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6호 / 2022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가을이 깊고 단풍은 짙다. 사람들을 모질게 괴롭히던 코로나19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감염병 시대’라는 말마따나 이젠 마스크를 쓰고 지낼 날들이 더 많을 수 있다. 현대인이 맞닥뜨려야 하는 괴로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마음의 병은 역병보다 독하고 후유증도 크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제발, 걱정하지 마라’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다. 스님은 수년 전부터 매일 새벽 네이버 밴드 ‘오늘의 명상(https://band.us/@jinwoo)’에 글을 올리며 소통해왔다.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출가수행자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의 명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언급하면서 보편화 된 말인데,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는 뜻이다.듣는 귀가 없다면 좋은 음악을 들어도 소음에 불과하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이라도 보는 눈이 없다면 하찮은 낙서와 다를 바 없다. 어떤 예술이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듣는 귀와 보는 눈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에 더해 작품의 동기와 배경, 작가가 살았던 당시 사람
“걷기명상을 통해 생기는 지혜로 삶과 죽음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자신만만한 이 선언의 주인공은 팔공총림 동화사 율주를 역임한 자비선사 주지 지운 스님이다. 명상, 그 가운데서도 걷기명상을 통해 스님은 고요함에 이르고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혜를 얻으며 탐욕과 분노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과연 걷기의 어떤 작용이 이같이 엄청난 일을 가능하게 하는가. 책을 살펴보자.‘자비경선 걷기명상은 걸으면서 발바닥 감각을 알아차리는 가장 기본적인 명상입니다. 발과 땅의 접촉은 첫째, 상호
13년 전, 지리산에서 수행하는 두 비구니스님의 일상과 수행을 담은 책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천진 스님과 현현 스님은 종종 은사의 가르침을 언급했다. 두 스님의 수행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은사 정봉무무 스님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그렇게 지리산 깊숙이 자리잡은 홍서원을 찾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책은 열댓 명 둘러앉을 수 있는 홍서원 작은 공간에서의 소참법문을 엮었다. 참선을 왜 해야 하는지, 번뇌망상은 왜 일어나는지 묻는 불자들의 질문부터 담배를 끊는 방법, 어떤 사람이
죽음에 직면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 텍스트는 선사들이 남긴 열반송이다. 삶을 마감하며 살아있는 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언어에는 한 인물의 삶이 압축돼 있다. 하물며 평생 수행에 매진한 선사들의 열반송에는 자신만의 길을 찾은 이들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보리달마와 육조혜능 스님을 비롯해 덕산선감, 포대화상, 원오극근, 대혜종고, 임제의현, 동산양개, 대각의천, 보조지눌, 태고보우, 경허성우 등 한국과 중국의 선지식 30여명의 열반송과 함께 삶과 죽음의 일화를 해설하고 있다. ‘불교신문’에 동명으로 연재했던
30여년간 내과의사로 살아온 저자가 인생의 가장 힘겨웠던 시기에 ‘금강경’을 만나 ‘금강경’과 함께 그 시기를 건넜다. 이후 인문학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동서양 고전과 더불어 다시 ‘금강경’을 읽었고, 이를 공부할수록 육조혜능 선사가 말한 ‘우리는 모두 부처’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이에 저자는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의 매듭을 풀고 자유로워지는 ‘금강경’의 지혜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여민 지음, 북드라망, 1만6000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제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라는 연재 기사에 소개된 38곳의 책방 중 30곳의 책방을 추려 소개했다. 저자는 올봄 이 책을 준비하던 와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제주를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제주토박이’이기도 하다. 저자는 제주도 동서남북 곳곳에 위치한 동네책방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각 책방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만의 구수하고 정겨운 문체로 담아냈다. 고봉선 글·사진, 담앤북스, 2만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
강릉 김씨의 시조에 대한 궁금증으로 출발해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속초의 향성사지 삼층석탑까지 이어지는 강원도 여행. 이 속에는 한반도 최초로 통일을 주도했던 진골의 흔적이 짙게 배어있다. 외세에 맞서 싸우며 솔선수범했던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하게 된다. 곳곳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번 강원도 여행이 재미있으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황윤 지음, 책읽는고양이, 1만8900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모든 과학이 그렇듯 우주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우주론도 무수한 질문과 함께했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을까?”라는 질문에서 우주론이 시작됐고, “우주의 팽창이 갈수록 느려져야 하는데 왜 우주가 가속 팽창할까?”라는 질문은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을 낳았다. 이처럼 우주론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거기서 파생된 또 다른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 이 책에 담긴 15개 질문은 우주의 가장 깊은 비밀과 맞닿아 있다. 토니 로스먼 지음, 한겨레출판, 1만6000원.[1655호 / 2022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경주 불국사 회주 나가성타(那伽性陀)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알리고 고통 받는 사람과 생명을 감싸 안아온 이 시대 선지식이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스님은 1952년 불국사에서 월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래 수행자, 교육자, 학자, 행정가, 활동가, 전법사의 길을 우직이 걸어왔다. 그 70년 세월은 개인의 역사를 넘어 한국불교사에도 뚜렷한 족적으로 남았다.어려서 출가한 스님은 통도사 강원과 동국대 역경연수원을 졸업하고 법주사 승가대학 강사로 재임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교육 경험과 안목은 종단으로 회향됐다. 1980
‘엿장수 중’ ‘판사 중’ ‘절구통 수좌’ 일제강점기와 근현대를 더불어 살았던 효봉(1888~1966) 스님의 별칭은 여러 개다. 스님의 별칭은 스님이 견뎌냈던 삶의 단단한 옹이들을 한마디로 웅변하고 하고 있다. 38세의 늦은 나이에 출가했으나 구산 스님과 법정 스님을 길러내고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됐던 우리 곁에 가장 가깝게 머물다 간 선지식이었다. 스님의 삶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스님은 조선인 최초의 판사였다. 그러나 독립투사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이후 참을 수 없는 양심의 가책으로 모든 인연을 접고 엿장수로 3
마음의 구성과 작용, 그 원리 등을 자세히 관찰해 정립한 유식학은 대승불교의 중요한 축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본지를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그 치밀함과 방대한 구조로 인해 불교에서도 가장 난해한 분야로 손꼽힌다. ‘도표’라는 시각적 수단을 통해 부처님 생애와 불교·교리 입문, 천수경과 경전 입문 등 쉽게 불교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온 ‘도표로 읽는’ 시리즈의 일환이다. 안환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 전공 지도교수가 집필했고 그림은 앞서 시리즈에 이어 배종훈 작가가 계속 참여했다. 이 시리즈의 목표가 일반인들도 쉽게 접
보리수아래 감성시집 제10집. 이번 시집에는 중증뇌성마비장애인으로 살아온 시인에게 중심이 되어준 종교적 수행의 마음을 바탕으로 모자란 듯 채워지고, 얕은 듯 깊은 60여편의 시가 담겼다. 시인은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을 통해 장애인으로 겪는 잔잔한 삶과 종교적 내면의 세계를 감수성 짙은 한 편의 시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장애인으로서의 마주하는 일상을 담백한 언어로 담아내고 인생의 회향을 향한 종교적 수행의 울림이 크다. 유재필 지음, 도반, 1만2000원.[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
1990년대 초, 전혀 그림을 몰랐는데 어느 날 갑자기 홀린 듯 물감을 만들고 다시 아크릴 페인트 비슷한 도료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시인. 2년 내내 정신없이 그려 완성한 그림이 200여점, 그중 70여 작품을 골라 1996년 전시했는데 모두가 팔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 후 20여년이 흘러 다시 그림에 발동이 걸렸고 최근 100편을 엄선해 시편과 함께 시화집으로 엮어냈다. 글과 그림에, 삶과 사랑과 깨우침이 담겼다. 글·그림 태공 현정, 한누리미디어, 2만5000원.[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
아이 키우기는 힘들다. 밤낮으로 돌봐야 하고 행여 아프기라도 하면 근심은 더 깊어간다. 그러나 아이가 없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행복들이 있다. 그 행복은 어떤 근심과 힘겨움을 넘어선다. 이 책은 자두라는 별명의 저자가 아기자두와 아기호두를 키우면서 모은 아이들과의 대화 기록이다. 육아를 하는 부모,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 육아는 힘든 것이라는 두려움에 출산과 결혼이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행복의 희망을 전한다. 맹현 글·그림, 출판사 핌, 1만3000원.[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기후 위기, 대멸종, 화석 연료, 플라스틱, 초미세 먼지, 핵발전소, 콘크리트 등을 주제로 인류세가 무엇인지, 인류세의 징후는 무엇인지, 인류가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어린이 눈높이 맞춰서 쉽게 알려준다. 또 지구 역사에서 대멸종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든 생물이 더불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어린이가 인류세에 대해 알아야 할 부분을 28개 질문과 답변을 통해 알아본다. 박병상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1만3000원.[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
[1654호 / 2022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관조성국 스님(1943~2006)이 서른한 살에 해인사 강주를 맡을 때까지도 그가 큰 학승이 될 거라 기대했던 이들이 많았다. 은사 지유 스님처럼 다시 화두를 붙잡고 선승의 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여겼던 이들도 있었다.허나 관조 스님은 누구도 예기치 않았던 길로 나아갔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걸망에는 선어록 대신 필름을 가득 담아 전국 산사를 구름처럼 떠돌았다. 한해 두해가 지나도 스님은 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혀를 차거나 차가운 시선도 늘어갔다. 스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나섰다. 훗날 ‘나뭇잎 하나, 돌멩이 하나에도