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율사라고 불리는 종회의원들이 종법을 개정하기 위해 종회를 열고 있다. 1962년 조계종 출범과 함께 제정된 종헌종법은 한국불교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승가 운영의 기준이 율장이었다면 현대는 종헌종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계율보다는 종헌종법이 중시되면서 계율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통 율사들은 더 이상 설자리를 잃어 버렸고 대신 그 자리에 종회의원이라는 ‘현대판 율사’가 자리를 잡았다. 뿐만 아니라 당연히 지켜야 할 계율이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고 어기면 안 될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지켜야 할 것으로 바뀌면서 우리 승단에서는 ‘파계불감증’이 만연하게 됐고 세속보다 오히려 더 세속화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현대판 율사’
율사는 흔히 승단의 거울로 비유된다.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계를 실천하면서 승단의 어두운 곳을 환히 비춰 자칫 승단이 세속화되는 것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율사들은 승단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부처님 입멸 후 가장 부처님에 근접한 존재로 추앙 받아왔다. 율사, 승단의 거울에 비유 그러나 오늘날 한국불교 승단에서 율사들은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과거 승단처럼 율사들에게 각종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고사하고 단순히 스님들이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익혀야할 각종 의례를 가르치는 습의사 정도로 취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대처하지 못하고 과거 율장 조목만을 고집하면서 율사들은 우리 승단에서 ‘사문화된
한국불교에서 계율을 지키는 것이 불자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선택사항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부처님 당시 제정된 계율을 바탕으로 승단의 현안 문제에 대해 해결점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화합으로 이끌었던 율사는 예로부터 승단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승가 전통 운영법인 율장보다는 사회법을 기초로 한 종헌종법이 우선시 되면서 한국불교 승단 내에서 율사들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현재 한국불교 승단에서 ‘아웃사이더’로 전락하고 있는 율사들의 문제와 대안을 점검한다. 편집자 계·정·혜 삼학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계율은 부처님 당시부터 불자라면 누구나 받아 능히 지켜나가야 할 것으로 분
“수오계십계등 선지지범개차(受五戒十戒等 善知持犯開遮, 오계와 십계 등을 받아 지니고 범함과 열고 닫음을 잘 알아야 한다.)” 고려시대 보조 스님이 초발심 불자들을 위해 쓴 『계초심학인문』에 담겨져 있는 이 글은 어느 것이나 한 쪽에 치우쳐서는 올바른 수행이 될 수 없다는 불교의 중도사상을 대변하고 있다. 즉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에 있어서도 율장에 언급된 문자 그대로에 치우쳐 근본 뜻을 잃는다면 바른 수행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물에 빠진 여인을 발견한 한 수행자가 ‘여인의 손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율장의 조목만을 고집할 수 없듯 계율 적용에 있어 융통성을 갖고 어떤 것이 최선인가를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로 부처님 당시
“나는 이제 계본을 외우겠다. 대중은 이를 잘 듣고 잘 생각해 만약 스스로 어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서서 그 죄를 드러내고 죄 없는 사람은 잠자코 있을 것이니, 잠자코 있으면 스스로 청정할 지이다. 만약 지은 죄가 있음에도 고백하지 않는다면 이는 고의적으로 망어죄를 범하게 될 것이다. 청정하기를 원한다면 그 죄를 드러내야 할 지이다.” (율장대품, 포살건도 中) 포살, 교단 청정성 가늠하는 척도 출·재가를 막론하고 계(戒)를 받은 불자라면 누구나 꼭 실천해야 할 의식 중에 하나인 포살. 매달 보름과 그믐날 모든 수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계본(戒本)을 외우고 지은 죄가 있으면 참회해 악을 그치고 선을 기르는 의식인 포살은 불교가 2500여년 청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버팀목이 돼 왔다. 특히
최근 말기 암 환자의 산소 호흡기를 떼어 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와 가족에 대해 경찰이 이례적으로 무혐의 의견을 제출하면서 우리 사회에 ‘안락사 합법 논란’이 다시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02년 간경화 진단을 받은 김모 씨는 병세가 악화돼 지난해 3월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석달 뒤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주치의 박모 씨는 김 씨 딸의 동의를 얻어 산소 호흡기를 뗐고 김 씨는 곧 숨졌다. 그러자 아들 김모 씨가 “진료를 포기하고 산소 호흡기를 제거한 것은 살인행위”라며 주치의와 가족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 주치의는 “산소 호흡기는 단순한 연명(延命)치료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맞서자 경찰은 이례적으로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까지 법원이 안락사를 인
계율학자 - 율사간 팽팽한 이견 ‘여전’ 출가수행자가 받는 계율 가운데는 현실과 동떨어진 조목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로인해 이를 지킬 것인가 바꿀 것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펼쳐왔다. 사진은 지난해 직지사에서 열린 구족계 수계산림. 사진제공=조계종총무원 출가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설명하고 있는 율장을 살펴보면 ‘과연 이런 계율도 지켜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가령 ‘서서 소변을 보지 말라’거나 ‘수레를 타지 말라’, ‘여자와 살갗을 대이지 말며, 여자가 앉았던 자리에 앉지 말라’, ‘한번 먹고 잔 처소에서 또 먹지 말라’ 등 출가수행자가 받는 계율 가운데는 현대 사회에서는 도저히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구니 계율이 비구의 것보다 많은 것을 두고 성적 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계율 전공자들은 이를 성적 차별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하찮은 미물일지라도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며 평등을 강조해 왔던 불교.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들의 생명 가치는 붓다의 것이나 미물의 것이나 같다는 평등사상은 2500여년이 흐르는 동안 불교가 존속될 수 있었던 근본 배경이 돼왔다. 그럼에도 불교계 내부에는 유독 남녀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과연 평등한가’라는 의문을 들게 하는 조항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대중의 화합과 통솔, 유지 등을 위해 제정된 계율을 살펴보면 남녀차별을 의심케 하는 조항들을 쉽게 찾
출가수행자가 가사를 수하는 것은 자만과 교만을 버리고 스스로 무아의 열반에 들겠다는 수행의 방편으로 알려져 있다.사진제공=조계종 총무원 세속적인 본능에서 벗어나 무소유와 욕망의 제거를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불교. 이런 까닭에 불교에서는 부처님 당시부터 수행자에게 있어 청빈한 삶을 강조해 왔다. 특히 가사(袈裟)는 본래 화장장이나 무덤가에서 주운 헝겊에 가장 구하기 쉬운 물감으로 염색해 만든 의복으로 예로부터 청빈한 출가수행자를 나타내는 징표였다. 일명 분소의(糞掃衣)라고 불리는 이 옷은 쓸모없는 천으로 몸을 덮어 부처님의 대자대비 가르침을 실천하고 세간의 온갖 굴욕과 유혹을 참아 이겨내겠다는 인욕의 상징이자, 세인의 귀의를 받는 복전(
전통 종교마다 금기시하는 음식이 하나 둘씩은 있기 마련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를 비롯해 소를 신성시 여기는 힌두교에서 소고기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도 불살생계를 불자들이 지켜야 할 으뜸 계율로 여긴 탓에 육식은 물론 채식에 있어서도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따로 정해놓고 이를 먹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켜왔다. 즉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이른바 오신채(五辛菜)로 불리는 이 채소들은 부처님 당시부터 오랜 기간 동안 직접 먹어서도 또는 다른 음식에 곁들어 먹어서도 안 될 것들로 수행자들이 경계해야 할 음식이었음을 수많은 경전에서 전하고 있다. 능엄경 등서 오신채 금지 강조 『범망경』에 따르면 “다섯 가지 냄새 나쁜 채소를 먹지 말지니, 대산(大蒜, 마
종하 스님은 "출가수행자 본분은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계행이 청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새벽 3시. 고요한 산사의 새 아침을 알리는 도량석이 울리자 파계사 영산율원 학인 종하 스님은 지난밤부터 이어오던 가부좌를 풀고 아침예불을 준비한다. 하루를 꼬박세운 탓에 피곤함이 밀물처럼 밀려올 터이지만 스님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예불에 이어 영산율원이 개원당시부터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108참회’시간. 스님은 입승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춰 일배, 일배를 하며 무명(無明)으로 범한 과거, 현재에 지은 죄, 그리고 미래에 지을 죄를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한다. 하루 6시간 율전 공부 새벽 5시. 종하 스님에게 있어 이 시간만큼은 지친
“부처님 계율을 목숨이 다하도록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는 직지사 청풍료 주련. 이 전각은 현재 직지사 성보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종금신지불신(自從今身至佛身)견지금계불훼범(堅持禁戒不毁犯)유원제불작증명(唯願諸佛作證明)영사신명종불퇴(寧捨身命終不退) 지금 이 몸 불신(佛身)이 되기까지굳게 계율을 지켜 추호도 범하지 아니하리니바라옵건대 모든 부처님께서는 증명하옵소서.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끝내 물러나지 아니하겠습니다. 〈해인사 극락전 주련 中〉 사찰의 큰 법당이나 각 전각의 기둥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글귀를 말하는 주련(柱聯).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고자(古字)와 특별한 초서체(草書體) 등으로 써진 주련이 사찰 전각의 기둥에 걸리기 시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