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두 무릎, 두 팔꿈치, 이마. 몸의 다섯 곳이 땅에 닿는 절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오체투지 앞에 옷깃을 여밀성 싶다. 지금 이 순간도 히말라야 산맥 어디선가 불자들이 설원을 오체투지로 가로지를 터다. 상상만 해도 사뭇 경건해진다. 하지만 히말라야만이 아니다. 이 땅에서도 오체투지의 수행이 진지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리산에서 계룡산까지 오체투지의 길(2008년 9월4일~10월26일)을 걸어온 수경 스님이 다시 길을 나섰다. 지난 3월28일, 계룡산 신원사에서 출발해 하루 4㎞ 정도씩 서울로 북상하고 있다. 쉽지 않은 결단이다. 더구나 수경 스님은 75일에 걸칠 오체투지의 길을 떠나기 전에 한국 불교에 회한을 토로했다. 화계사를 찾은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근자엔 용산 참사를 대하는
세계야구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 선수가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일본 선수들을 물리쳤기에 그 기쁨은 더하다고들 했다. 중계방송은 시종 일본 선수와 김연아를 대비시키며 승리의 기쁨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대한민국이 김연아 선수를 통하여 야구의 패배를 설욕하려고 꾀를 썼다는 음모론까지 떠돌았다. 분명 두 나라 사람들은 쉽게 씻을 수 없는 집단적 업을 쌓고 있는 것 같다. 춤과 회전, 도약이 어울어지는 피겨 선수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 몸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그들의 간절한 수행이 떠올라 숙연해진다. 피겨 선수는 상대를 쓰러뜨리고 자기가 이기려 하지 않는다. 끝없는 자기 극복의 과정이 바로
불교의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은 ‘보살’이다. 불자는 누구나 보살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구도자여야 한다. 깨달음을 추구 하며 가없는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뜻을 실천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노력을 펼치는 존재가 보살이다. 보살은 타인을 돕기 위해서 축생의 몸을 받는 것도 기꺼이 행한다는 절대적 이타행을 실천한다. 보살의 목표는 이웃을 위한 끝없는 헌신과 봉사다. 헌신과 봉사야 말로 오늘날 자원봉사자의 이념이며 철학이고, 보살정신의 실천은 복지국가의 이상적 목표다. 보살은 자비와 연기이론을 근본사상으로 무장한 실천행자다. 자비는 불교의 본분이며 생명 존중의 기본 이념이요, 보살의 최고의 덕목이다. 자비사상을 통하여 생명존중, 만유평등, 기회균등의 원리를 체득하는 것이 불자의 도리이며, 또한 자원봉사자의 생활규
봄기운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교외로 나가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세상이 참으로 밝고 젊어진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세상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 자전거처럼 우리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한 발명품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불의 발견과 바퀴의 발명이 오늘날 인류가 발전하기까지 제일 큰 공헌을 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류가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 하면서 마을이 생기고, 마을과 마을이 생기면서 서로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도구의 필요성이 나타나면서 바퀴가 발명된 것이지요. 그래서 경영학에서는 자전거의 발명을 발상의 전환에서 생겨난 것이라고도 합니다. 바퀴는 우리의 활동영역을 확장시킨 공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무거운 짐을 운반해 주는 운반수단으로서도 큰 변화를 주었으며,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떴다. 첫 보고대회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했다. 정부는 앞으로 5년 안에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순위를 세계 15위권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좋은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브랜드 순위를 짚어보아도 그렇다. 국가 브랜드 1위는 독일이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미국 순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조사대상 50개 국가 가운데 33위다. 누가 보더라도 낮다. 우리 앞에 중국은 물론, 폴란드, 체코, 이집트가 놓여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를 갖춘 사실에 견주면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절실할수록 문제의 고갱이가 무엇인가
뉴요커들은 뜻밖에도 그 바쁜 일상 속에서 웃음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는 경우는 드물었다.돌아와 서울 지하철에서 시민들의 표정을 바라보고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그 표정에서 찾은 것은 살기 아니면 절망이었다. 고개를 들어 타인을 바라보는 눈길에서는 살기가, 가만히 혼자 생각에 잠긴 얼굴에서는 무력감이나 절망감이 느껴졌다. 뉴욕 지하철의 모습과 대비하다 보니 그렇게 극단적인 인상을 받게 되었다.그때 서울 지하철에서 만나게 된 표정들은 분명 우리 자신들의 자화상이며 내면 풍경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여전히 우울과 절망, 자포자기의 얼굴을 더 자주 만난다. 우울증의 기세는 악령인양 세계를 뒤덮을 형세다. 우울증으로 자식을 아파트 창문으로 던지는가하면 유명 연예인들까지
지난해 ‘승려노후복지법’이 종회에 상정되어 현재 계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눈치이며 언론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비구승단에서 수행자 노후 복지의 무한책임이 교단에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승려노후복지법’이 제정된다는 소식을 접하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웬일일까? 우리의 인간미 넘치는 상경하애(上敬下愛) 정신의 미풍양속이 버려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불교계가 장로 승려의 노후문제를 법으로 제정한다고 하니, 어느 신부님은 “우리나라 효의 마지막 보루가 불교였는데 불교계마저 법으로 노후문제를 강제화 한다하니 이제 어느 곳에서도 효를 찾을 수 없는 나라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나에게 되려 묻는다. 이제 우리나라의 고령화문제
인생에는 하나의 기본 법칙이 있습니다. 주고받는 법칙이지요. 이러한 법칙 안에서 생각을 해보면 산다는 것 자체가 주고받는 것입니다. 서로가 말을 주고받고, 인사를 주고받고, 웃음을 주고받고, 사랑도 주고받고, 물건도 주고받고, 도움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 세상에 존재 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가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면 인간은 메말라 살 수가 없으며 또한 사는 재미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주고받는다’고 말을 하지 ‘받고준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영어에서도 ‘Give and Take’이지 ‘Take and Give’가 아닙니다. 이러한 말의 어순이 곧 순리입니다. 물의 흐름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다른 사람에게 주고 베
말이 넘치는 시대다. 글도 넘친다. 신문과 방송만이 아니다. 책도 날마다 쏟아진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슬기가 깊어가지도 않는다. 그래서다. 말과 글의 홍수에서 새삼 불문(佛門)에 기대고 싶을 때가 많다. 탐욕에 사로잡힘 없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투명하게 뚫어보고 싶은 간절함에서다. 그럼에도 기대와 달리 불문에서 전혀 엉뚱한 ‘대답’을 듣는다면 어떨까. 되레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두루 알다시피 조계종 총무원은 서울 용산의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교계 NGO 단체가 조계사에서 봉행하기로 한 시국법회를 반대”하고 나섰다. 반대한 까닭을 들어보면 가슴이 더 답답해온다. “시국법회라는 정치적 성격의 집회”는 바람직하지 않단다. 정치적 집회. 참 많이 들어온 말이다. 누구의 지청구인가? 바로 이명박 정권과
필자의 어머니가 절에 다닌 지는 오래된다. 그런만큼 어머니가 그간 들었던 법문들이 어머니의 인생 마무리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했다.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의 속옷 안에 주머니가 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손을 놀리는 것이 불편한 어머니가 손수 만든 것인데, 그 안에는 만 원짜리 지폐들이 꼬깃꼬깃 접혀져 들어 있었다. 자식들이 드린 용돈을 고스란히 그 속에 넣어 두었다. 저승사자에게 줄 노잣돈인데, 그게 없으면 저승 갈 때 무척 고생한다는 것이 어머니 말씀이었다. 어머니의 말씀에 의해 재구성된 죽음과 저승길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은 죽음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물론 어머니의 죽음 관념은 우리 문화의 관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와 다를 바 없이 절을 지속적으로 참배해온 다른 분들도
우리나라 사회복지계는 현재 ‘大 변혁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특히 노인복지분야의 경우 기존의 시스템, 그 동안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고 하겠다. 사회복지의 변화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요인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며 지방분권 이양사업으로 인한 시설운영정책의 변화일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재정문제 등은 모두가 이 문제와 연관되어진 이슈들이며 또한 국민의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국가의 과제이다.2008년부터 실시한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는 노인복지 55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요보호 대상자의 구제를 목적으로 운영하던 기존의 요양시설이 바야흐로 요양이 필요한 노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돼 보편적 복지시대가 활짝 열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처럼 기본에 충실한 것입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기본’은 무시한 채 ‘기교’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입니다.비만으로 고민하는 40대 중반 남자가 의사를 찾아가서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선생님, 어떻게 하면 체중을 쉽게 줄일 수 있을까요?” 그러자 의사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고칼로리 음식은 피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기막힌 처방을 기대했던 이 남자는 의사에 답변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선생님, 너무나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 군요. 그걸 누가 모르나요.” 그렇지만 그 남자는 의사로부터 더 이상 어떠한 해결방법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처럼 기본에 충실한 것입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