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도피안사 주지 송암 스님은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산악인 고 김창호 원정대장과 대원들이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부터다.김창호 대장의 원정대가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것은 지난 10월10일쯤이었다. 총 45일간 계획했던 이들의 여정은 10월17일 원정대 전원이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막을 내렸다. 김 대장은 세계 최단 기간인 7년 10개월 6일 동안 히말라야 14좌를 무산소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었다. 신중하고 담대했던 김 대장이 주도한 코리안웨이 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를 방문하면서 허왕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0여년 전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고대 가락국 김수로왕의 비(妃)가 21세기 한국과 인도의 친선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모디 총리는 11월5일 김 여사를 만나 “허왕후 기념공원은 2000년간 이어온 양국 관계가 복원되고 전 세계에 그 깊은 관계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다음 세대에도 양국 관계의 연속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문 대통령도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도 우타
고려시대부터 700여년간 전승돼왔던 불복장작법이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됐다. 여법했던 의식은 세월이 가면서 점차 생략되고 설행할 수 있는 스님들마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이번 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는 불복장작법에 생명력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불교 무형유산은 오랜 세월 무관심의 영역이었다. 이는 국가 지정문화재 현황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유형문화재 2004건 중 불교 관련이 1280건으로 전체 63.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가무형문화재 140종목 중 불교 관련은 영산재(제50호, 1987년
바야흐로 명상의 시대다. 수십 년 전까지 명상은 수행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제 그리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없다.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스키, 박찬호, 고소영, 김하온 등 유명 인사들이 명상 애호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스탠포드대학,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에서 명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한해 미국에서 쏟아지는 명상 관련 논문도 1200편이 넘는다.심리상담 및 치료가 일상화된 미국에서 불교명상을 이용하는 전문가들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첨단기술의 성지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며칠 전 참선하는 스님과 우연히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선원장을 맡고 있는 스님은 의외로 현행 간화선 수행 풍토에 비판적이었다. 오늘날 한국 선원에서 스님들이 정진하는 방식은 어느 때부터인가 선의 본류에서 너무나도 동떨어졌다고 탄식했다.스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앉아있는 좌선 일변도의 수행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선의 황금시대라는 당송시대 활동했던 수많은 선사들의 어록이 남아있지만 어느 곳에도 좌선을 강조하는 구절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 선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줬던 임제 선사의 상당법어 마지막 구절인 ‘구립진중
1999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인제 백담사에서는 제1회 만해축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 저명 학자들과 조병화, 김남조, 유안진, 신달자 시인을 비롯해 만해 스님의 사상과 문학을 기리는 이들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20세기 한국문학을 총 점검하는 대규모 심포지엄이 열렸고, 한국무용, 시낭송회, 장기자랑 및 퍼포먼스도 열렸다.이 행사가 향후 만해 스님의 사상과 문학을 세계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찬사가 잇따랐다.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소설가 조세희씨였다. 그는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표현한 소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겪게 되는 차별은 주인공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이어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과 회사에서의 성희롱을 비롯해 육아를 홀로 감당하면서도 ‘맘충’으로 비난받는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고단한 삶을 보여준다. 출간 후 이 책은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얻어내며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최근 이 소설의 영화화와 주연배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근대 한국불교 이해를 위한 새로운 키워드로 ‘딜레마’를 제시했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유럽 식민지처럼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종교가 다를 경우 피식민자의 전통종교는 저항과 새로운 민족담론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지만 한국의 근대불교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선진적 근대불교의 모델로 인식됐던 일본불교를 따르자니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잃게 되고,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강조하다 보면 새 시대의 사회적 유용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딜레마에 직면했다. 더욱이 조선왕조는 500년간 불교를 억압했던 탄압자 성격이 강했고, 일본은 한국
‘부러진 화살’은 2012년 개봉한 영화다. 2007년 벌어졌던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의 석궁사건을 소재로 만든 법정스릴러다. 제작비 5억원의 예산으로 만들었지만 340만명이 영화관에서 관람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영화는 실화에 바탕하고 있다.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는 대학 입시에 출제된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로 인해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 대학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는 게 이유였다. 김 교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항소심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각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김 교
박보영 전 대법관이 원로법관으로 재임용돼 여수시법원에서 일하게 됐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위직 법관이 일선으로 복귀해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특별할 게 있을까 여길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원은 1995년 법조경륜이 풍부한 원로 법조인들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의미로 시·군판사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 왔다.그러나 이 제도의 실효성은 미미했다. 퇴임 대법관 출신이 원로법관에 지원한 사례도 없었다. 대법관 출신으로 대형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로 개업하면 수임료가 수백억 원에 이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불교학자들이 불교계를 대하는 유형은 크게 4가지로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 째는 ‘분리형’으로 불교학과 불교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다. 많은 학자들이 속하는 이 유형은 자신의 학문과 불교(계)를 결부시키지 않고 연구 활동에 전념하는 경우다. 믿음이나 종교 체험이 객관적 연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여긴다. 두 번째는 ‘수행형’이다. 불교학을 연구하는 동시에 출가자 못지않게 참선, 염불, 위빠사나 등 수행에 매진하는 경우다. 이들은 방학을 이용해 집중 수련을 하는가 하면 남방국가에 가서 직접 수행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세
경허·만공선사 선풍을 잇는 덕숭총림 방장을 역임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사면초가에 내몰리면서 눈길을 끄는 두 명의 스님이 있다. 전 옥천암 주지 정범 스님과 전 불학연구소장 허정 스님이다. 법랍은 정범 스님이 여러 해 많지만 두 스님 모두 1969년생으로 덕숭총림 수덕사가 출가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두 스님에게 설정 스님은 비록 은사는 아니지만 문중의 큰 어른이다. 그렇지만 이들 스님이 지금 설정 스님을 바라보는 관점은 물과 기름만큼이나 확연히 다르다. 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에 선출되면서 의도적으로 거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