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축제일인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는 지난 4월 구마모토와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강진들이 불러온 엄청난 지진재난의 악몽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문(雲門)선사는 깨달은 사람에게는 ‘모든 날이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고 했다. 이 지진재난을 한반도에 둥지를 틀고 사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세속적으로 그리고 탈세속적으로.구마모토에서 지난 4월14일과 16일에 발생한 규모 6.2와 7.0의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입은 인명피해는 사망자 58명과 부상자 3100여
“무엇보다 진실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 거기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되새겨 볼수록 진실과 치유의 관계에 대해서 이처럼 명징한 선언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진실을 밝힐 때, 내용이나 방식 모두 피해자가 동의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비로소 마음 속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치유는 진실을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진실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진실을 찾아 온 생애를 바친 이들의 삶은 평범
4·13 선거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만한 점이 많았다. 진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인 선거이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일반적인 평가는 정치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크게 담긴 선거였다. 이제는 선거의 결과를 두고 평가하기보다는 선거가 남긴 의미를 되새기고, 그 의미가 우리의 정치사에 진정한 의미로 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우선 가장 중요한 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 심판들의 유효성이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겠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의식하는 것은 선거 전후 한 달 남짓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있는데, 그러한 자조적 표
4월13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는 시민 일반은 물론이고 여론조사기관 및 언론매체들, 정당 관계자들까지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리멸렬한 야권의 리더십과 분열 상황에 비해 여권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고 있는 대통령이 제왕적 리더십을 자신만만하게 구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세가 떨어지고 의기소침하다 못해 커다란 위기감을 느낀 것은 직접 선거에 나선 야당만이 아니었다. 집권세력의 생각과 다른 국민의 목소리,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지극히 억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보배의 비가 온 허공에 가득히 내리고 중생이 그 그릇 따라 이익을 본다 (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법성게)20여년 전 대학에 있을 때다. 경영대 근처를 지나는데 조훈현 국수 초청 바둑지도가 있다는 공고가 있었다. 들어가 보았더니 이창호 9단이 학생들과 다면기를 두고 있었다. 또 교수 휴게실에는 조훈현 국수가 부총장과 바둑을 두고 김인 국수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부총장이 몇 점을 놓고 두는 것 같은데 그가 돌을 놓으면 조 국수가 매번 더 좋은 수를 가르쳐주었다. 그 후 대학신문에 부총장이 이겼다고 보
유럽으로 여행간 지인이 가는 곳마다 사진으로 소식을 전해줍니다. 특히 독일 뮌헨에서 보내준 사진에 눈길이 오래 머뭅니다. 뮌헨대학 백장미단 기념실, 숄 기념광장 바닥의 백장미단 유인물 조각, 조피숄 두상…. 그 기념물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이름만큼은 너무나 친숙했고, 이내 옛 기억 속으로 이끌었습니다.‘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1982년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세미나에서 읽은 책 제목입니다. 세미나를 했던 동아리는 의과대학 동아리인데, 그 흔한 이름도 없이 ‘팀’이라 불렀답니다. 첫 세미나 교재가 된
최근 김천 직지사에 갔다가 올해 조계종 행자교육에 참가한 교육생이 처음으로 80명에 미치지 못했다는 정말 충격적이고도 슬픈 소식을 들었다. 직지사 불전한문승가대학원 강의를 맡아 승풍 진작과 승려자질 향상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던 필자에게는 더욱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엽적인 곳에 쏟는 노력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아득한 심정이었다. 물론 그렇다 하여 어려운 가운데도 보다 나은 승단을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노력이 빛을 잃는 것도 아니고, 그것마저 놓아버리면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에 벌어진 세기의 대국이 큰 화제다. 그러나 이 대국이 ‘세기의 대국’이 된 것은 처음부터 예상된 일은 아니었다. 4000여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바둑은 기계가 아직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사고능력이 결부된 놀이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세돌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싱거운 ‘게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게임은 세기의 드라마, 아니 인류의 역사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순간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세간에는 마치 이미 이러한 드라마를 자신들이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갖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지난 해 필자의 책을 출간한 ‘사이언스북스’의 편집장이 하버드대학 물리학과의 최초 종신 여교수인 리사 랜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Knocking on Heaven’s Door)’를 건네주었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 전공의 그녀는 극미한 소립자의 세계부터 무한히 펼쳐진 우주까지 물리학자들이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힘들게 얻은 지식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이 책을 읽고 “21세기는 리사 랜들의 세기가 될 것이다”라는 추천사를 썼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첨단과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귀향’이 입장권 판매 수익 1위에 올랐다. 계속되는 예매 열풍에서 어느 정도 짐작되던 사실이지만,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시사회의 평가 중에는 완성도가 부족하다든가, 영화로서의 작품성에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상영 스크린의 확보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었기에 ‘혹시나?’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무엇이 이렇게 ‘역시나!’를 이룩했을까?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실’에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불리던 신영복 선생과 세기의 대중음악가로 평가되던 영국인 데이빗 보위가 각각 지난 1월15일과 1월10일, 일주일 간격으로 작고했다. 경상남도 밀양 출신 신영복 선생은 1941년생이니 76세고, 런던에서 태어난 보위는 1947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70세다. 평균 수명이 대폭 늘어난 시절을 생각하고, 여전한 활동력으로 세상에 미치고 있는 그들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아쉬운 나이가 아닐 수 없다. 왕성한 활동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신영복 선생은 ‘담론’이라는 책을 작고하기 한 해 전에 출간했고, 보위는 생애 25
“내가 여기 기(旗)를 세우면 그 기는 또한 나를 세운다.” (학원(學園)문학상의 ‘기’에서)필자가 중고등학생 시절 애독하던 잡지로 ‘학원’이 있었다. 아마 그 시절 유일한 청소년 교양지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이 흘러 ‘학원’에서 읽은 것들을 거의 다 잊어 버렸지만 모두에 인용한 ‘기’의 이 구절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는 학원문학상의 수상작이었다. 유감스럽게 저자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로 사제지간을 들 수 있다. 언젠가 제자들과의 모임에서 이 문제에 언급하면서 학원문학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