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었으니 뭐라도 좀 정리해야지,하는 마음이 일어 오랜만에 그동안 받아둔 명함을 정리했다. 가나다 순으로 이름을 분류한다. 명함이 없다고 하여서 작은 쪽지에 주소와 공중누각(이메일), 전화번호를 적어둔 것도 눈에 띈다. 스님인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서 한 비구니 스님의 법명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내게,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가장 많은 감화를 주었던 분이시다. 지금은 태평양 건너 어느 교육 도시에서 여전한 포즈로 책을 읽고 계실 것이다. 명성만 익히 듣다가 지인의 친절함 덕분에 드디어 만났을 때, 첫인상은 '비구니 스님도 괴각이 될 수 있구나'였다. 아무튼 그 스님의 독특한 글과 걸림 없는 사상은 내게 크나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가리
'정월 초하루 0시부터 낮 12시까지 여성 불자들은 법당에 절대 출입을 할 수 없다는데요.' 얼른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 종단에서 올 2월 1일 음력 설에 일어난 일이다. '이 종단의 신도를 친구로 두고 있어 이러한 일을 알게 돼 제보한다'는 한 여성 불자는 '부처님께서 언제 시간을 정해 두고 남성은 법당에 출입할 수 있고 여성은 드나들 수 없다고 설한 적이 있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 제보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이 종단의 대표적인 사찰 두 곳에 이 제보가 사실인지 알아본 결과 '실제 그렇다'는 것이었다. 창종 이래 전통적으로 내려 온 금기라거나 종단의 종교적 특수성이라는 등 그 어떤 이유를 제시하더라도 정상적인, 그러니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일
8·15 남북통일대축전에 참석한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을 문제삼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중앙 일간지 역시 연일 방북 인사의 행동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를 대서특필하면서 임 장관과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두 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빌미로 임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우려의 뜻을 밝히면서 종교-노동-문화 등 각 분야의 대표자들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8·15 민족통일대축전을 통해 일구어낸 성과가 아무런 평가 없이 묻혀서는 안 된다고 본다. 8·15 불교 대표단을 비롯한 통일대축전 방북 인사들이 지난 8월 21일 돌아온 이후 일부 중앙 일간지들은 방북 기간 중 일부 인사들의 행동을 크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원한 불교사적지가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계의 입장에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폐사지로 버려져 있다 하더라도 불교사적지 하나하나에는 지나간 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서려있어 우리에게 중요한 성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금속활자본인 백운직지를 찍어낸 성지 중의 성지인 청주 흥덕사지가 복원된 지 10여년이 지나도록 스님과 신도가 없는 사지(死地)로 남아있는데다, 그마나 점안도 하지 않은 철불을 모셔놓고 관광객을 맞고 있다는 점은 교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흥덕사지를 복원한 동국대 김동현 교수의 이야기처럼 복원은 단순히 건물의 복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참된 복원이기 때문이
몇몇 뜻 있는 불교학자들에 의해 한국불교학자 대회가 추진된다는 소식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불교학 전공자들과 학술단체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상황에서 이들이 한 데 모여 서로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철학계와 사학계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는 이런 대규모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또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도 동일한 전공자들이 모여 학문을 논의하고 우의를 다지는 행사들이 이미 정착돼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를 계기로 각각 학회들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뜻 깊은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많은 학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부터 해결돼야 할
종하-법장 스님의 대결로 굳어진 제31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맞아 공명선거, 정책선거를 유도하고 선거를 축제로 전환하고자 불교계 언론으로서 맡은 바 책무를 다할 것임을 '제31대 총무원장 선거 보도 준칙'을 통해 이미 공표한 바 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선거 때마다 종단이 분열되고 문중 간 갈등이 고조되는 구태를 벗어버리고 선거가 종단의 새로운 희망과 발전의 계기가 되고자 하는 종도들의 바람을 대변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양 후보 진영의 진용이 갖춰지고 점차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선거의 분위기를 망치려는 부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 때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른바 '괴문서'가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특정후보를 악의
조계종의 일부 비구니종회의원과 불교여성계가 종단에 비구니스님에 관한 제반 업무와 정책을 담당하고 비구니스님들의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할 비구니부의 설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조계종 소속 비구니 스님의 숫자는 전체 재적승 1만2천여명 가운데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천3백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비구니 스님은 경향 각지의 선방과 포교당, 교육시설, 군소사찰에서 수행과 포교, 후학양성 등 부문을 가리지 않고 불교와 종단을 받치는 든든한 들보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비구니 스님에 대한 종단의 배려와 대접은 전체 비구니계가 일구고 있는 혁혁한 성과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책의 발의와 집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구인 중앙종회의 전체 81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효로 인식해 왔던 '입신양명' 보다는 불교 사상에 근거한 '연기적 효'가 부모를 위한 가장 큰 '효'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꽃마을이 전국 46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효 인식 및 실천에 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83.1%가 '부모의 마음을 늘 편안하게 하는 것'이 '입신양명' 보다 더 큰 효행이라고 꼽았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부모와 자식은 늘 서로 의존하고 관계하면서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부모는 자식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서로의 마음을 안온하게 함으로써 '비로소 조금이나마 효를 실천할 수 있다'는 불교의 쌍방향 효와 일치하는 것으로,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연기적 효를 '효 중의 효'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연꽃마을 설문 조사로 불
지난 1월 22일자 법보신문에 실린 공종원 위원의 '노무현 당선자 '불심' 잊지 말아야' 칼럼을 읽고 쓴다. 나는 공 위원의 글이 불교가 권력에 더욱 유착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공 위원께서는 '10여 년의 세월동안 정치권력의 핵심에서 소외되었던 불자들의 한을 풀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불교인들이 정치권력에서 소외된 적은 없다. 장로교 신자인 YS 때나 카톨릭 신자인 DJ 때도 일부 불교인들은 권력의 핵심 가까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누려왔다. 이것은 노태우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권력의 핵심과 유착해 그 댓가로 자신들의 사적인 권리를 누렸다. 불교가 우리 시대에 아픔을 어루만지고 희망을 제시하며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교단이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께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천주교로 돌아오라고 권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픈 생각이 들었다. 종교 지도자가 그것도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인 중의 한 분으로 추앙 받는 분이 자기 종교만을 강요하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드러내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닌 듯 하다. 요즘 추기경님께서는 또 한 명의 천주교도 대통령이 탄생하지 못했음을 서운해하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은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노동자와 농민의 편을 자처했던 천주교 수장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아 보기에 안타깝다. 국민의 대표로 당선된 사람에게 특정 종교를 권유하는 것이 종교인으로써 취할 올바른 자세라 생각하는가. 결국 그가 원한 것은 정치적 역량과 입지의 확보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태도가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
간화선 비판하며 위파사나 거론 자칫 오해의 소지 부를수도 비판에 그치지말고 대안 관철을 총무원장 선거와 함께 요즘 교계 안팎 언론의 관심은 이른바 '간화선의 위기'에 쏠려 있는 듯하다. 그 요지는 대개 간화선이 지나치게 교학을 경시하고 있으며, 선지식(스승)의 부재로 효율적인 수행이 어려워졌고, 간화선 수행자들의 단순성과 배타성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는 것 등이다. 이런 주장들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고, 솔직히 간화선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대개가 공감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화선 위기론'의 토론 방향이 자칫 간화선을 폄훼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누가 뭐래도 간화선은 한국불교의 가장 오랜 정통의 수행법이고, 여전히 가장 중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일정이 2월 24일로 확정됐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빠듯한 일정으로 앞으로 불교계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앞으로 4년 간 불교계 장자종단 조계종을 이끌어갈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대사를 놓고 벌써부터 종단은 물론 불교계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유력후보 중의 하나인 종하 스님(관음사 주지)이 출마선언을 한 데 이어, 27일에는 법장 스님(수덕사 주지)이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는 사실상 시작된 상태이다. 당초에는 종하, 법장 스님 등 두 스님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서는 제3후보론이 일간 언론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등 점차 선거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종단을 이끌어갈 능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