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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흥사터 훼손 막을 근본 대책 필요”…불교계·학계 한목소리

  • 성보
  • 입력 2022.04.19 15:34
  • 수정 2022.04.21 15:02
  • 호수 1630
  • 댓글 0

법흥사터 ‘인증사진 찍겠다’는 탐방객 몰려
4월16일, 절터 주변으로 줄 두르고 출입 통제
불교계·학계 “절터 역사 뒷받침할 고증 필요”
“법흥사터 향한 관심 발굴조사로 이어져야”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에 나도 앉아보겠다”는 탐방객들이 급증하자, 절터 훼손을 우려한 문화재청이 4월15일 오후부터 법흥사터 출입을 제한했다. 4월17일 북악산을 찾은 탐방객이 멀리서 초석을 찍고 있는 모습.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에 나도 앉아보겠다”는 탐방객들이 급증하자, 절터 훼손을 우려한 문화재청이 4월15일 오후부터 법흥사터 출입을 제한했다. 4월17일 북악산을 찾은 탐방객이 멀리서 초석을 찍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4월5일 북악산 산행 도중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연화문 초석에 앉아 ‘인증사진’을 찍겠다는 탐방객이 급증했다. 절터 훼손을 우려한 문화재청이 4월16일부터 법흥사터 출입을 통제했으나, 불교계와 학계에선 “법흥사터를 보호할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악산을 찾은 탐방객이 법흥사터 안내판을 읽고 있다.
북악산을 찾은 탐방객이 법흥사터 안내판을 읽고 있다.

현재 법흥사터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이곳은 신라 진평왕 때 나옹 스님이 창건한 법흥사라고 전해지던 곳으로, 조선 세조가 호랑이를 사냥한 연굴사 터로도 추정된다. 또 절터 주변에서 15세기 상감분청사기 조각들이 발견돼 조선 전기부터 건물이 있었음을 추정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안내판에 담긴 내용은 모두 추정에 불과해, 법흥사터 역사를 뒷받침할 문화재 발굴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최병헌 서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사적기 다수는 몽골 고려침입과 6·25전쟁으로 불에 타, 발굴조사가 아니고선 법흥사터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면서도 “절터 위치로만 봤을 땐, 신라나 고려시대부터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최 명예교수는 “법흥사터 인근에 통일신라 직전 세워진 장의사(藏義寺)가 있고 고려가 최초로 남경을 세울 당시 궁궐터도 경복궁이 아닌 청와대 쪽으로 파악하고 있어, 신라나 고려시대부터 사찰이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법흥사터에 세워진 안내판.
법흥사터에 세워진 안내판.

법흥사터가 단순한 산책로로 전락하지 않도록 역사성에 맞는 학술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화재청 매장문화재위원 혜일 스님은 “정치적 이유로 폐사된 후 54년 동안 축대·초석·기와·목재만이 텅빈 법흥사터를 지켜왔다”면서 “법흥사 폐사 직전까지의 정보를 면밀히 수집해, 법흥사터의 역사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학술조사 없이 법흥사터를 안내하는 건 절터를 또다시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은 “폐사지는 버려진 절터가 아니라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며 “우리 연구소는 지난 11년간 전국 5700여곳의 폐사지에서 4만5000여점의 불교문화유산을 확인했다. ‘지정문화재가 아니라서 괜찮다’라는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하루라도 빨리 학술, 발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법흥사터에 대한 정보가 부정확해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청와대 경호처가 발행한 ‘청와대와 주변 역사·문화유산’에 따르면 ‘법흥사는 신라 진평왕 때 나옹 스님이 창건했으며 이때 나옹 스님은 고려말 고승 나옹 스님과 다른인물’이라고 했지만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현재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와대 경호처가 2007년 펴낸 ‘청와대와 주변 역사·문화유산’ 131쪽. [대통령기록관 캡처]
청와대 경호처가 2007년 펴낸 ‘청와대와 주변 역사·문화유산’ 131쪽. [대통령기록관 캡처]

법흥사를 여법한 도량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문화재청 동산문화재위원)은 “절을 짓고자 했을 땐 분명 그만한 이유와 역할이 있었을 텐데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불자들 발길이 완전히 끊겨 폐사가 돼 안타깝다”면서 “대구 비슬산 중턱의 대견사지의 경우 폐사지가 된 곳을 지자체에서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복원했지만, 법흥사는 정치적 이유로 불사가 무산됐기에 발굴조사와 복원에도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6년 청와대 경호처와 두 차례 북악산 문화유산 조사에 나섰던 문명대 동국대 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북악산에는 절터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며 “골짜기를 올라가면서 계속 절터다. 어림잡아도 5~6군데”라고 전했다. 이어 문 명예교수는 “당시 조사를 다녔을 땐 일제강점기 유물들이 다수였지만 본격 조사가 이뤄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서둘러 전문 학술조사를 진행해 법흥사터 역사를 밝히고 절터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월17일 법흥사터에서 만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대통령 논란 직후 ‘사진 명소’가 돼 방문객들이 연화문 초석에 떼 지어 앉자 
4월17일 법흥사터에서 만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대통령 논란 직후 ‘사진 명소’가 돼 방문객들이 연화문 초석에 떼 지어 앉자 급히 벤치가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0호 / 2022년 4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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