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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색 드러낸 정권 때마다 ‘청와대 미남불 이전’ 논란 불거졌다

  • 성보
  • 입력 2022.05.26 15:08
  • 수정 2022.06.20 16:29
  • 호수 1634
  • 댓글 11

김영삼, 대형 재난 잇따르자 “불상 치웠기 때문” 소문확산
이명박, 불상 훼손 논란…기독교 단체 “경주로 이전” 요구
문재인, “원봉안처 맞다면 경주로” 발언으로 이전 논란 점화
보물 승격으로 관리주체 서울시서 정부로 이동절차 간소화
국민 품 돌아온 청와대의 대표 문화유산으로 인지 높아져

청와대 미남불이 종교색을 강하게 드러낸 정권 때마다 ‘위치 이전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 논란이 불거진 시점은 모두 세 차례로 1994년 김영삼 정부와 2008년 이명박 정부, 2017년 문재인 정부 때이다.

해방 뒤 이승만~박정희 정권 시기, 청와대 미남불은 1974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것 외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당시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구포역 열차전복과 아시아나항공기 추락, 서해페리호 침몰, 충주호 유람선 화재 등 참사가 잇따르자 “충현교회 장로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불상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라는 괴이한 소문이 나돌면서 이전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부인 손명순 여사가 1996년 1월21일 서울 국방부에 위치한 국군중앙교회를 찾아 종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당시 호주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리뷰는 1994년 10월26일 “한국에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치워 버렸던 불상을 제자리로 갖다 놓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청와대는 다음날 급히 불상을 공개하고 “제자리에 온전히 모셔져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미남불 이전 논란이 가져온 괴담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권 초 하나회 청산,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로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대통령이 잇따른 악재와 미남불 이전 논란을 분기점으로 지지세력을 잃기 시작했다. 이에 청와대가 1996년 8월 박세일 정책기획수석의 기획으로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를 만들고, 1997년 8월 새정치 국민회의 불자 모임인 ‘연등회’도 다시 활성화시킬 것을 당부하는 등 불교계와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83%에 달하던 지지율은 퇴임 직전 6%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2012년 03월0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2012년 03월0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의 합심기도중 무릎을 꿇고 기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의 합심기도중 무릎을 꿇고 기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미남불 괴소문이 15년 만에 다시 돈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였다. 숭례문 화재 전소와 용산 화재참사, 화왕산 억새태우기사고 등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자 대중들은 다시 청와대 미남불 안위에 관심이 쏠렸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선언해 구설에 오른 소망교회 장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교계를 홀대하면서 청와대 미남불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랐다. 이에 서울시 문화국 관계자가 “문화재위원들이 주기적으로 청와대를 찾아 불상을 점검하고 있으며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를 의식한 대통령은 취임 첫 해 부처님오신날인 2008년 5월9일 출입기자들과 조계종 관계자들에게 청와대 불상을 공개하는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 단체들이 “청와대 불상을 원래 위치인 경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대통령을 위한 기도시민연대’는 2018년 9월25일 성명을 내고 “청와대 경내에 불상이 있는 것은 매우 종교 편향적이다. 만약 불상을 유지하고 싶으면 천주교 성모상과 개신교 십자가 예수상도 함께 둬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경주로 이동시켜라”며 환수를 요구했다.

유럽순방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17일 오후 6시(현지시간·한국시간 18일 오전 1시)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하는 ‘한반도 평화’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럽순방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17일 오후 6시(현지시간·한국시간 18일 오전 1시)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집전하는 ‘한반도 평화’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본격적인 청와대 미남불 이전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이었다. 5월10일 취임한 문 전 대통령은 임기가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6월, 참모들에게 청와대 미남불 가치를 재평가하도록 지시했고, 8월24일 “불상이 경주에서 옮겨진 것이 맞다면 원래 위치로 돌아가야할 것”이라며 불상 이전을 직접 제안했다.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불상이 경주 남산 불상이나 경주 지역 암석과 재질이 같은지, 불상 제작기법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모두 조사할 것”을 지시하면서 연구가 본격화됐고, 2017년 9월15일 청와대 불상의 보물 격상이 확실시 됐다.

특히 청와대 미남불 경주 이전에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던 ‘관리 주체’도 서울시에서 정부(문화재청)로 넘어갔다. 관할권을 가지고 있던 서울시가 보물 승격으로 이동권을 정부에 넘기면서 지역 간 행정 절차가 간소화된 것. 당시 언론들은 “가톨릭 신자인 대통령이 관저 뒤편에 있는 불상이 부담스러워 경주로 보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시했지만, 문화재청은 “보물 승격과 불상 이전과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낙영(가운데) 경주시장, 윤병길(왼쪽) 시의회 의장, 김윤근 경주문화재찾기 상임대표가 2018년 11월7일 경북 경주시청에서  청와대 불상 경주 반환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뒤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주시]
주낙영(가운데) 경주시장, 윤병길(왼쪽) 시의회 의장, 김윤근 경주문화재찾기 상임대표가 2018년 11월7일 경북 경주시청에서 청와대 불상 경주 반환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은 뒤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주시]

대통령의 제안과 동시에 일부 시민단체들이 곧바로 합세 하면서 미남불 이전 논란은 점차 커졌다.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김영준)가 2017년 8월7일 국회와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조선총독부로 불법 반출된 불상이 지금까지 청와대 경내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미남불이 경주국립박물관에 전시된다면 일제강점기 문화재 약탈 문제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불상을 경주로 이전해줄 것을 간곡히 청원한다”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요구했다. 혜문 대표가 진정서를 제출하고 보름 뒤인 8월22일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도 “청와대 불상을 본래 장소인 경주시로 즉각 반환하라”고 성명을 냈다. 8월23일 경주문화원·신라문화원 등 경주지역 문화·시민단체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미남불 반환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청와대는 “조사 결과에 따라 경주에서 온 불상이 맞으면 문화재청과 협의해 원 위치로 돌려놓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문화재계 인사들은 “2017년 연말이면 청와대 미남불 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청와대 미남불의 경주 이전이 점차 가시화되자 이를 우려한 조계종이 9월25일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불상의 출처에 대해 학계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인데다가 절터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관리가 부실한 여건이라는 점에서 조계종은 “불상의 역사적 가치가 조명되고 원위치에 대한 연구를 거쳐 신앙적 환경이 조성된 뒤에 옮겨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청와대, 문화재청, 서울시에 전달했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가 제안한 경주국립박물관 이동에 대해서는 “신앙의 대상으로서 모셔지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조계종은 이날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청와대 불상 이전과 관련해 청와대와 문화재 당국은 불교계와 단 차례의 논의도 없었다. 시민단체와 경주지역 문화·시민단체는 불교계 입장을 왜곡하면서 여론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불상의 가장 유력한 봉안처인 경주 이거사터. 사진은 2015년 때 촬영본으로 2020년부터 절터를 발굴하고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청와대 불상의 가장 유력한 봉안처인 경주 이거사터. 사진은 2015년 때 촬영본으로 2020년부터 절터를 발굴하고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이후 청와대 미남불 이전 논란이 잠잠했다. 하지만 2018년 4월12일 문화재청이 청와대 불상 보물 지정을 확정하면서 7개월 만에 경주 이전 논란이 재점화됐다. 문화재청은 ‘청와대 미남불’ ‘청와대 석불좌상’으로 불리던 명칭을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변경하면서 “불상이 경주에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문화재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역 간 이동이 있을 땐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서울시장이 시도유형문화재를 해지해야 불상 이전이 가능했지만 보물이 돼 지방정부와 관계 없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문화재위원회 심의는 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시 경주시의회·경주시·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가 10월4일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듬해 1월29일 청와대를 방문해 미남불 경주 이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했다. 또 2020년 7월29일 경주시가 직접 이거사터를 매입하는 등 불상 이전을 추진했으나 2017년 대통령의 직접 발언처럼 강한 동력을 받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김영삼, 이명박, 문재인이라는 종교색 짙은 대통령들이 청와대에서 미남불을 내보내려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들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청와대 미남불은 5월10일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4호 / 2022년 6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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