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대 총무원장 선거, 태고종 미래 걸렸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3.04.07 20:33
  • 수정 2023.04.10 06:34
  • 호수 1676
  • 댓글 0

종단 중흥 선언만으로는 ‘무의미’
종책 통해 실현할 지도자 택해야 
종도들의 잠재력 최대로 끌어내
응축시켜 ‘도약 원동력’ 삼아야 

태고종 제28대 총무원장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침체한 태고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가며 종단의 중흥을 도모할 수 있는 유능한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종단 안팎으로 높게 일면서 교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선거와 달리 고무적인 건 총무원장 후보로 나선 상진 스님과 성오 스님 모두 임기 내 펼칠 주요 종책을 내실 있게 준비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선거인단을 중심으로 한 종도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종책 실현의 타당성까지 논의했다. 한 번 보여주기식의 ‘선거용 종책’이 아니라 종단의 변화를 일으킬 ‘실용적 종책’임을 방증한 것이라고 본다. 두 후보의 첫 정견 발표가 있던 순천 선암사 선묵당에는 선거인단 150여 명이 자리했다. 실질 선거인단이 164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인데,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가 종단 내에서도 얼마만큼 지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호 1번을 받은 상진 스님이 내놓은 종책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종무행정 관리시스템 대폭 이양‧지방교구 종무원 활성화’다. 중앙에 집중된 종무를 전국의 지역 종무원으로 이양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지방분권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의 다름 아니라고 본다. 이 종책이 실현된다면 지방 종무원의 활약에 힘입어 태고종의 위상은 격상될 수 있다.

지방 종무원에 자율권을 주고 권한을 확대하면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을 더욱 다양하게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종무원의 자긍심을 높여준 만큼 중앙 총무원과의 협력도 더욱더 원활하게 이루어지리라 본다. 단합된 종무원과 총무원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대단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태고종 역사 이래 가장 큰 변혁을 이끌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태고종 문화사업단 설립과 태고종 불교문화연구소 신설에도 눈길이 간다. ‘종단 여력’을 이유로 그동안 간과해 왔던 유‧무형의 문화재를 종단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존‧전승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승려전문 노인병원‧요양원 설립도 의미 깊게 다가온다. 열반에 들기 전까지 전법‧수행에 매진할 수 있도록 종단이 돕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기호 2번을 받은 성오 스님이 내놓은 종책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종단교육 시스템 개편 및 교육 불사 추진’이다. 태고종에 있어서 ‘교육 개편’은 숙원 불사다. ‘교육개혁에 태고종 미래 달려있다’는 말이 종단 내에 회자 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조계종의 ‘94 종단개혁’과 함께 태고종 내에서도 개혁 여론이 일었는데 그 무엇보다 교육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과는 미미했다. 일례로 종단 소속의 교육기관인 동방불교대학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도 변변하게 마련하지 못했다. 종단 차원의 해외 유학 제도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 인재양성을 위한 깊은 고민이 없어서인지, 고민은 했지만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해서였는지는 종단의 지도자급 스님들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 중요한 건, 교육개혁 불사를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 뿌리’였던 조계종과 비교하면 벌써 30년을 뒤늦었다.

아울러 ‘차세대 종단 사찰운영 프로그램 개발‧보급’ ‘사회연계망 확대 및 봉사체제 수립’ 등도 현시대의 흐름에 맞는 참신한 종책이라고 본다. 

태고종 발전의 최대 전제조건은 응집력이다. 그 힘은 화합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화합도 정책실현을 통한 변화 속에서 이뤄진다. 2000년 이후 등장한 태고종 총무원장 후보 중 ‘화합’을 강조하지 않은 스님은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시간 동안 분열만 이어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종단 중흥을 위한 종책 추진에는 눈을 감고 ‘자리만 탐’냈기 때문이다. 

태고종이 품고 있는 잠재력은 분명 종단협의회 의전 서열 5위에서 2위로 다시 올라설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잠재력을 끌어내고 응축시킬 역량 있는 지도자가 서 있을 때 가능하다. 종단의 화합과 중흥을 선언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그것을 구현할 최고의 적임자를 택해야 할 때다.

[1676호 / 2023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