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나라 미얀마는 자비가 사라진 지옥의 땅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극도의 공포와 슬픔·분노·고립감에 휩싸여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미얀마 시민을 생각하면 숨을 쉬는 것도 버겁습니다. 고통의 현장에서 그들의 평화를 기원할 수 있도록 미얀마 입국신청을 허가해 주십시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워원장 지몽 스님, 이하 사노위)가 4월1일 서울 한남동 주한 미얀마대사관을 방문해 현지 평화 기도를 위한 특별입국을 신청했다. 특별입국 신청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위원 혜도 스님, 종수 스님 등 3명으로 기도 장소는 부처님 머리카락이 보존된 성지로 유명한 ‘쉐라곤 파고다’이다.
특별입국 신청은 사노위 스님들이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사노위는 쿠데타 발생 초기부터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회, 미얀마 민주주의 발원 오체투지 등을 진행하며 미얀마 국민을 지지하고 연대해왔다. 그럼에도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부의 무차별 총격이 계속되고, 사상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스님들은 “더 이상 비극을 지켜만 볼 수 없다”며 미얀마 현지 기도를 결정했다.
사노위는 특별입국 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탄압의 현장에 직접 들어가 군인들은 악행를 멈추고 미얀마인들은 고통이 사라지길 발원하는 기도를 올릴 것”이라며 “여건이 된다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현장에서도 온몸이 찢기고 부서지는 그날까지 기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은 “미얀마에서 위험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정부의 입장과 국민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럼에도 저희는 불교 수행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이 무너지는 것과 미얀마인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기에 입국신청을 하게 되었음을 널리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몽 스님은 이어 미얀마 스님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호소했다. 스님은 “민간인 살생을 저지르는 군부도 대부분 한번쯤은 단기 출가를 했을 것이며 부처님 가르침과 계율을 스님들께 배웠을 것”이라며 “스님들께서 악의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군부를 준엄하게 꾸짖어 미혹한 마음에서 깨어나도록 가르쳐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헤이만 재한미얀마청년연대 대표도 참석해 “미얀마인들의 평화를 위해 위험도 무릅쓰고 노력하고 있는 스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스님들의 용기가 미얀마 국민에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몽 스님은 주한 미얀마대사관에 한글과 영문으로 작성한 특별입국 요청서와 신청서를 제출한 후 기자들과 만나 “대사는 다른 일정으로 만나지 못했고, 대사 비서관을 통해 서류를 접수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미얀마에 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고, 본국에서 며칠 안에 답변이 올 수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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