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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미남불 경주 이전 논란에 불교계 "시기상조" 무게

  • 성보
  • 입력 2022.05.23 20:15
  • 수정 2022.05.27 11:10
  • 호수 1634
  • 댓글 12

문화재제자리찾기 “청와대 미남불 경주로” 반환 촉구에
이거사터 학술적 증명되지 않은 상황서 이전 논의 성급
불교계, “제대로 된 보존 정책과 보존 환경 마련이 우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개방된 청와대가 ‘권력의 심장부’에서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가운데 ‘청와대 미남불’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경주 현지에서는 “청와대 불상을 하루빨리 고향인 경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위까지 불사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계에선 시기상조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래 경주에 모셔졌던 이 부처님은 어떻게 대통령 관저 인근에 앉게 됐을까. 미남불의 본래 자리는 경주 도지동 이거사터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남불이 언제 이곳을 떠나게 됐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조선총독부 조사서(1939) 등에 따르면, 1912년 11월 일제강점기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2박3일 일정으로 경주를 방문하면서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고다히라 료조(小平亮三)의 집 정원에서 이 잘생긴 불상을 눈여겨 봤다. 

눈치 빠른 오히라가 이듬해인 1913년 데라우치에게 이 불상을 바치면서 미남불은 서울 남산 총독 관저(왜성대)로 옮겨졌다가 1939년 총독 관저가 경무대(청와대 이전 명칭)로 이전하면서 불상도 함께 옮겨졌다. 이후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관저를 신축하면서 100m가량 후퇴해 현재에 자리에 안착하게 됐다.

미남불이란 별칭은 석굴암 본존불을 닮은 잘생긴 외모 덕에 붙여졌다. 1934년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청와대 불상을 ‘미남석불’로 소개하고 있다.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높이 108cm, 너비 54.5cm, 무릎 너비 86cm로 넉넉한 상호와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이다. 당당하고 균형 잡힌 모습과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팔각형 대좌 대신 사각형이라는 점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중대석과 하대석이 손실됐으나 나머지 부분의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대표 김윤근)는 5월25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경내에 있는 미남불을 경주로 반환해달라”고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윤근 대표는 “일제강점기 불법적으로 경주에서 서울로 반출됐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해 돌려준 시점에 불상이 청와대 경내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무단으로 옮겨져 청와대 구중에 갇힌 불상을 고향 경주의 품으로 되돌려달라”고 했다. 이들은 불상 경주 반환을 요청하는 청원서도 대통령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경주시는 청와대 미남불이 경주로 반환되면 경주국립박물관이나 황룡사출토유물전시관 앞으로 임시 이전한 뒤 이거사터가 정비되면 절터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당장 반환되더라도 전시관행을 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시기상조론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미남불을 직접 조사했던 임영애 동국대 문화재학과·미술사학과 교수는 “2018년 확인된 사료 ‘신라사적고’를 통해 석조여래좌상이 본래 경주 이거사에 봉안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현재 이곳은 절터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보존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미남불은 신라 불상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사랑하는 상징적 불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도 “경주 이거사터로 돌아가는 것이 맞지만 아직은 성급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제정 스님은 “신라사적고에 나오는 이거사터가 현재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사찰 터가 맞는지 학술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옮기겠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불상이 제자리를 찾아가야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거사터의 규모와 가람 배치가 분석된 뒤 여법한 환경에서 이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미남불이 신앙의 대상이라는 조성 목적과 달리 단순히 관광의 일부로 전락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4호 / 2022년 6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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