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이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법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축하하고 축하할 일이다. 축하하고 함께 기뻐해야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해야 할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의 세월이 쌓인 무게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하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무게는 때로는 내일을 향한 원력(願力)의 버팀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여곡절로 쌓인 간난으로부터의 신고(辛苦)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전반의 200년이라고 달랐을까만, 후반의 250년 역시 사찰, 그리고 그 사찰에서 내일을 향한 원력을 버팀목으로 온갖 간난을 지탱해야 했던
지난 11월5일자 교수신문은 ‘교수 추천 도서 베스트 30’을 발표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논어’ ‘기독교성서(성경)’ ‘자본론’ ‘호모데우스’ ‘삼국지’ ‘토지’ ‘총, 균, 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로마인 이야기’ 등이 10위 안에 랭크됐다. 불교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유일했다.불교출판사에 다녔던 어느 편집자는 이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종교 부문에 불교 경전과 논서들이 단 한 권도 없다는 것은 불교 콘텐츠가 지식인 사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한
웬 논설, 웬 의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논설이나 의례라는 어휘의 현재적 역을 수용하면 당연하다. 하나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논설이나 의례를 보면 논과 설을 의례적 성격으로 논해보려는 것임을 추측하는 데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지난 9월 ‘법보신문’ 1456호 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불교주제 학술대회가 60여개나 열린다고 한다.학회는 논문이 발표되고 그것의 다수는 주제에 대해 논의와 자신의 주장을 대중과 세상 앞에 풀어내는, 고백하는 도량으로, 논과 설이 춤추는 의례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한 학회에 평균 4~5편의 논문이
평양 공동선언 이후 남북의 군사분야 합의서가 하나씩 둘씩 실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판문점 지역의 지뢰 제거 및 비무장화, 그리고 자유로운 이동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판문점은 남북 적대의 상징이었다. 1976년 8월에 일어났던 소위 ‘도끼만행 사건’으로 판문점 지역은 공동경비구역에서 분할경비구역으로 바뀌었다. 정전협정에 의하면 비무장한 소수의 경비병력, 그리고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판문점은 양측이 무장한 채로 서로를 차갑게 응시하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판문점 구역 자체도 분단되어 남북의 분리 장벽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많은 전통문화유산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건물을 포함하는 특정 공간이 통째로 전통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조선왕조의 궁궐이나 성곽, 혹은 조선의 선비들이 공부했던 서원 혹은 양반가의 종택 같은 곳들을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처럼 건물을 포함하는 특정된 공간이 전통문화유산으로 보전된 곳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헤아리는 것이 바로 전통사찰이다.‘전통사찰’은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지정된 사찰을 의미한다. 2012년에 개정된 이 법률에 의하면, ‘
모든 불교 신자들은 예불을 올릴 때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하 반야심경)’을 암송한다. 그럼에도 ‘반야심경’처럼 그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틀리게 알려진 경전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냥 주문처럼 관성적으로 암송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우리가 주로 읽는 불경 텍스트를 해독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문 번역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계종단은 2011년 ‘한글 반야심경’을 만들어 공포했다. 한역본보다 알기 쉽고 뜻이 명료해진 부분이 있지만 ‘반야심경’의 심오한 개념어를 풀어내기
잘 익은 오곡을 걷는 가을의 마지막 달 만추(음력 9월)가 열리고 있다. 만추는 무사히 추수하게 된 것을 천지신명과 원대조상님께 감사하며, 그분들과 외로운 영혼들을 두루 초청하여 제사를 베푸는 때이기도 하다. 이것을 하는 대표적인 의례로 불교수륙재가 있다. 현재 서울 진관사, 동해 삼화사, 마산 백운사의 세 곳 사찰에서 거행하는 수륙재를 국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그 탁월한 문화적 가치를 증명해주고 있다. 오는 10월13, 14일에는 진관사와 백운사의 수륙재가 열리고, 10월26~28일의 3일간에는 삼화사의 수륙재가 진행된
평양 정상회담이 풍성한 열매를 맺고 마무리되었다. 파격과 감격으로 정리할 수 있는 평양 정상회담은 한반도가 전쟁과 갈등을 끝내고, 평화를 주춧돌로 번영의 새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간 갈등과 적대의 온상이었던 육·해·공의 모든 공간에서 적대 행위의 종식은 물론이고, 서로를 향한 적대적인 군사훈련에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앞으로 이행이 얼마나 잘 이루어질지가 남아있지만, 합의의 실천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공고한 평화에 기반을 두고 남북의 번영을 위한 담대한 여
조선은 억불숭유(抑佛崇儒)의 시대였다. 불교를 억제하려는 정책에 따라 왕도였던 한양성을 비롯하여 8도의 감영 등에 있었던 사찰 대부분이 폐사되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서울과 지방 대도시의 주요 시가지 내에 있었던 사찰들은 대부분 폐사되어 흔적이 없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게 된 사찰들은 대부분이 산중의 대찰들과 작은 암자들뿐이었고, 이들 사암(寺庵)이 조선시대 불교의 명맥을 잇는 명줄이기도 했다.그렇다고 산중 사찰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전승하는 데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겨우 명맥을 보존하던 산중 사찰과 그곳에 살
강기갑씨는 긴 수염에 한복 두루마기, 고무신 차림으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농민운동 출신인 그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두 번 지냈다. 그는 통합진보당 시절 대표를, 민주노동당 시절 원내대표를 맡을 만큼 진보 정치권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그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분노 때문이었다.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수구 정치 세력을 괴멸시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수구세력에 대한 그의 발언과 행동은 거침없었고 전투가 필요할 때 몸을 사리지 않았다.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이 굴욕
정치란 국가권력을 획득해 유지·조정하고 행사하는 기능이나 과정 및 제도라는 사전의 정의는, 정치의 제일의는 권력의 획득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권력의 획득은 구성원들의 합법적으로 동의하는 선거에 의하거나, 위력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바야흐로 정치와 선거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29일에는 제36대 총무원장선거를, 9월5일에는 제17대 중앙종회의원선거를 공고했다.조계종 종헌 54조에 의하면 총무원장은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데, 종단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하며,
4·27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평창에 이어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의 공동입장, 그리고 일부 종목에서는 단일팀 구성함으로써 남북 단합이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그동안 끊어졌던 이산가족 상봉도 열리고 조만간 또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개성 공단을 재개해서 다시 힘차게 공장을 돌릴 기대감으로 들떠있다. 평양에서 열린 유소년 축구대회에는 한국 유소년팀이 참가하고, 그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