게 되지 않겠는가? 그런
‘최소의 집’이라는 주제로 열린 건축전시회에 포럼 패널로 초대된 적이 있었다. 건축 문외한이라고 처음에는 청탁을 고사했지만, 기획자인 젊은 건축가는 긴 시간 진행되는 전시회에 중간점검을 하는 차원에서 건축전문가 외에도 인문학자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결국 나는 이 청탁을 수락했는데, 다른 이유보다도 ‘최소의 집’이라는 주제가 작지 않은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해서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최소’라는 말이었다. 난 ‘집’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최소’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지난 8월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과 추징금 8억8300만원을 확정했다. 이는 그녀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불구속기소된 지 5년 그리고 대법원에 상고된 지 2년 만에 대한민국 사법부가 내린 판결이다.대법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자 한명숙 씨는 “정치권력이 개입한 불공정한 판결”이고 자신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유죄판결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을 말살하려는
손석춘 교수, 본지 칼럼서 제기교육원장 주장 충격일 수 있지만현실에 대한 뼈아픈 내부 성찰재가불자, 스님들 ‘감시’ 못지않게 반불교적 현실 바꾸는 것도 중요교육원장 제언에 ‘꼬집기’보다사부대중이 문제의식 공유하길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최근 ‘깨달음과 역사’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깨달음은 이해의 영역”이라고 주장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초기불교 전공자인 김재성 능인불교대학원대 교수와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이 법보신문 기고를 통해 현응 스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손석춘(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법보신문 논설위
북한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희한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5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반등된 것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북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근본적인 불안상황에 놓여 있으며, 정신적으로도 결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이런 이야기를 하면 통칭 ‘좌빨’로 몰릴 위험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어느 쪽 편을 들고
내가 참여하고 있는 작은 인문공동체가 있다. 책상 위의 인문학을 이웃과 사회와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매년 방학 기간에는 지역에 가서 그곳 시민들과 함께 시민인문학교를 연다. 올여름에 찾아간 곳은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 해남·강진이었다.해남·강진이 어떤 곳이던가. 어떤 유명한 여행기의 저자는 이곳을 ‘남도답사 일번지’라고 했지만, 옛날 관의 입장에서 보면 이 동네는 도성인 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 그러므로 조선의 변방이었으며 유배지였다. 그런데 ‘남도답사 일번지’는 역설적으로 그런 이유로 가능하게 됐다. 한
장마철이 지난 후 찜통더위로 견디기 힘든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낮의 더위는 그럭저럭 견딜 수 있다 해도 밤의 열대야는 정말로 힘들다. 온실가스 방출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사계절 뚜렷한 온대기후에서 점차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는 12월 파리에서 ‘제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데 2020년 종료되는 ‘교토 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96개 모든 회원국이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감축안(INDC)을 9월까지 제출하기로
언론에서 진실은 생명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진실인지는 쉽지 않다. 오랜 논란 끝에 미국 언론학계에서 내린 결론이 있다. ‘진실은 과정’이라는 명제가 그것이다. 언론이 다루는 사안은 이해관계가 얽혔거니와 당사자들 개개인의 언술이 언제나 정직하다고 가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진실은 단숨에 드러나지 않는다. 진실을 과정으로 정의한 언론학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그래서 ‘수정 가능성’이다. 언론인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관계 당사자들을 폭넓게 취재하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는 데 열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진실은 단편적 사실의 취재가
“나를 위한 헤어 스타일, 나라를 위한 헤어스타일. 나를 위한 저금, 나라를 위한 저금~”공익광고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FM 음악방송이었기에 화면이 없어 ‘나라를 위한 헤어스타일’이란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TV를 보면서 나라를 위한 헤어스타일이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게 그것이 좀처럼 이해되지는 않았다. 군인의 헤어스타일이란 것이 나라를 위한 것인가?여기에서 ‘위한’ 이라는 말이 정말 이상하게 쓰이고 있었다. 나의 헤어스타일이란 말은 자연스럽지만, 나를 위한
최근에 집중적인 여론 비판의 대상이 된 두 가지 사안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얘기하려는 것은 그 대상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때 나타난 ‘여론 현상’에 관한 것이다. 이 둘을 묶어 이야기 하는 것은 이 여론 현상에서 지금 한국사회 상황과 관련한 공통된 특질을 읽었기 때문이다.우선 소위 ‘잔혹 동시’ 관련한 여론 현상이다. 이 사건에 관해 SNS(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 여론의 절대다수는 ‘잔혹 동시’를 쓴 초등학생 아이를 ‘미친 애’ ‘끔찍한 아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아이의 ‘시’는 아예 ‘시’로 분류될 수 없는 ‘이상한
지난 5월 평택성모병원에서 시작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국내 최고 의료기관의 하나인 삼성의료원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전국으로 파급되었다. 이 사태로 우리가 입은 피해는 엄청나다. 35명의 귀중한 인명을 잃었고 관광업계와 서비스업계 등의 불황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수 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를 보전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국내 의료 환경이 노출되어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하던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대외적 이미지도 곤두박질했다.이 엄청난 재난을 당하게 된 데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