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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만에 일반 불자 공양 받은 ‘청와대 부처님’

  • 성보
  • 입력 2022.06.14 15:45
  • 수정 2022.08.23 16:00
  • 호수 1637
  • 댓글 5

6월14일 오전 11시, 조계사 사부대중…청와대 불상 친견법회 봉행
과일·떡·초 공양 올린 뒤 30분간 예불…일반 불자 동행 법회는 처음

“미남 부처님이 우리 보고 싱긋이 웃어주시네” “아까보다 더 웃고 계신 것 같다”

일명 청와대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보물) 앞에서 신도 둘이 나눈 대화. 그런 신도들을 인자한 미소로 바라보는 청와대 부처님 앞에는 향긋한 과일과 떡이 올려져 있었다. 휑하기만 하던 그간 불단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

서울 조계사가 6월14일 오전 청와대 부처님을 찾아 친견 법회를 열었다. 이날 법회는 “그간 제대로 된 공양을 받지 못했던 청와대 부처님께 공양 한 번 올리고 싶다”는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의 아이디어로 추진됐다.

조계사 신도 30명은 공양물을 직접 들고 청와대 관저 뒤편 언덕길로 올라가 예불을 올렸다. 1996년 만들어진 청불회(청와대 불자 직원모임)를 제외하고 일반 불자가 청와대 부처님에게 예불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불은 노전 정묵 스님의 염불 의식에 맞춰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주지 지현 스님의 축원과 신도국장 혜원 스님 등 신도들의 “석가모니불” 정근이 모두 끝나자, 곧바로 주지스님의 짧은 법문이 이어졌다.

지현 스님은 “오늘 청와대 부처님께서 무척 기쁘실 것 같다”면서 “그간 듣지 못했던 맑은 목탁 소리를 들으시고, 오랜 만에 과일·떡 공양도 받으시고, 또 불자들이 한 마음으로 외는 염불을 들으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현 스님은 “청와대 부처님이 1913년 경주에 오셨다고 알려져 있으니 이곳에 온지 109년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권력의 흥망을 오롯이 지켜보셨다. 오랜 기간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부처님은 국가와 국민의 평화를 염원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불상 곁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멀리는 남산타워, 아래로는 경복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때 한 신도가 지현 스님을 향해 “저기 조계사도 보인다”고 말하자, 지현 스님은 “맞다”고 웃으며 “부처님이 바라보는 곳에 조계사도 있다. 앞으로 우리가 청와대 부처님이 외롭지 않게 가끔 찾아 뵙고 기도도 올리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바꿔 생각해보면 우리 조계사 마당에 계신 부처님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조계사 식구들이 더 잘 모셔야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법회가 끝난 직후 조계사 직원 3명은, 동행한 문화재청 직원의 허락하에 보호각에 달린 연등의 먼지를 조심스레 닦아냈다. 그사이 신도들은 부처님 계신 곳 인근에 있던 거미줄을 거둬내고 쓰레기를 주웠다. 미리 봉투에 넣어 온 보시금을 부처님 앞에 올리는 신도도 있었다. 하지만 불전함이 현재는 치워진 상태라, 보시금은 다시 조계사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미남불은 원래 경주에 있다가 1913년 무렵 일제에 의해 서울 남산 총독 관저에 놓였다. 1930년대 총독 관저가 지금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함께 옮겨왔다. 석굴암 본존불을 계승한 통일신라 전성기 불상으로 ‘미남불’로도 불린다. 이번 정부가 5월 10일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면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 만에 일반 불자들과도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친견 법회 닷새 전인 6월9일 최응천 신임 문화재청장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하고 ‘청와대 개방 이후 경주 시민단체들이 불상을 경주로 모셔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 불상에 대한 것은 불교계 의견이 중요하다. 불교계 여론을 수렴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전 논란을 떠나 일단 문화재 관리 차원에서 청와대 불상을 적극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37호 / 2022년 6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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