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가끔 모든 것을 접어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풀 내음 가득한 고즈넉한 산사에서 마음을 다독이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전통사찰 템플스테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외국 관광객들까지 찾을 정도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문화상품으로 각광 받게 된 이유일 게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산사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쉼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가 최근 들어 유독 관
“세상에 차를 마시는 사람은 많지만, 도(道)를 모르는 사람은 차에 먹힌다.” 일본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센노리큐(千利休, 1521~1591)의 명언이다. 차를 마시는 다도와 득도를 위한 선의 수행이 같은 경지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의 가르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는 음식이지만 음식 그 이상이다. 차 속에 수행과 깨달음, 성불로 이어지는 수행의 길이 놓여있다. 차만 그런 것은 아니다. 차를 마시는 장소도 중요하다. 참선을 위해 선원이 있듯, 차를 마시는 행위가 수행이라면 차를 마시는 장소 또한 수행의 장소여야 한다. 다실이
컬러링은 색을 칠할 수 있도록 선으로 그린 그림이나 도안을 말한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며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 컬러링만큼 좋은 것이 없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색칠을 하고 그림 한 장을 완성할 때마다 확실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때문에 컬러링은 현대인들의 심리치료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 효과와 인기 덕에 컬러링 도안도 점점 다채롭고 화려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너무 정교하고 복잡한 컬러링은 끝까지 완성하기가 어렵고, 초심자의 진입 장벽도 너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동자승 컬러링 100’
조선 초 사상가 김시습은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시인으로, 익히 알려진 ‘매월당집’ ‘금오신화’ ‘만복사저포기’ 등을 저술한 인물이다. 또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발해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켰던 생육신이었으며, 이후 불교에 귀의해 스님으로서 삶을 마감했다. 설잠은 그의 법명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시대 유불도를 모두 아우른 천재 사상가로 불렸던 김시습은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인 화엄, 천태, 선에 두루 밝아 상당한 불교 관련 저술도 남겼다. 책은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정각원장을 맡고 있는 철우 스님이 설잠의 불교사상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결
2022년말 발표된 ‘유엔 세계 난민 보고서’에 따르면 353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책은 난민의 뜻이 무엇이고, 왜 난민이 생겨나는지, 난민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난민과 더불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설명했다. 난민 인권이 왜 중요한지와 같이 어린이가 궁금해하고 알아야 할 난민과 관련된 31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김미조 지음·홍윤표 그림/철수와 영희/1만3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노벨평화상 수상자 달라이라마와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처음으로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힘든 시간을 보낼 때조차 기쁨은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자신과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전해준다. 두 저자는 ‘기쁨’이란 행복까지 아우르는 위대한 감정이며, 사랑에서 비롯된 빛나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기쁨이란 세상을 접근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달라이라마·데스몬드 투투 글, 라파엘 로페스 그림, 안희경 옮김/하루헌/1만7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
밀리언 셀러 ‘언어의 온도’와 스테디셀러 ‘말의 품격’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이기주 작가의 신작 산문집이다. 그간 섬세한 시선으로 일상에 숨겨진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 저자는 이번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평범한 단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희망과 후회, 생명과 죽음 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삶을 떠받치는 단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삶의 풍경이 어떠한지를 새삼 돌아볼 수 있다. 이기주 지음/말글터/1만6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
삼성TV가 세계 1위로 도약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전설의 삼성맨 이승현 씨의 회고록이다. 1992년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전자상거래’를 도입, 삼성이 다기능 모니터를 통해 전자 업계 후발주자의 딱지를 떼고 일본 열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자리매김한 일화를 비롯해 일본 비즈니스 세계에서 체험한 속살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또한 삼성을 떠날 무렵 불교를 접하고, 수행하면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이승현 지음/꽁치북스/1만6000원.[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
효당 최범술은 스님이자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이후 제헌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가이기도 했다. 또한 원효학 연구로 한국불교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현대 차 문화를 개척한 다도인으로 꼽힌다. 그렇기에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책은 실천적 지식인으로 다방면에 걸쳐 활동했던 효당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연구서다. 효당의 맏제자로 사천 다솔사에서 평생 그를 시봉해 왔던 저자는 효당의 생전 자료를 총망라해 그의 생애와 학문 세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근대화의 격동기를 거친 효당의 삶을 연
말기암 환자가 진통제마저 듣지 않는 통증에 아침 해가 뜨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너무 자주 너무 오래 진통제를 맞았기에 진통제는 더 이상 진통을 할 수 없었다. 임종을 맞이하기 전까지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했을 그 고통과 괴로움의 깊이를 알 길은 없다. 다만 편두통이 오거나 독감에 걸려 괴로울 때 그 통증의 잣대로서 그 사람의 절망과 참담함을 짐작할 따름이었다. 얼마나 아프면 죽을까. 얼마나 아프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까. 물론 그 아픔이 육체적인 통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음으로 느끼는
‘화엄경’은 방대하고 난해한 경전의 대명사다. 그래서 ‘화엄경’을 읽고 대의를 깨달아 통달하기란 참으로 난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화엄경’은 한국불교의 큰 줄기이며 한국불교를 다른 지역의 불교와 구별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유명 산들의 가장 높은 봉우리의 이름은 의례 비로봉이다.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 부처님의 명호에서 따온 것이다. 화엄사, 해인사, 고운사, 불국사, 범어사, 통도사 등 큰 사찰에서 비로자나 부처님을 주불로 모신 곳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땅이 화엄국토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불교
‘대승기신론’은 마명보살이 대승불교의 이론과 수행을 체계화해 제시한 논서로, 대승불교의 정수와 핵심을 담은 기본 교과서로 불린다. 특히 대승불교 전반을 아우르는 근본 이론을 담고 있어 대승불교의 개론서로도 평가받는다. 그러나 내용이 난해해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때문에 예로부터 ‘대승기신론’을 해설한 수많은 주석서가 나왔다. 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원효 스님의 ‘소별기’다. 원효 스님은 ‘소별기’를 통해 의미가 심오하고 난해한 ‘기신론’의 핵심을 짚어 설명하고 있다. 원효 스님은 “기신론의 핵심은 일심(一心
염불은 한국불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출가자는 물론 재가자들의 수행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책은 한국불교의 전통 염불수행을 조망하면서 허응당 보우 스님의 저술인 ‘권념요록’을 분석한 관상염불 수행서다. 보우 스님은 부처님 상호를 생각하며 명호를 외우는 관상염불을 주창했다. 저자는 ‘권념요록’의 십육관법과 권념의 의미를 본래의 뜻대로 아는 것이 곧 한국불교의 전통 염불수행법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선이 지음/경인문화사/2만9000원.[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언론사 기자를 거쳐 정당 대변인과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을 지낸 저자가 금강경의 핵심을 풀어낸 책이다. 금강경에 담긴 사상과 불교용어를 최대한 쉽게 풀이해 중학생 수준의 문해력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2부로 구성된 책은 1부에서 부처님의 일생을 다뤘고, 2부에서는 ‘금강반야바라밀다경’을 현대 우리말로 풀어냈다. 금강경 한문본과 산스크리트본, 영어본 등과 최근 출판된 국내외 번역본을 참고해 풀어냈다. 김창영 지음/따뜻한손/1만2000원.[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다소 생소한 태아심리학을 다룬 책이다. 태아심리학이란 인간이 수태되고 출생에 이르기까지의 태생기 동안 이뤄지는 심신의 행태와 기능의 변화과정 등을 연구하며 발달에 대한 법칙을 다루는 학문이다. 일반적으로 태아는 양수 속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그 시기 태아는 학습을 하며 모친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기쁨, 슬픔, 두려움을 느낀다. 태아의 발달과정과 심리변화 등에 연구 결과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광준 지음/행림서원/2만5000원.[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개성 있는 그림과 철학적 깊이를 선보여 온 작가가 전작 ‘문제가 생겼어요~’에 이어 내놓은 그림책이다. 책은 딸의 새집 욕실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다리미로 타일에 금이 가면서 생긴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시간, 관계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도록 이끈다.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을 넘어 인연 맺은 모든 관계를 관통하며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을 치유해 가는 과정 속에서 삶의 따뜻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이지원 옮김/논장/2만 2000원.[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6살 나이에 제14대 달라이라마에 즉위한 텐진 갸초의 삶은 험난했던 티베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59년 중국의 침략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인도로 망명한 이후 그는 오로지 티베트 민족의 염원을 대변하고 전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그의 사상과 행동은 단지 티베트의 이익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중국인들에 대해 증오보단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면서 세상 모든 이들에게 자비·관용·용서·평화의 가치를 역설해 왔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지도자
“절밥 먹은 지 30년이 지난 지금 비로소 알았다. 시작의 고통이 클수록 인생의 밑거름이 충분해진다는 것을, 크게 넘어진 고통은 훗날 위기를 버틸 힘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문이 두려움일 수도 있다. 설령 그런 상황에 놓일지라도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조금만 시간을 내어 내면을 바라보자. 진정한 깨달음은 늘 시간이라는 다리를 억지로 붙잡고 절뚝절뚝 뒤늦게 찾아오는 법이니까.”‘청년출가학교’와 고3 수험생을 위한 ‘청춘캠프’ 지도법사, BBS불교방송 ‘좋은 아침 원영입니다’를 진행하며 수많은 청춘에게 긍정의
불교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갖는 선입견은 ‘어렵다’이다. 교리가 방대할 뿐 아니라 용어 자체도 난해해 들어도 혹은 책을 읽어도 쉽게 뜻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런가 하면 오랜 기간 불교를 공부한 이들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인가?” “중도는 무슨 의미인가?” “일체유심조의 진짜 뜻은 무엇인가?” “묵조선과 간화선은 어떻게 다른가?” “모든 존재에 불성이 있다면서 왜 선사들은 ‘무(無)’라고 하는가?” 등의 질문을 받을 때면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게 만만치 않다. 다양한 개론서와 불교 입문서가 즐비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0여 년간 디자이너로 일한 저자는 전통문화유산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새롭게 다시보기’를 제안하고 시대를 넘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시대적 배경과 소재는 달라도 디자인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스며 있다. 이를 통해 잘 디자인된 것들만이 가치 있는 문화재로 남게 됨을 역설한다. 나열식 지식 전달이 아닌, 감성과 직관을 통해 사물과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박현택 지음/통나무/1만9500원.[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