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성을 물려받는 전통이 없다. 이름은 두 단어로 구성되고 두 단어를 함께 부르는 것이 올바른 호칭이다. 이름에 남녀의 구분도 없다. 이름만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추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처럼 이름에 성도 없고, 남녀 구분도 없는 것이 부탄의 오랜 전통이긴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름을 스님들이 지어주기 때문이다. 부탄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 3일간 산모와 아기 모두 일체 외부인을 만나거나 외출하지 않는다. 외부의 ‘부정’한 기운이 아기를 해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3일간을 보내고 난 후 짧
티베트불교의 법당은 번과 일산 등 갖가지 장엄물로 현란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불단위에 진설되는 ‘똘마’는 그 화려한 색과 정교한 문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탑 모양의 기둥 위에 꽃과 나뭇잎 등 다양한 조각들을 붙인 똘마는 손으로 빚은 공양물이다.똘마는 스님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다. 주로 버터를 이용하지만 간혹 보릿가루로 만들어진 똘마도 있다. 우리가 불단에 떡과 과일 등 갖가지 공양물을 진설하는 것과 같이 티베트불교에서는 불단에 똘마를 올린다. 특히 망자를 위한 제사를 지낼 때는 반드시 똘마를 만든다. 똘마는 주로 귀한 공양물인
부탄에는 묘지가 없다. 스님들의 경우 입적 후 당연히 화장을 하고 고승의 경우 사리를 봉안하는 작은 탑을 만든다. 다만 우리처럼 별도로 사리를 봉안한 부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작은 탑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 사원 안에 안치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화장이 보편적이다. 다만 화장 후 남은 유골로 주먹 보다 작은 탑 모양의 차차(Tsatsa)를 만든다. 차차는 유골과 재를 진흙과 함께 섞어 만든다. 유골 진흙이 섞인 반죽을 소형 틀에 넣어 탑 모양으로 찍어낸다. 차차는 길가나 숲 속의 바위 아래 등에 모아둔다.
불교계 최고 명절은 단연 부처님오신날이다. 동남아시아 등 대부분 불교국가에서 명칭과 날짜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부처님오신날을 지정해 축하하는 행사를 벌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불자들이 등을 밝혀 한마음으로 봉축하는 연등회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다. 부처님오신날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찰에는 높게 걸린 연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불자들에게 부처님오신날의 기쁨을 음미하게 한다. 하지만 부탄 불교계의 최고 명절은 부처님오신날이 아니다. 그보다는 부처님의 열반일, 초전법륜일, 그리고 도리천에서 하강하신 날을 3대 명절로 기념하고 있
히말라야 품에 안겨 있는 부탄에는 바다가 없다. 대신 히말라야가 이고 있는 만년설이 연중 풍부한 수량을 책임져 준다. 눈이 녹아 흐르는 강에는 언제나 맑은 강물이 힘차게 흐른다. 덕분에 소규모 수력발전이 활발하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인도로 수출된다. 관광산업과 더불어 부탄의 중요한 외화벌이 항목이다. 수력발전이 아니라도 부탄사람들은 예로부터 강을 성스러운 곳으로 여겼다. 특히 두 강이 합쳐지는 곳, 두물머리에는 거의 대부분 사원이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부탄사람들은 함부로 강에 들어가지 않는다. 강에 돌을 던지는 것도 금기다.
서부부탄의 끄트머리 왕듀포드랑에 자리하고 있는 포브지카 계곡은 검은목두루미의 겨울 서식지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 6000여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이 희귀새는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이 되면 중국 운남성 등지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 포브지카계곡을 찾아온다. 포브지카는 계곡이라고는 하지만 해발 2962m, 사방이 둘러싸고 있는 산이 병풍 같고, 넓은 초원에는 작은 시내가 흐른다. 고도가 높고 분지형태의 계곡이다 보니 겨울 추위가 매섭기로 부탄에서도 손꼽힌다. 이곳 주민들은 겨울의 시작과 함께 검은목두루미가 찾아오면 축제를 연다. 이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경배하고 상생할 터전이다.”해발 7000m를 넘는 부탄 고봉들이 미답봉(아무도 오르지 않은 산)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히말라야 수많은 봉우리들 대부분은 인간의 발길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이웃 네팔은 고산등반이 국가의 주수입원이다.하지만 부탄은 등반 수입 대신 산에 대한 경배를 택했다. 수많은 미답봉, 그 가운데서도 세계서 가장 높은 캉카르 푸엔섬(해발 7570m)이 위치하고 있는 부탄으로서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었을지 모른다. 한때 부탄에서도 고산등반을 허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왕국의 계승자인 왕자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무엇일까. 2016년 2월5일 부탄은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로 술렁였다.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과 왕비 제선 페마 사이에서 첫 아들, 왕자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2011년 결혼한 국왕부부 사이에서 5년 만에 태어난 첫 왕자 소식에 부탄 국민 모두는 환호했다. 부탄의 언론과 공식 SNS 등 미디어와 매체들은 왕자 탄생의 소식을 전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왕부부와 국민들의 관심 속에 태어난 왕자에게는 게쉐(Gyalsey)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국민들은 게쉐 왕자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지만 자꾸 주변을 살피게 된다. 누가 쳐다보지 않을까. 이상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을까.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듯해 두리번거리면서도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 가정집 담벼락에 떡하니 그려져 있는 남근상 벽화 때문이다. 현관 옆에도, 창문 옆에도, 계단 입구에도. 이 민망한 그림들은 원래부터 그 곳의 주인이라는 듯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를 골랐으니 분명 보란 듯이 그려놓은 것이다.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고대로부터 남근은 다산의 상징이었다. 여성의 풍만한 가슴이나 배, 엉덩이
“의사를 만나야겠어요.”기자를 안내하던 가이드 킨레이씨가 걱정스런 얼굴로 앞장선다. 며칠 째 목이 칼칼하고 잔기침이 계속되더니 결국 말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던 킨레이씨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국립 전통 병원(National Traditional medicine Hospital)’. 여권을 제출해 접수를 마친 후 대기의자에 앉아 둘러보니 진료과목을 써 놓은 여러 개의 진료실 앞에 부탄 사람들이 앉아 차례를 기다린다. 환자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진찰실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여의사가 약간은
“부탄에서도 이혼을 해요?”결혼은 간소히…이혼율도 높아부동산은 딸, 동산은 처에 상속남성의 역할은 종교·정치 분야깨달음 얻으려 남자 환생 희망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은 바로 결혼과 이혼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앞서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는 대부분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곤 했다. 결혼은 곧 행복이고, 그 행복은 오래오래 갈 것이라는 막연한 등식이 머릿속에 콕 박혀있는 이유일 수 있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
부탄 사람들의 고추 사랑은 유별나다. 큼지막한 고추에 마늘, 양파 등 온갖 야채를 넣고 치즈와 버무려 먹는 에마다체는 부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전통 반찬이다. 밥 위에 한 숟가락 듬뿍 뿌려 쓱쓱 비빈 후 호기롭게 입안에 털어 넣는 순간, 눈이 확 뜨이고 입안에서는 매운 열기가 폭탄처럼 터진다. 부탄 사람들조차 입에 손 부채질을 하며 혀를 쭉 내미는 매운 맛이지만 우리 식탁에 김치가 빠지지 않듯 부탄 사람들의 식탁에는 언제나 에마다체가 함께 한다. 단, 부탄 사람들도 에마다체는 아주 조금 밥에 살짝 묻혀 먹는 정도다.이밖에도 다양
부탄 남성의 전통복장은 ‘고’라고 불리는 원피스 형태다. 두루마기와 같이 생긴 것이 품이 넓고 바닥에 닿을 만큼 길다. 오른쪽 옆구리서 옷섶을 여민 후 아랫단이 무릎에 오도록 끌어올려 ‘케라’라고 하는 허리띠로 묶어 준다. 고의 상의는 풍성해서 앞섶은 주머니 용도로 쓰이고 하의는 뒤쪽으로 주름이 잡힌 치미와 같아져 활동성이 좋아진다. 사원이나 관공서에 출입할 때는 반드시 이렇게 전통복장을 갖춰야 한다. 부탄의 남성 정장인 셈이다. 부탄에서는 전통복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삼삼오오 모여 활쏘기를 즐기는 남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존칭어다. 영어를 비롯해 상당수 언어에 존댓말이 없는데 비해 우리말에는 유난히 존칭어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뜻의 말에도 평어, 존칭이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극존칭까지 있어 일일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부탄에도 존칭어가 발달해 있다. 문장 뒤에 붙이는 ‘라(La)’가 바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탄의 가장 흔한 인사말은 ‘쿠즈장포’, 영어로 해석하면 ‘헬로(Hello)’, 우리말로는 ‘안녕’ 정도에 해당하는 가벼운 인사말이다. 하지만 이 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